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근형 칼럼] 서비스 정신 망각한 공직사회](http://contents.dt.co.kr/images/201506/2015061502102251661001[1].jpg "[이근형 칼럼] 서비스 정신 망각한 공직사회")
공무원을 다른 말로 '공복(公僕)'이라고 한다. 국가나 사회의 심부름꾼이라는 얘기다. 공복이라는 말처럼 적지 않은 공무원들이 자신을 헌신해 우리 사회의 발전에 이바지해 왔다.
이들의 행위는 존경받을 일이지만 어찌 보면 당연하다. 공무원은 국민의 세금으로 그 자리를 유지하고 삶을 영위하기 때문이다. 점포에서 물건을 사거나 식당에서 밥을 먹으면 당당하게 서비스를 요구하듯, 세금을 내는 만큼 국가와 공무원에 서비스를 요구할 권리가 있다.
하지만 우리 사회는 주객이 바뀐 것 같다. 종업원이 큰소리를 치고, 손님이 기를 펴지 못한다.
과거 권위주의의 잔재가 여전하기 때문이고, 그렇다 보니 정부와 국민 간 소통에 문제가 생기고 있다.
전국을 강타하고 있는 '메르스 공포'가 대표적이다. 지난달 첫 메르스 환자가 발생했을 때 제대로 국민에게 정보를 전달해 대처하게 했다면 이처럼 사태가 커지지 않았을 것이다.
중동을 공포로 몰아넣은 심각한 전염병임을 알면서도 대통령에게 사건 발생 6일째야 보고했다. 공직사회를 먹여 살리는 수많은 국민이 메르스에 대한 정보 없이 전염병에 노출됐다. 감염 환자 일부는 오히려 무책임한 '숙주'로 내몰렸다. 저급한 국민의식이 문제라는 얘기까지 나왔다. 국민은 서비스의 대상이 아니라 관리의 대상이다 보니 그런가 보다. 그동안 정부가 외쳤던 '공공 서비스 혁신'은 어디로 간 건가.
지난 13일 세계보건기구(WTO) 메르스 합동평가단은 정부의 메르스 초기 대응이 실패했다고 평가했다.
투명하고 신속한 정보 공개가 늦은 것을 첫 번째 실패 원인으로 지목했다. 또 위기관리에서 가장 중요한 거버넌스를 확립하지 못한 점, 질병의 확산을 정확하게 예측하지 못한 점을 꼽았다. 한마디로 총체적 부실 대응이라는 얘기다.
정부의 안일함과 준비 부족이 국민의 피해로 이어진 것이다. 오히려 뒤늦게 난리법석을 떨다 보니 국민들은 '과도한' 공포에 시달리고 있다. 그나마 잘한 거는 통제란다.
우리 사회는 수차례 비슷한 경험을 했다. 지난해 세월호 사건이 그랬고, 전 정권의 소고기 파동도 다르지 않았다. 정부의 초기 대응 실패가 사건을 키웠고, 우리 사회에 아픈 상흔을 남겼다.
'반면교사'라는 말은 국가고시에나 나오는 사자성어를 일뿐 의미를 잘 모르나 보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도 안 하고, 고치겠다는 말만 반복해 왔음을 메르스 사태에서 다시 한 번 확인했다.
이 같은 문제는 결국 우리 공직 사회의 시선이 국민이 아닌 다른 곳으로 가 있기 때문이다. 국민 입장에서는 억울할 수밖에 없다. 크든 작든 공동체를 유지하기 위해 세금이라는 것을 내는데, 그들 눈에는 우리는 서비스의 대상이 아니라 관리의 대상일 뿐이다.
식당 서비스가 형편이 없으면 다시는 그곳에 가고 싶지 않다. 국가는 식당이 아니니 안 갈 수도 없고. 공무원 숫자가 100만명을 넘었다. 국민과 기업을 위한 종업원이 100만명인지, 관리자가 100만명인지 판단하기 어렵다. 심부름꾼은 바라지도 않는다. 서비스만이라도 제대로 받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고대 중국의 요순시절을 '태평성대'라고 한다. 요임금이 순회할 때 백성들이 "임금이 왜 필요한가"는 내용의 민요를 불렀다고 한다. 제대로 인 공공서비스는 국민이 사는 데 불편함을 느끼지 못할 정도로 알아서 하는 것이다.
이근형 산업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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