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T초대석] "전세계 유능한 보안 인재들이 선망하는 기업 되겠다"

젊은 인재들 손놓고 뺏기지 않으려면 우리가 먼저 능력 갖춰 찾아오게 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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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T초대석] "전세계 유능한 보안 인재들이 선망하는 기업 되겠다"
권치중 안랩 대표는 앞으로 회사를 이끌어갈 동력은 매출 성장이나 수익률 개선이라고 보지 않았다. 기술 경쟁력을 갖추도록 이끌어 줄 우수 인재를 확보하고 이들이 회사와 함께 동고동락할 때 안랩의 경쟁력도 극대화 될 수 있을 것이란 경영철학을 갖고 있었다. 그는 "전세계 천재 해커들이 선망할 수 있는 회사로 키워나가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사진=김민수기자 ultrartist@

권치중 안랩 대표

국내에서 사용되는 PC나 스마트폰에 대부분 설치된 컴퓨터 바이러스 치료 프로그램 'V3'. 안티 바이러스(AV)라는 본래 제품 명칭보다 '백신'이라는 이름으로 알기 쉽게 자리 잡은 것도 V3다. 외국 유명 백신이 대부분 유료로 제공될 때 개인 이용자에게 무료로 제공한다는 파격적인 정책을 취하며 보안 프로그램의 대대적인 확산에 기여한 공로가 있지만, 동시에 '보안은 공짜'라는 바꾸기 어려운 인식을 심어주기도 했다. 올해로 창립 20주년을 맞은 안랩의 얘기다.

안랩의 5대 CEO 권치중 대표가 디지털타임스와 만나 안랩의 이야기를 털어놨다. 권 대표는 지난 20년을 추억하기보다 앞으로 맞이할 20년, 50년, 100년에 대한 꿈으로 가득 차 있었다.

권 대표는 "돈 많이 벌고 많이 남기는 기업이 되기보다 전 세계 유능한 보안 인재들이 선망하고 목표로 하는 기업이 되겠다"며 경영철학을 밝혔다. 물론 유능한 인재가 선망하는 기업이 되려면 높은 수익률과 탄탄한 매출을 갖추는 것은 기본이다. 2014년 매출 1300억원대, 성년이 됐으나 성장이 멈춘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권 대표는 멀지 않은 시기에 안랩이 매출 1조원을 달성하는 기업으로 성장할 것이라고 의지를 다지기도 했다.

[DT초대석] "전세계 유능한 보안 인재들이 선망하는 기업 되겠다"
사진=김민수기자 ultrartist@


대담=임윤규 IT정보화부 부장

"세계적으로 능력을 인정받은 젊은 우리 보안 인재들이 구글이나 애플 등 외국 기업에 우선 눈을 돌리고 해외에서 활동하고 싶어한다는 얘기를 기사로 접하고 너무나 마음이 아팠습니다. 그만큼 척박한 우리 업계 현실이 보이는 듯 했습니다."

디지털타임스는 지난 5월 11일 자 '한국 떠나는 대한민국 보안청년들' 제하의 기사에서, 국제 해킹대회서 역대 최고 성적을 올리고 구글과 애플, 마이크로소프트의 운영체제 취약점을 모두 찾아내 전 세계를 긴장시킨 천재 해커가 외국으로 떠나려 한다는 내용을 보도했다. 권 대표뿐만 아니라 많은 국내 보안 전문가들이 이 젊은이의 사례를 놓고 장탄식을 금치 못했다. 하지만 개인이 추구하는 행복과 꿈을 억지로 말릴 수는 없는 노릇. 과거처럼 '자네, 국가를 위해 일해보지 않겠나'라며 나라를 위해 희생을 강요할 수도 없다.

