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준금리 인하 · 부동산 규제 완화 영향… 올 1분기말 기준 1100조 육박
기준금리 인하와 부동산 규제 완화의 영향으로 올 1분기 기준 가계부채가 1100조원에 육박했다. 직전 분기보다 약 12조원 증가한 규모다. 경제 전문가들은 폭증하는 가계부채가 우리 경제에 큰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한국은행은 올 1분기 말 기준 가계신용(부채)은 1099조3000억원으로 지난해 4분기 말(1087조7000억원)보다 11조6000억원(1.1%) 증가했다고 27일 밝혔다. 지난해 1분기와 비교하면 74조4000억원(7.3%) 늘어난 규모다.
가계신용은 가계가 진 빚을 가늠할 수 있는 통계다. 금융권의 가계대출과 결제 전 카드 사용금액(판매신용), 보험사·대부업체·공적금융기관 등의 대출이 모두 포함된다. 가계부채의 연간 증가액은 2011년 73조원으로 가장 많았고, 2012년 47조6000억원으로 감소하는 듯했지만, 주택담보대출(주담대)이 늘어난 영향으로 2013년(57조6000억원)부터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 4분기에는 가계부채가 29조8000억원 늘어 증가액이 분기 기준으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항목별 부채는 가계대출이 1040조4000억원으로 직전 분기보다 12조8000억원(1.2%) 증가했다. 이 가운데 예금은행의 주담대는 375조3000억원으로 9조7000억원 늘었다. 은행의 주담대 증가 규모는 지난해 1분기 2조원에서 2분기 7조4000억원, 3분기 11조9000억원, 4분기 15조4000억원으로 급증세를 보이고 있다.
신용카드로 상품을 구매하는 등의 판매신용은 59조원으로 같은 기간 1조2000억원(2%)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 4분기 2조7000억원 늘었던 신용카드회사의 판매신용은 올 1분기 1조3000억원 감소로 돌아섰다. 할부금융회사의 판매신용은 2000억원 늘었다. 판매회사의 경우 1000억원 증가에서 1000억원 감소로 전환됐다.
기관별 증감액은 예금은행이 지난해 4분기 17조7000억원에서 올 1분기 7조8000억원으로, 비은행예금취급기관은 5조2000억원에서 1조5000억원으로 각각 증가 폭이 많이 축소됐다. 예금은행의 경우 주택담보대출의 증가 폭이 15조4000억원에서 9조7000억원으로 줄었다. 지난해 4분기 2조3000억원 늘었던 기타대출은 올 1분기 1조9000억원 감소했다.
비은행예금취급기관의 기타대출은 5조2000억원에서 1조9000억원으로 증가세가 꺾였고, 주택담보대출은 4000억원 감소했다. 기타금융기관 등의 대출 증가 폭은 3조1000억원에서 3조5000억원으로 확대됐다.
한은은 가계 부채가 계속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15일 금융통화위원회 직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주열 한은 총재는 "가계부채가 늘어나는 속도가 빠르다"며 "앞으로 주담대 중심의 가계부채 증가세가 쉽게 꺾이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경제 전문가들은 가계부채가 우리 경제의 위험 요인으로 발전하기 전에 관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앞서 25일 서울 중구 남대문로 한은 본관에서 열린 경제동향간담회에서 한상완 현대경제연구원 대표, 안동현 서울대 교수 등은 "부실기업보다 부실 가계를 구조 조정하는 것이 어렵다"며 "가계부채가 거시경제의 위험으로 전이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고려해 가계부채를 관리할 필요성이 있다"고 말했다.
서영진기자 artjuck@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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