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은 6개 첨단분야서 이미 한국 점유율을 추월
창의적 지식 창출하도록 자율적 연구환경 시급
자신의 영역분야 넘어 R&D 혁신방안 찾아야
창의적 지식 창출하도록 자율적 연구환경 시급
자신의 영역분야 넘어 R&D 혁신방안 찾아야
![[시론] R&D 혁신의 성공요건](http://contents.dt.co.kr/images/201505/2015052802102351607001[1].jpg "[시론] R&D 혁신의 성공요건")
지난 13일 정부는 'R&D 혁신 방안'을 발표했는데, 그 주요내용은 지원체계의 중소·중견기업 중심 개편, 수요자 중심의 연구하기 좋은 생태계 조성, 컨트롤타워 기능 강화다. 이는 현재 과학기술의 성과는 기대만큼 나오지 않고, 도전적인 연구 자체가 잘 시도되지 않는 것으로 정부는 진단하고, '혁신'의 계기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오늘의 우리나라는 저성장의 늪에 빠져들고, 중국, 일본 등과의 관계와 경쟁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중국은 지난 7일 '중국 제조 2025'를 발표하며 IT(정보기술)·로봇·항공우주·의료 등 10대 첨단 제조업의 경쟁력을 10년 후 독일과 일본의 위치에 올리겠다고 선언했다. 중국은 이미 우리의 8개 주력산업 중 반도체, 디스플레이를 제외한 6개의 점유율에서 한국을 넘어섰다.
지난달 한 언론에서 한국 과학계를 '루저들의 게임판'이라며 '2류 연구풍토'가 고착화되고 있음을 경고했다. 연구자들은 자신의 연구에 대한 문제의식이 없고, 그저 해오던 대로 쉬운 과제, 따라가는 연구, 카피연구에 머물러 있다는 것이다. 한국은 '연구'보다는 '개발'에 더 초점을 맞추고 있으며, 연구도 '개량(refinement)'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있었다.
이와 같은 현실의 근본원인은 무엇일까. 사실 지난 50년 산업화 과정에 우리는 '빨리' 따라가는, 카피하는 연구를 독려했으며, 외국 유명저널에 발표되는 것 자체를 큰 발전으로 여겼다. 정부의 지원체제도 '1~3년 단위' 연구를 기본으로 단기적, 숫자적 성과를 요구했다. 문제는 급격히 변하는 지식·디지털시대에 정부도, 연구자도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5년 단위 정부라는 틀에서 모든 것이 단기적이고 자주 바뀌며, 모두가 목표도 애매한 비생산적인 환경에 빠져버렸다.
이제 어떻게 할 것인가. 정부도, 연구자도 모두 근본적으로 변해야 한다. 필자는 연구자들이 먼저 변할 것을 제안한다. 과학기술은 결국 연구자가 만드는 것이며, 미래가 달려있기 때문이다. 연구자들은 자신의 연구가 '무엇을 위한, 누구를 위한 것인지'에 대한 철학을 세워야 한다. 그리고 창의적 '지식'을 창출할 수 있도록, 정부가 제대로 정책을 세우고 지원할 것을 당당히 요구해야 한다.
정부는 성과는 연구자가 만드는 것이므로, 연구자를 먼저 생각해야 한다. R&D 실행부처는 물론 기획재정부, 감사원, 국회 등의 소위 '힘이 있는 사람들'부터 생각을 바꿔야 한다. 관리자라는 '갑'의 위치에서 내려와 연구자가 자율적으로 연구에 몰입하도록 돕는 위치에 서야 한다. 기대하는 성과도 획일적인 잣대를 버리고, 연구기관, 연구자의 특성에 따라 차별화하고, 그 영향력(impact)을 읽어줘야 한다. '평가'도 혁신해야 한다.
얼마 전 하버드 대의 엘하난 헬프먼 교수는 연구의 실질적인 확산 효과는 '일반 지식'을 만들고 쌓아갈 때 가능하다고 하였다. 이스라엘의 세계 주요 기업의 R&D 센터도 제품보다 지식 생산에 집중한다. 제임스 데이터 하와이대 미래학연구소장은 지금까지의 개발모델은 앞으로의 혁신적, 창의적 발전에 큰 장애물이 될 것이라며, 정부 시스템을 백지상태에서 재창조할 것을 권고했다.
정부나 연구자 모두 위기감을 가지고 이 두 석학의 조언에 경청해야 한다. '지식'을 중시하고, '자율적 연구 환경'을 만드는 일이다. 공무원, 연구자 모두 '사업과 과제'의 틀을 넘어, 국가와 지구촌 공동체의 미래를 고민하는 철학자, 전략가들이 되어야 한다. 국가 R&D에 대한 새로운 영감(spirit)과 문화도 여기에서 나온다.
민경찬 연세대 교수, 과실연 명예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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