이 젊은 보안 인재가 외국으로 가겠다는 의지를 되돌리려면 우리 국내 보안시장이 외국 유수의 기업보다 더 훌륭한 대우를 해주고, 더 많은 도전과제와 목표를 제시할 수 있어야 하며 더 뛰어난 가르침을 줄 수 있어야 한다. 현재 이런 조건을 충족시킬 수 있는 국내 보안 기업은 없다. 권 대표는 국내 보안업계 1위 기업인 안랩조차 그러한 능력이 아직은 부족하다고 토로한다. '마음이 아프다'는 권 대표의 탄식도 이런 배경에서 나온 것이다. 그렇다고 손을 놓고 있을 수만은 없다. 천재적인 인력들을 마냥 타국에 빼앗기지 않기 위해서라도 우리 기업이 먼저 강성하고 능력 있는 기업으로 성장해야 한다. 권 대표가 제시한 안랩의 미래 청사진도 이러한 의지를 담고 있다.



-20년 간 국내 보안시장에서 노력해오면서 업계 1위라는 입지를 공고히 다졌다. 하지만 말이 1위이지, 사실 지난 2012년에야 처음으로 매출액 1000억원을 돌파했고 시가 총액도 1조원에 미치지 못한다. 안랩 같은 보안, 소프트웨어 회사는 우리나라의 미래를 위해서도 매출 1조를 달성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1000억원 매출이 글로벌 업체들의 매출에 비하면 미미해 보이지만 우리 시장 규모를 생각하면 결코 적은 것이 아니다. 소프트웨어 산업은 제조, 설비산업의 10배라고 봐야 한다. 소프트웨어에서 매출 1000억원을 올렸다면 제조, 설비 등 하드웨어 산업에서 매출 1조원을 달성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더구나 국내 정보보안 시장은 채 1조원이 되질 않는다. 국내 시장 규모를 감안했을 때 한 기업이 1000억원의 매출을 올린 것은 작다고 보기 어렵다. 무엇보다 소프트웨어 영업은 매우 어렵고 특히 소비재가 아닌, 기업간 거래(B2B)가 주 매출 및 수익원인 안랩이 1000억원의 매출을 올린 것은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소프트웨어가 제조, 설비산업의 10배라고 한 것은 공감한다. 그만큼 소프트웨어 기업의 수익률이 높기 때문이다. 그런데 안랩의 이익률을 보면 이 마저 맞지 않다. 통상 10% 수준의 이익률을 유지해왔던 안랩이 2년 연속 한 자리 수 이익률에 그친 데다 지난 1분기엔 1%대 이익이라는 어닝쇼크까지 겪었다.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인가.

"지난 2~3년간 국내 보안 시장에 심각한 침체가 있었다. 2013년 사장이 되고 나서 역점을 뒀던 부분은 내실을 다지는 것이었다. 나름대로 실적 개선도 했다. 하지만 국내 경기 자체가 침체에 빠지다 보니 기업이 가장 먼저 보안 투자를 줄였다. 2013년과 2014년엔 3.20 사이버테러, 1억건 개인정보 유출, 한국수력원자력 내부 문건 유출 등 대형 사이버 사고가 많이 터졌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이러한 사고를 보며 실제 보안 투자를 단행한 기업은 많지 않다. 대형 사이버 사고가 터질 때마다 룰 세팅(정책 보완)이 새롭게 이뤄지다 보니 피 규제대상인 기업들은 룰 세팅이 끝날 때 까지 기다릴 수 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이는 보안 시장의 장기 침체로 연결됐다. 때문에 1분기 실적 부진은 어느정도 예상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 시장 침체도 큰 작용을 했지만 무엇보다 이익률이 부진했던 가장 큰 요인은 연구인력 충원 때문이었다."

-사람을 너무 많이 뽑아 이익이 바닥을 쳤다는 것인가.

