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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럼] `점 하나`가 `강한 특허` 만든다

특허권 침해 여부 놓고 '점 하나 차이'로 해석 달라
수백억원 투자한 발명품도 하루아침에 물거품될 수도
특허 출원 전에 문서를 빈틈없이 작성해야 

입력: 2015-06-17 18:58
[2015년 06월 18일자 22면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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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럼] `점 하나`가 `강한 특허` 만든다
이준석 특허청 차장


2006년 글로벌 기업과 국내 기업 간에 566억 원이 걸린 특허침해 소송이 있었다. 일회용 기저귀의 특허권 침해 여부를 높고 글로벌 기업과 국내 기업 간 벌인 이 사건에서 승패를 가른 것은 '유체투과성'이라는 단어 하나의 해석이었다. 당시 대법원은 특허문서에 쓰여 있는 '유체'의 의미를 "액체로 제한해 해석해야 한다."라고 판결하여 특허침해를 인정하지 않았다. 만약, 패소한 원고 측 기업이 특허를 출원할 때 특허문서에 유체가 기체와 액체를 모두 포함한다고 적었다면 특허침해가 성립되었을지도 모른다.

영국의 생활가전회사인 다이슨은 '먼지 봉투 없는 청소기'를 개발해 많은 매출을 올렸지만, 수년간 특허소송을 치러야 했다. 그 후 다이슨은 '날개 없는 선풍기'의 특허문서 작성에 심혈을 기울여 누구도 모방하기 어렵게 필수적이고 기본적인 요소들로만 구성된 넓은 범위로 특허받아 경쟁업체의 추격을 막아내었다고 한다.

치열한 비즈니스 정글에서 성공과 실패는 '종이 한 장 차이'라는 말을 하곤 한다. 수량이나 정도의 차가 지극히 작아 종이 한 장 정도로 승패가 갈린다는 뜻이다. 특허에서는 이보다 더해 '종이 한 장'이 아니라 '점 하나 차이'로 강하고 단단한 특허와 빈틈이 많은 허술한 특허로 운명이 갈라질 수 있다.

특허권은 무형의 기술적 자산인 발명에 20년간 독점적으로 부여되는 권리이다. 특허를 받기 위해서는 발명의 내용과 권리범위를 정확하게 글로 작성한 특허문서를 제출해야 하는데, 특허를 받은 후에는 글로 쓰여 있는 권리범위 안에서 특허권을 행사할 수 있다.

만약, 특허문서가 제대로 작성하지 않으면 어떻게 될까. 같은 재료를 쓰더라도 어떻게 요리하느냐에 따라 훌륭한 음식이 될 수도 있고 단지 허기만 채우는 맛없는 음식이 될 수 있다. 특허에서도 마찬가지로 수십억, 수백억 원의 연구비가 투자된 혁신적인 발명이라도 특허문서를 어떻게 작성하느냐에 따라 특허의 가치가 좌우된다. 잘 작성하면 특허 권리를 주장하는 범위가 넓은 강한 특허가 될 수 있으며, 잘못 적은 표현 때문에 쉽게 모방되고 권리 행사를 제대로 하지 못하는 약한 특허가 될 수도 있다. 신선한 재료가 훌륭한 요리를 담보하지 못하듯 우수한 기술이 반드시 우수한 특허를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특허문서를 제대로 작성할 때 비로소 우수한 특허가 될 수 있다.

최근 '여성들의 화장법을 바꾼 혁신적 제품'으로까지 평가되며 누적 매출이 1조 원에 육박하는 '쿠션형 파운데이션'의 특허를 놓고 국내 대기업 간의 특허분쟁이 4년째 이어지고 있다. 소송 결과를 예측하기는 어렵지만, 연간 수천억 원의 시장이 걸린 이 특허분쟁의 주요쟁점이 기술의 우수성 문제뿐만 아니라 특허문서를 잘 작성했느냐 하는 문제라고 하니 특허문서가 얼마나 중요하지 알 수 있다. 이 때문에 독창적인 발명을 하여 빨리 출원하는 것이 중요하지만, 그에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출원하기 전에 특허문서를 꼼꼼히 잘 작성하는 것이다. 출원 후에 전문성 있는 특허청 심사관의 도움을 받아 보완하더라도 최초 출원서의 큰 틀을 벗어날 수 없어 독창적인 발명이 제대로 보호받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아무리 창의적인 발명아이디어이고, 혁신적인 기술이라도 특허문서가 잘 작성되어야지만 권리 범위가 넓은 강한 특허가 되어 제대로 보호를 받을 수 있고, 분쟁에서 창이나 방패로 쓸 수 있다. 그렇지 못하면 특허는 "발명자에게 부(富)를 안겨주는 '돈'이 아니라 흔하디 흔해 쓸모없는 '돌'이 될 수 있다."라는 것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발명인들이여! 우수한 발명을 완성하기 위해 밤낮없이 기울인 노력에 더해서 강하고 돈이 되는 특허를 만들기 위해서 특허문서 작성에 단어 하나하나까지 심혈을 기울여야 한다. 잘 쓰여진 특허문서가 우수한 발명의 화룡점정인 것이다.

이준석 특허청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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