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 예산 1조2000억…그나마 '쪼개기 투자'
감염병, 미국예산 1%도 안돼
"미래성장산업 육성"구호 무색
감염병, 미국예산 1%도 안돼
"미래성장산업 육성"구호 무색
정부가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사태를 초기에 효과적으로 막지 못한 것은 그동안 감염병 대응 연구개발(R&D)에 소극적이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올해 보건복지부의 감염병 관련 R&D 예산은 약 308억원에 불과하며, 이는 5조원에 달하는 미국 국립 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NIAID) 예산의 1%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미래성장동력' 구호 무색한 R&D 투자규모=전체 보건의료 R&D 투자 규모 역시 보건산업을 미래성장산업으로 육성한다는 정부의 구호가 무색한 수준이다. 복지부에 따르면 2013년 기준 우리나라 전체 보건의료 분야 R&D 투자는 약 1조2000억원으로, 정부 총 R&D 예산 16조9000억원의 7.1%를 차지하고 있다. 보건의료 R&D 투자는 매년 증가하고 있지만, 전체 R&D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오히려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국회예산정책처에 따르면 보건의료 R&D는 1조원 투자 시 3조원 이상의 국내총생산(GDP) 상승효과가 있어 투자 효과가 다른 R&D 분야보다 높다. 때문에 세계 주요 선진국들은 보건의료 R&D 투자를 지속적으로 늘려가고 있다. 미국의 경우 지난해 기준 전체 R&D 예산 1444억달러의 22.5%인 326억달러를 보건의료 R&D에 투입했다. 이는 국방 다음으로 큰 비중을 차지한 것이다. 영국은 전체 R&D 예산의 17.4%를, 유럽연합(EU)은 9.7%를 보건의료에 투자하고 있다.
◇작은 R&D 예산마저 '쪼개기 투자'=하지만 우리나라는 적은 R&D 예산마저도 미래창조과학부, 복지부, 산업통상자원부 등으로 쪼개져 있어 기초에서 실용화까지 체계적이고 일관성 있는 투자가 어려운 실정이다. '2017년 세계 제약산업 10대 강국' '2020년 세계 의료기기 7대 강국' 등의 비전을 제시한 보건의료 분야 주무부처인 복지부의 올해 R&D 예산은 4535억원으로, 정부 총 R&D 예산의 2.6%에 불과하다. 이 예산으로 주요 질환 극복과 첨단의료 신산업 창출, 보건복지 위기 대응, 건강증진 및 돌봄 기술, 연구중심병원과 첨단의료복합단지 지원 등 광범위한 30개 사업을 운영한다.
배병준 복지부 보건산업정책국장은 "세계 주요 국은 보건의료산업의 세계화 전략 일환으로 보건의료 R&D 투자를 전체 R&D의 20% 수준으로 유지하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정부 R&D 투자규모 대비 보건의료 R&D의 비중이 7%대"라며 "그마저도 복지부 아니라 미래부, 산업부로 투자가 분산돼 있고 고도의 전문성을 갖춘 실질적 컨트롤타워가 부재해 부처 간 투자 중복 또는 공백 영역이 발생하고 있다"고 말했다.
◇R&D 구조조정·컨트롤타워 설립 필요=따라서 선진국에 비해 국가 보건의료 R&D 투자 비중이 낮을 뿐만 아니라 국내 타 분야에 비해서도 R&D 규모와 관리체계 등 인프라가 열악한 상황에 있는 보건의료 R&D의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구조조정'이 불가피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특히 보건의료 R&D의 특성상 장기간 계획적인 투자가 필요하고 기술 간 융합이 활발해지는 추세에 맞게 R&D 기획과 예산을 조정할 수 있는 '범부처 상위 컨트롤타워' 설립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보건의료 분야를 신성장동력으로 지목하고 투자와 제도 개선에 적극 나서고 있는 일본 정부는 지난 2013년 총리가 직접 지휘하는 '건강의료전략추진본부'를 설립, 의료분야 R&D 추진계획 수립과 목표 설정, 관련 예산의 종합적 배분 등을 총괄하는 보건의료 R&D 분야 사령탑을 세웠다. 이어 지난 4월 미국 국립보건원(NIH)을 벤치마킹해 '일본의료연구개발기구'를 설립해 R&D 프로젝트 집중 관리와 체제 개선 등을 통해 R&D 성과의 실용화에 공격적으로 나서고 있다. 이 기구의 예산규모는 기초연구·임상연구·실용화를 각각 분담했던 문부과학성·후생노동성·경제산업성 3개 부처 연구 예산을 합친 약 1400억엔이 될 전망이며, 2020년 유도만능줄기세포(iPS) 치료제 상용화와 의료기기 수출 1조엔 달성 등을 핵심 목표로 내세우고 있다.
성경모 과학기술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보건의료 분야의 예산관리, R&D 프로젝트 선정 및 평가, 정부를 포함한 산·학·연 주체와의 관계 조정, 인력 지원 등을 위해 우리나라 공공부문 연구개발 역량을 모두 집약시킨 컨트롤타워 신설이 필요하다"며 "기술사업화에 시간이 오래 걸리고 투자 규모와 위험부담이 비교적 큰 보건의료 R&D 특성상 투자 대비 효율적인 성과를 거두려면 공공부문 연구개발 역량을 모두 응집시키고 산업계와의 소통 채널을 단일화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남도영기자 namdo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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