"그렇다. 올 들어서만 두 자릿수의 전문 연구인력을 충원했다. 안랩 직원 927명 중 연구개발(R&D) 인력은 72.8%인 676명에 달한다. 그 나머지 11%가 사업부와 경영지원 인력이다. 회사 이익률이 현저히 떨어질 때 경영자들이 가장 쉽게 사용하는 방법은 '코스트(비용)'를 줄이는 것이다. 당장 영업환경이 개선되긴 쉽지 않으니 회사에서 사용하는 비용을 최소화 하는 것이다. 대표적인 코스트 절감 방안이 바로 구조조정과 임금 동결이다. 하지만 안랩은 그렇게 하지 않는다. 1% 이익에 그칠지언정 연구개발과 인력에 대한 투자는 줄일 수 없다. 현재 R&D 인력은 안랩 창립이래 가장 많은 규모다. 외부에선 (이처럼 연구인력만 잔뜩 고용하면)생산성이 떨어지지 않나 하는 우려도 제기한다. 하지만 인력에 대한 투자는 미래를 위한 투자이기 때문에 다소 오해를 받더라도 사람과 기술에 대한 투자를 멈춰선 안된단 생각에 지속적으로 인력에 투자하고 있다. 안랩은 대기업이 아니지만 국내 보안산업을 선도하고 관련 인력에 대한 투자를 이끌어야 한다는 사명감, 자부심을 갖고 있다. 이는 안랩의 창립 이념이자 직원들의 '혼'과도 같은 부분이다."

-연구인력 채용 확대는 사실 보안 기업에게 필수 불가결한 부분인데, 이렇게 수익에 압박을 받게 되면 앞으로 채용할 때도 부담이 되지 않겠나. 더구나 회사 수익이 이렇게 어렵다면 우수 인재가 안심하고 회사를 선택할 수 있겠나.

"경영자로서 가장 고민되는 부분이다. 회사가 두둑한 임금과 훌륭한 복지혜택을 제공한다면 우수 인재는 알아서 찾아온다. 하지만 회사의 수익과 영업환경, 주주들의 이익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럼에도 안랩을 지탱하고 유지해주는 것은 여전히 인재다. 사람이다. 인재를 키우기 위해서라도 안랩은 돈을 많이 벌어야 한다.(웃음)"

-우수한 인재를 확보하는 데 어려움은 없는가.

"대단히 어려움이 많다. 우수한 인재는 안랩이 아니라도 여러 곳에서 러브콜을 받는다. 외국은 물론이고 국내 주요 대기업에서도 끊임없이 유혹이 온다. 안랩에 대한 애정이나 자부심, 보안산업에 대한 사명감 같은 정서적인 부분에만 호소하면서 이 우수한 인재를 붙잡아 놓기는 사실 부족한 부분이 많다. 하지만 우수 인재들이 무턱대고 조건이나 혜택만 좇는 것은 아니다. 개발자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성취감이다. 천재 해커가 해외로 나가고 싶다고 한 이유가 바로 '배울 것이 많아서'라고 하지 않았나. 그들은 새로운 것을 배울 수 있는 '과제'에 도전하는 것을 즐긴다. 이런 부분을 회사가 충족시켜 줄 수 있다면 우수 인재를 확보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봤다."

-그렇다면 지금 안랩은 어떤 식으로 우수 인재들에게 동기부여를 하고 있나.

"올 해 처음으로 사내에 '아키텍트'라는 직책을 신설했다. 팀장급 연구인력 20여명을 아키텍트로 임명했다. 그리고 아키텍트 중에서 상무도 임명했다. 우리나라는 그동안 기술, 연구개발 전문가들은 임원을 달지 못했다. 임원이 되려면 영업을 하던가 재무, 경영 쪽 부서를 거쳐야만 했다. 개발자 입장에선 한창 커리어가 전성기인 40대를 전후 해 '개발자 평사원'으로 지낼 것인가 영업 전선에 뛰어들어 '임원'을 달 것인가 결정할 수 밖에 없었고 많은 개발자들이 임원이 되거나 아니면 회사를 떠났다. 즉 평사원 개발자로는 회사에 '설 자리'가 없어지는 것이다. 이것이 우리나라가 세계적인 IT 강국이면서도 스티브 잡스나 빌게이츠 같은 천재적인 개발자가 나오지 못한 원인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과거 IBM에서 오랜 시간 근무했었는데, IBM 내부에는 신적인 존재로 추앙받는 전설적인 존재들이 있다. 이들의 직함은 상무나 부사장 등이 아니고 그냥 '개발자'다. 존경을 담아 에반젤리스트(전도사), 아키텍트 등으로 칭하기도 한다. 연봉이나 사내 입지, 직원들의 존경 모든 측면에서 이들은 최고 수준의 대우를 받는다. 이들의 존재만으로 IBM 내 모든 개발자들은 이를 롤(역할) 모델로 삼아 연구개발 외길에 정진한다. 안랩에도 이런 부분이 필요하다고 생각해 아키텍트 직책을 신설하고 임원도 임명한 것이다. 아직 아키텍트라는 존재가 우수 인재의 선망의 대상이 되기는 부족한 부분이 있다. 하지만 이를 발전시켜 나가 향후 안랩 50주년, 100주년이 됐을 때 우수 보안 인재라면 누구나 안랩에 오고 싶어하는 그런 기반을 만들고 싶다고 생각한다. 국내 뿐 아니라 전 세계 천재 해커들이 구글이나 애플이 아닌, 안랩을 원하는 날이 오도록 지금부터 하나씩 노력해 나갈 것이다."

