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산책] 메르스 사태로 본 ICT강국의 뒤늦은 깨달음](http://contents.dt.co.kr/images/201506/2015061602102251607001[1].jpg "[디지털산책] 메르스 사태로 본 ICT강국의 뒤늦은 깨달음")
메르스 사태의 심각성으로 인하여 또다시 국가의 재난 관리 체제에 대한 반성과 비난이 높다. 2003년 사스, 2009년 신종플루 사태에 비교하여 정부의 초동 대응이 신속하지 못했고, 총리 수준의 강력한 지휘체제를 발동하지 못했으며, 장관 등 직제보다는 전문성 위주의 비상 체제가 가동되지 못하고, 국민의 안전보다는 각종 경제적 파급효과 때문에 다양한 기관의 이해 관계를 우선시 했다는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국가 전염병 재난 단계에 대한 획일성도 질타대상이다. 유행의 지역적 발생 분포를 기준으로 관심(감염병 창궐)-주의(국내 유입)-경계(타 지역 전파)-심각(전국적 확산)의 4단계를 두고 있지만, 초동 대응과 파악의 미흡으로 정부가 기계적인 매뉴얼 대응을 할만한 정확한 정보를 소유하고 있지 못하다는 차원에서 정부가 너무 보수적으로 대응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비난도 있다.
국가 전염병 재난에 대한 예방 및 대책 체제도 중요하지만, 이번 사태를 통하여 보다 근원적인 우리나라 의료 서비스 전달 체제를 되돌아 보고 혁신적으로 개선하는 발전적인 고민도 동시에 진행되어야 한다. 현재의 의료 관련법과 정책은 철저히 병원에서 의사와 환자간의 대면 접촉을 통한 의료 서비스 전달 체제에 기반하고 있다. 따라서, 환자의 진료 정보는 진료받은 병원을 떠날 수 없고, 의사의 대면 접촉 이외의 어떠한 의료 행위도 인정받을 수 없다. 병원이 전염병의 진원지가 되어버린 현실에서 굳이 병원을 방문하지 않고 원격진료로 의료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면 의사와 환자 모두 불확실한 공포감을 갖지 않고 의료 서비스를 전달할 수 있게 된다. 병원들의 진료 정보를 의료 공공 기관들이 인정하는(혹은 공동 구축한) 적절한 클라우드에 담아두고 다양한 의료 서비스를 개발하거나 개선하는 것도 의사의 중복 진료 방지나 빅 데이터 분석 기반의 실시간 시장 정보 제공 차원에서 바람직한 의료 서비스 향상에 일조할 수 있다.
애플은 미래 전략의 핵심을 원격 의료 서비스에 두고, 헬스 키트나 리서치 키트 등 스마트폰 사용자들이 간단하게 상당한 중병(예, 알츠하이머, 당뇨 등)을 진단하고 개선 정도를 파악할 수 있는 앱을 개발하고 있다. 구글이나, 마이크로 소프트도 의료 서비스를 미래 핵심 킬러 앱으로 설정하고 관련 서비스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즉, 스마트 폰이 의료 기기화 되고 있고, 기존의 의료 기기들도 과거의 독립/폐쇄형에서 경량화/네트워크화로 진화되고 있어서, 서로 닮아가고 있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미국, 영국, 캐나다, 중국 등도 IT를 이용한 의료 서비스 전달 체제 개선에 정부가 앞장서서, 각종 규제 개혁과 지원 정책을 펼치고 있다. 진료 정보의 접근권, 활용권, 분석권 등을 과감히 비의료기관(예, IT 서비스)에도 허용하여 날로 상승되어 가는 일반 국민들의 의료 지식에 부응하는 서비스들이 스마트폰에 탑재되고 활용되도록 새로운 생태계 조성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현 메르스 사태에 대한 정부의 대응은 물론 아쉽고 비난 받을만하지만 작금의 비난들은 결국 왜 평상의 안정 상태를 유지하지 못했느냐는 질타이지, 의료 서비스 전반의 개선과 관련된 미래 지향적인 논의로 승화되지 못하고 있다. 만약 메르스 사태의 종착점이 책임자 몇 명의 처벌이나 사퇴, 새로운 정부의 전염병 관리 체제 발족으로 종료된다면 병원이 또 다른 질병의 진원지가 되고, 전국적인 진료 정보 집계나 분석은 적시성을 놓치며, 환자들은 확인되지 못한 의료 정보에 현혹되어 우왕좌왕하게 되어, 궁극적으로 상당한 경제 피해가 발생하고 국가 이미지가 훼손되는 악순환을 반복하게 될 것이다. 위기는 곧 기회라는 유명한 격언을 이번 메르스 사태에 반추해봐야 하지 않을까.
양희동 이화여자대학교 경영대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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