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같은 신종 전염병 사태 시 최신 진단 기술을 바로 현장에 적용하는 '긴급사용승인제도'를 도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미국의 경우 작년 에볼라 창궐 당시 갓 개발된 진단기술을 현장에 적용해 효과적으로 대처했지만 우리나라는 관련 제도가 없어서 훨씬 빠르고 효과적으로 메르스를 대응할 기회가 있었음에도 놓쳤다는 지적이다.
이혁민 가톨릭관동의대 교수는 1일 서울 태평로 프레스센터에서 한국과학한림원 주최로 열린 토론회에서 "메르스 사태 발생 시 국내에는 적어도 2개 회사에서 메르스 진단키트를 생산하고 있었지만 식품의약품안전처 허가를 신청조차 하지 못했다"며 "임상시험을 거치지 못해 기술 평가가 힘들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렇다 보니 가능한 최신 진단기술을 총동원하지 못해 진단에 평균 6.5일이 걸리고 결과도 오락가락하는 경우가 많아 사태를 키운 중요한 원인이 됐다.
이와 달리 신종 감염병의 경우 미리 임상시험을 하거나 진단키트를 생산할 여유가 없는 만큼 미국은 '한시적 긴급사용승인 제도'를 둬서 신기술을 바로 현장에 적용할 길을 열어두고 있다. 실제로 작년 에볼라 사태 때 미 식품의약국(FDA)은 바이오파이어디펜스가 개발한 에볼라 진단법 2종에 대해 긴급사용승인을 했다. 이 진단법은 토스터 크기 만한 진단기기를 이용한 고속 PCR(중합효소연쇄반응) 검사로, 혈액이나 소변을 이용해 에볼라를 1시간 만에 90%의 정확도로 진단한다. 1∼2일 걸리는 기존 검사법보다 시간을 크게 줄이고, 특수 실험실에 검체를 보내는 대신 미국 내 300개 이상 병원에 있는 '필름어레이' 장비로 직접 검사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국내에서도 메르스를 15분 만에 알 수 있는 진단키트를 한국생명공학연구원이 개발해 민간 기업에 기술 이전했지만, 이번 메르스 사태에는 쓰이지 못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처 승인을 받지 못했기 때문. 진단기기 허가를 받으려면 식약처 승인과 한국보건의료연구원의 신의료기술 검증,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수가 결정 등 길게는 2년 이상 걸리는 복잡한 과정을 거쳐야 해 메르스 같은 신종 감염병에 무방비로 당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식약처 승인을 받으려면 임상시험이 필요한데, 신종 감염병은 환자 확보가 사실상 불가능해 현 제도 하에서는 '제2 메르스' 사태도 비껴가기 힘들다.
생명연이 개발한 '15분 진단키트'의 경우 현재 동물 진단용으로 중동에 수출되고 있고, 현지에서는 사람 대상 임상시험도 진행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메르스 발생 후 임상시험 논의를 시작했지만, 실제 현장에서 사용하는 데는 수개월은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다.
이종구 서울대 이종욱글로벌의학센터장(한국·WHO 메르스 합동평가단 공동단장)은 "진단시약은 기술변화 속도가 빠르고 시장규모에 비해 막대한 투자비용이 든다"며 "실험실에서 개발한 기술을 신속하게 현장에 적용하기 위한 임상시험계획 승인 및 응급사용 허가권 제도가 필요하지만 이 같은 법적 체계가 없는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혁민 교수는 "심각한 신종 전염병의 경우 국내 발생이 없더라도 국가가 나서서 현지 임상시험을 지원해 승인이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
남도영기자 namdo0@
이혁민 가톨릭관동의대 교수는 1일 서울 태평로 프레스센터에서 한국과학한림원 주최로 열린 토론회에서 "메르스 사태 발생 시 국내에는 적어도 2개 회사에서 메르스 진단키트를 생산하고 있었지만 식품의약품안전처 허가를 신청조차 하지 못했다"며 "임상시험을 거치지 못해 기술 평가가 힘들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렇다 보니 가능한 최신 진단기술을 총동원하지 못해 진단에 평균 6.5일이 걸리고 결과도 오락가락하는 경우가 많아 사태를 키운 중요한 원인이 됐다.
이와 달리 신종 감염병의 경우 미리 임상시험을 하거나 진단키트를 생산할 여유가 없는 만큼 미국은 '한시적 긴급사용승인 제도'를 둬서 신기술을 바로 현장에 적용할 길을 열어두고 있다. 실제로 작년 에볼라 사태 때 미 식품의약국(FDA)은 바이오파이어디펜스가 개발한 에볼라 진단법 2종에 대해 긴급사용승인을 했다. 이 진단법은 토스터 크기 만한 진단기기를 이용한 고속 PCR(중합효소연쇄반응) 검사로, 혈액이나 소변을 이용해 에볼라를 1시간 만에 90%의 정확도로 진단한다. 1∼2일 걸리는 기존 검사법보다 시간을 크게 줄이고, 특수 실험실에 검체를 보내는 대신 미국 내 300개 이상 병원에 있는 '필름어레이' 장비로 직접 검사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국내에서도 메르스를 15분 만에 알 수 있는 진단키트를 한국생명공학연구원이 개발해 민간 기업에 기술 이전했지만, 이번 메르스 사태에는 쓰이지 못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처 승인을 받지 못했기 때문. 진단기기 허가를 받으려면 식약처 승인과 한국보건의료연구원의 신의료기술 검증,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수가 결정 등 길게는 2년 이상 걸리는 복잡한 과정을 거쳐야 해 메르스 같은 신종 감염병에 무방비로 당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식약처 승인을 받으려면 임상시험이 필요한데, 신종 감염병은 환자 확보가 사실상 불가능해 현 제도 하에서는 '제2 메르스' 사태도 비껴가기 힘들다.
생명연이 개발한 '15분 진단키트'의 경우 현재 동물 진단용으로 중동에 수출되고 있고, 현지에서는 사람 대상 임상시험도 진행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메르스 발생 후 임상시험 논의를 시작했지만, 실제 현장에서 사용하는 데는 수개월은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다.
이종구 서울대 이종욱글로벌의학센터장(한국·WHO 메르스 합동평가단 공동단장)은 "진단시약은 기술변화 속도가 빠르고 시장규모에 비해 막대한 투자비용이 든다"며 "실험실에서 개발한 기술을 신속하게 현장에 적용하기 위한 임상시험계획 승인 및 응급사용 허가권 제도가 필요하지만 이 같은 법적 체계가 없는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혁민 교수는 "심각한 신종 전염병의 경우 국내 발생이 없더라도 국가가 나서서 현지 임상시험을 지원해 승인이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
남도영기자 namdo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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