-안랩의 '먹고 사는' 문제도 좀 더 얘기해보고 싶다. 앞서 1조원 매출에 대해 얘기했었는데, 전 세계 인재가 선망하는 기업이 되려면 매출 1조 정도의 규모는 달성해야 하지 않겠나. 안랩이 1조 기업이 되기 위해 앞으로 무엇이 달라져야 한다고 보는가.

"솔직히 소프트웨어 만으로는 국내에선 1조 매출을 달성하기 힘들다. 시장 규모 자체가 따라주질 않는다. 결국 해답은 글로벌 시장이다. 우선 언어 문제가 참 커다란 장벽이다. 단순히 안랩 V3를 영어버전으로 출시한다고 될 일이 아니다. 해외 시장에 나간다는 것은 그 나라의 문화와 사회를 충분히 이해해야 한다는 의미이며 특히 보안 소프트웨어와 서비스는 그들의 '파수꾼'이 되는 것이기 때문에 언어 이상의 공감과 이해가 필요하다. 이런 부분에서 그동안 해외시장의 문을 끊임없이 두드렸던 안랩은 물론이고 우리 보안 업체 모두 언어와 문화, 사회 이해 등의 부분에서 부족했던 것 같다. 안랩도 이 부분에 대해 반성하고 있으며 그 괴리는 현지 파트너와의 협력을 통해 메꾸려고 노력하는 중이다. 시간이 필요한 부분이다."

-20주년을 맞아 새롭게 비전도 수립하고 자체 혁신 방안도 마련하고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데.

"안랩의 창업 정신은 '끊임없는 연구개발로 함께 사는 사회에 기여하는 것'이다. 이는 앞서 언급한 인재에 대한 우리 기업의 자세에서 읽었을 것으로 생각한다. 3대 핵심가치도 있다. 자기개발, 상호존중, 고객만족이 그것이다. 이 3대 가치는 직원들이 직접 만든 가치다. 때문에 어떤 상황에서도 변하지 않고 안랩 구성원 모두의 공감을 얻고 있다. 20주년을 맞아 새로운 비전을 설립할 때도 경영진 레벨의 하향식(Top-Down) 비전 제시로는 구성원의 공감을 얻지 못한다. 시간이 오래 걸리더라도 전 직원이 공감할 수 있는 안랩의 새로운 비전을 지금 찾고 있다. 이를 위해 전직원 워크숍을 대여섯차례나 열었고 어느정도 의견이 수렴된 상태다. 올해 안에 새로운 비전을 수립하고 선포할 계획인데, 8월이면 가능하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다."

정리=강은성기자 esther@dt.co.kr

■ 권치중 대표는…

◇학력

-고려대학교 경제학과 학사


◇주요 경력

-1983~1994 한국IBM

-1995~1995 다우기술 이사

-1996~1998 데이터제너럴코리아 이사

-1998~2002 SGI코리아 대표이사

-2002~2005 BEA시스템즈 영업총괄 부사장

-2006~2009 KT FDS 대표이사

-2010~2011 테크데이타 부사장

-2011~2013 안랩 국내사업 총괄 부사장

-2013.12~ 안랩 대표이사,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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