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재부, 내년 국가R&D 예산 5% 삭감 편성 지침
달탐사·바이오헬스·나노기술산업 등 타격 전망
달탐사·바이오헬스·나노기술산업 등 타격 전망
정부가 내년도 국가 예산을 긴축 편성할 방침인 가운데 국가 연구개발(R&D) 예산도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27일 관계 부처에 따르면, 기획재정부는 미래창조과학부에 내년도 국가R&D 예산을 올해 대비 약 5% 삭감한 '2016년도 국가R&D 예산안 편성지침'을 전달했다. 편성지침대로라면 국가R&D 예산이 처음 도입된 50여 년만에 최초로 예산이 줄어드는 것이다. 국가R&D 예산에는 순수 연구비 외에 인건비 등 경상비가 포함되는 만큼 연구현장에서 느끼는 연구비 감소 체감도는 훨씬 클 것으로 보인다.
국가R&D 예산은 1964년 20억원으로 출발한 후 매년 증가해 올해 18조8000억원에 달했다. 그 결과 우리나라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R&D 투자율은 4.15%로 세계 1위 수준이고 정부 R&D 투자도 10년간 연평균 8.7%씩 증가해 왔다. 하지만 국가 재정난이 심화되고 국가R&D 효율성 제고에 대한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양적 확대에 제동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국가R&D 예산이 줄어들면서 미래부 등 정부가 추진하는 R&D 주요 사업과 신규 대형 프로젝트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2020년 달탐사선을 한국형 발사체로 발사하려던 달 탐사 사업도 차질이 예상된다. 미래부와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은 지난해 2015년도 예산안 국회 처리 과정에서 달 탐사 사업 예산 410억원을 요청했으나 반영되지 않아 올해 사업에 착수하지 못했다. 때문에 16개 정부출연연구기관으로 구성된 '달 탐사 출연연 협력협의체'가 기관 자체 예산 70억원을 투자해 선행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차질없이 달 탐사 사업을 진행하기 위해서는 내년에 올해 받지 못한 410억원 이상의 예산을 신청해야 하는 상황. 그러나 예산이 삭감되면서 그에 훨씬 못 미치는 50억원을 책정한 상태다. 달 탐사는 과학기술 분야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의욕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힌 '대통령 프로젝트'다.
이 밖에 미래 먹거리 산업을 기르기 위해 추진 중인 바이오헬스 신산업 육성, 나노기술산업 육성전략 등도 타격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미래부 R&D 수행 부서의 한 관계자는 "기재부의 예산안 편성지침을 그대로 수용할 경우, 사업 수행에 차질이 빚어질 수밖에 없다"며 "당분간은 다양한 방법을 통해 예산을 최대한 확보하는 데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출연연에 지원되는 예산도 3.2% 삭감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기관 운영에 필수적인 경상비와 인건비를 제외한 순수 연구비는 6% 줄어들어 각 기관의 주요 사업에 '빨간불'이 켜진 상황이다.
출연연 한 관계자는 "출연연에 6% 일괄 감축이라는 큰 폭의 예산 삭감 가이드라인이 내려온 것은 처음"이라며 "이대로라면 내년에 신규로 준비했던 R&D 사업을 하지 못하는 것은 물론, 기존의 R&D 사업도 구조조정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최근 국가R&D 예산 규모가 늘어나는 데 비해 성과가 나지 않는다는 지적이 계속되면서 기재부에서 관련 예산 편성을 더 까다롭게 하려는 분위기"라면서도 "하지만 국가R&D가 미래를 위한 투자라는 점에서 심의 과정에서 더 늘어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백나영기자 100n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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