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개발사, 대형사 '독주'· 정부 '뒷북 지원' 등으로 겹시름
텐센트 등 중 대형게임사 급성장
'하청 개발사' 전락 악순환 우려
게임 개발사 해외진출 지원
'피카소 프로젝트' 실현 미지수
텐센트 등 중 대형게임사 급성장
'하청 개발사' 전락 악순환 우려
게임 개발사 해외진출 지원
'피카소 프로젝트' 실현 미지수
'게임 종주국'이라 불리던 한국 게임시장에서 중소 토종 개발사들이 갈수록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다. 국내 게임 시장이 소수 대형 기업이 판을 주도하는 '규모의 경제'로 변화하는 데다, 외산 게임의 공세가 거세지고 있기 때문이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현재 중소 토종 게임사들은 물밀듯 밀려오는 외산 모바일 게임사의 공세, 국내 대형 게임사의 시장 독주, 정부의 뒷북 지원이라는 삼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시장조사업체인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국내 이용자 수 상위 50위 내 모바일게임 중 외산 게임 비중은 2013년(5월 기준) 18%에서 2014년 20%, 2015년 32%로 3년 연속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국내 모바일 게임 시장의 외산 의존도가 빠르게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이는 해외 게임사의 국내 시장 진출이 잇따르고, 국내 게임사들이 앞다퉈 외산 게임 유통에 나선 결과다.
외산 게임 중에서는 중국 업체 공세가 가장 두드러진다. 앞서 국내에 한국 지사를 세운 쿤룬, 창유, 이펀컴퍼니리미티드, 추콩, 쉰레이게임즈에 이어 올해 룽투게임즈, 로코조이 등 중국 게임업체가 국내 코스닥 상장사를 인수하는 형태로 한국 시장에 진출했다.
또 국내 게임사는 중국에서 흥행한 게임을 경쟁적으로 수입하고 있다. 넥슨이 수입한 '삼검호', '마스터탱커2', '천룡팔부', 넷마블게임즈가 수입한 '와호장룡', '리버스월드', 웹젠의 '뮤오리진', '용창각성'이 대표적이다. 중소 개발사들의 신작은 점점 더 빛을 보기 어려워지고 있다.
특히 정부의 지원과 대규모 자본·인력에 힘입어 성장한 중국 게임사의 180도 달라진 위상은 우리 게임 시장의 현주소를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중국 게임사들은 과거 국내 게임 기업으로부터 외주를 받아가던 위치에서, 이제 국내 기업에 외주를 주는 위치로 바뀌어 가고 있다.
국내 한 게임 그래픽 업체 대표는 "2년 전만 해도 해외 게임사가 우리 회사에 맡기는 일거리는 전체 일거리의 10%도 안 될 정도로 미미했다"며 "하지만 올해 텐센트, 유주, 자이언트 등 대형 중국 게임사로부터 받은 외주 사업이 40%에 달한다"고 말했다.
대형 게임사가 모바일게임 시장을 독식하다시피 하고 있는 현 시장 구조 역시 중소 개발사 숨통을 죄고 있다.
29일 기준, 구글플레이 최고 매출 순위 상위 10개 게임의 50%, 상위 5개 게임의 60%가 국내 모바일게임 1위(매출기준) 기업인 넷마블게임즈 것이다. 상위 5개 중 3개는 넷마블에스티, 넷마블넥서스, 넷마블엔투 등 넷마블게임즈 개발 자회사 작품이다. 나머지는 중국산, 유럽산 게임이다.
업계 관계자는 "대형 게임사가 개발 자회사를 통해 게임을 만들고, 여기에 대규모 마케팅을 동원해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며 "중소 독립 개발사들은 생존을 위해 중국 자본에 기댈 수밖에 없는 구조로 가고 있다. 결국 중소 개발사는 '쩐주'(?) 입맛에 맞춰 게임을 만드는 '하청 개발사'로 전락하는 악순환이 이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열악한 상황 속, 토종 개발사를 더 힘 빠지게 하는 게 정부의 '뒷북 지원'이다. 가능성 있는 개발사의 성장을 돕는 정책적 지원이 있었다면 시장환경이 지금과 같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게 업계 지적이다. 특히 업계는 창의적 중소 게임사의 게임 출시가 활발하던 2013년, 국내 모바일게임 시장에서 외산의 비중이 급감했다는 사실에 주목하고 있다.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2013년(5월 기준) 모바일게임 이용자 수 상위 50위 내 게임 중 외산의 비중은 18%로 전년보다 24%포인트 급감했다.
한편 문화체육관광부가 국내 게임 개발사의 해외 진출 지원을 위해 확보한 2015년도 예산은 6억8000만 원에 불과하다. 뒤늦게 정부는 작년 12월 국내 게임 개발사의 해외 진출 지원 예산 확대를 포함해 2019년까지 2300억원을 지원하는 내용의 '게임 피카소' 프로젝트 계획을 밝혔다. 하지만 기획재정부의 예산 심의 과정이 남아있어, 계획대로 실현될지는 미지수다.
문체부 관계자는 "토종 게임의 해외 수출 활성화를 위해 편성한 예산이 작았던 게 사실"이라며 "올해 이 예산을 큰 폭으로 증액하기 위해 기재부와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
김수연기자 newsnews@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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