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싼 가격·부족한 인프라·미흡한 정부지원으로 보급 확대 고심
수소차가 '궁극의 친환경차'로 불릴 만큼 잠재력이 있지만 가격이 비싸고 인프라가 미비해 좀체 확산이 어렵다. 현대차의 경우 일본에 비해 정부 지원도 부족해 '3중고'에 빠져 고전하는 양상이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토요타는 수소차 미라이(Mirai)를 현재 미국에서 5만7500달러(약 6234만원)에 판매하고 있다. 중형세단 평균보다 2배가량 비싸다. 미라이를 리스할 경우 월 499달러(약 54만원)에 이용할 수 있다. 리스 가격 기준으로 도요타의 코골라 신규모델에 비해 3배가량 비싸다.
현대차는 투싼ix를 8500만원에 국내 시장에서 판매하고 있다. 기존 1억5000만원에서 43.3%를 인하했으나 일반인은 보조금 혜택을 받을 수 없어, 사실상 일반인 대상 판매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투싼ix는 미국에서 보증금 2999달러에 월 499달러로 이용할 수 있다.
미국 시장조사업체 씨티리서치(City Research) 측은 "수소차가 내연기관차와 비교해 가격경쟁력이 떨어지는데 저유가 상황이 지속하면서 갭이 더 커지고 있다"며 "2020년까지 미라이 등 수소차는 자동차 시장에서 큰 영향력을 발휘하지 못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수소차는 연료전지를 통해 공기와 수소를 결합, 전기를 생산해 이를 동력으로 운행하는 차다. 배기가스가 발생하지 않고 배출물질이 물 외엔 없어 친환경차의 최종 진화단계로 평가받고 있다.
현대차는 2013년 투싼ix를 출시하면서 세계 최초로 수소차 양산체계를 구축했다. 2010년 우리 정부가 '그린카 발전 로드맵'을 발표하며 관련 시장 선점을 독려했고, 이에 힘입어 세계 최초 수소차가 한국에서 등장했다. 그러나 이후 5년째 구체적인 발전 계획이 나오지 않아 보급 확대는 제자리걸음이다. 올해 지원 예산도 지난해 35억원에서 15억원이 줄어든 20억원에 그쳤다. 올해 중 충전소 확충 계획도 없다. 인프라가 받쳐주지 않으니 차가 팔리지 않는 것은 당연하다. 투싼ix 국내외 판매량은 1년 반 여 동안 200대가량에 그친 것으로 추산된다.
현대차 관계자는 "인프라 구축 여부를 떠나 투싼 모델이 시장가 8500만원에 잘 팔리기를 기대하기 어렵다"며 "장기적인 인프라 확충과 정부 지원 확충으로 유효경쟁 체제를 구축해야 관련 시장이 형성될 것"이라고 밝혔다.
토요타도 비슷한 고민을 안고 있지만 사정은 한국보다 낫다. 일본 정부는 수소충전소 1개소당 최대 2억8000만엔(25억3800만원)을 보조금으로 지원하고 있다. 현재 일본에 20개의 민간충전소가 있다. 2020년까지 수소차 500만대 보급계획을 세우고 있다. 1대당 2만5000달러(약2713만원)의 보조금을 국가가 지급한다.업계 관계자는 "북미시장에선 혼다의 FCX 클라리티, 피아트크라이슬러의 신차 출시 등으로 경쟁이 치열해질 전망"이라며 "전기차에 이어 수소차 시장에서도 밀릴 경우 미래 친환경차 부문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기 어렵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서정근기자 antila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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