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기능식품 불신 확산
1조8000억원 시장 '흔들'
1조8000억원 시장 '흔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가짜 논란을 일으킨 백수오 제품 전수조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관련 파장이 관련 업종 전반으로 번지고 있다. 식약처는 백수오 파동을 계기로 건강기능식품(이하 건기식) 제도 전반을 손질하겠다고 나섰지만, 이미 기능성 식품 전체에 대한 소비자 신뢰가 추락한 상태에서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식' 사후 조치라는 비판이 일고 있다.
백수오 사태 직격탄을 맞은 홈쇼핑 업계는 식약처 전수조사 결과 발표 후에도 '잔량 환불' 정책을 고수하면서 환불 기준, 기한, 방식 등을 구체적으로 검토하기 시작했다. 일단 식약처가 이번에도 이엽우피소의 유해성 여부를 발표하지 않자 홈쇼핑 업계는 섭취한 제품까지 전액 환불할 법적 근거는 없다는 입장이지만, 환불 논란으로 인한 소비자 신뢰 하락은 상처로 남을 전망이다.
국순당, 농협 등 주류 및 건강식품 제조업체들도 비상이다. 대표 제품인 '백세주' 원료 시료 2건에서 이엽우피소 성분이 검출된 국순당은 자체 판매 중단을 결정하고 제품 회수에 나섰다.
'한삼인분' 제품에서 이엽우피소가 검출된 농협홍삼도 대책 마련에 나섰다. 농협홍삼 측은 "국내산 백수오를 중간 유통상을 통해 공급받아 홍삼에 첨가한 것"이라며 "식약처 발표에 당황스럽다"고 밝혔다. 회사 측에 따르면 한삼인분은 지난해 8월 출시된 제품으로, 국내 유통은 되지 않는 소량판매 제품이다. 판매량이 적어 지난 3월까지 판매하고 단종됐기 때문에 현재 유통되는 제품은 없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농협홍삼 측은 혹시라도 시중에 남아있을 지 모르는 제품 회수에 주력하고 소비자 요청이 있을 경우 환불해줄 계획이다. 이 가운데 식약처는 백수오 사태 재발을 막기 위해 건강기능식품 기능성 원료의 인정부터 제조·유통·사후관리에 이르는 전 과정에 걸쳐 개선안을 마련키로 했다. 우선 건강기능식품 기능성 원료나 성분으로 인정받았더라도 재평가를 거쳐 안전성과 기능성을 추가 입증토록 할 계획이다. 이엽우피소 등 가짜 재료 사용 문제뿐 아니라, 백수오 등 복합추출물 자체의 효능에 의문이 제기된 데 따른 대책이다. 이와 함께 의약품 안전성·유효성을 보증하기 위한 품질관리 규범인 '우수제품 제조관리기준'(GMP)을 신규 건강기능식품 제조업자에 의무적으로 적용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백수오와 이엽우피소같이 육안 구별이 어려운 원재료의 진위를 판별하는 기준과 시험법도 마련키로 했다.
하지만 건강기능식품에 대한 근본적 논의 없이 '사후약방문' 식 조치만으로는 소비자들의 마음을 돌리기 충분치 않다는 지적이다. 식약처 자료에 따르면 2013년 국내 건강기능식품 시장 규모는 1조7920억원에 달했다. 통계에 잡히지 않는 각종 식품군까지 포함할 경우 시장 규모는 이보다 2배 이상 클 것이란 게 업계 추정이다. 특히 백수오를 비롯, 식약처가 새로운 기능성 원료로 인정한 '개별인정형' 제품 생산량은 전년보다 29% 늘었다.
이 가운데 기능성 원료 효능 논란이 전립선 건강에 좋다고 알려진 '소팔메토'와, 장에 좋다는 '프로바이오틱스', 심혈관 질환 예방에 좋다는 '오메가3-지방산' 등으로 옮겨가고 있어 관련 업계를 더 긴장시키고 있다. 백수오 파동을 계기로 몸에 좋다고 알려진 건강기능식품의 실제 효능에 대한 임상적 근거가 없거나 부족하다는 의사들의 주장이 계속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유통업계에 따르면 이달 1∼15일 전국 주요 백화점과 대형마트의 건강기능식품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모두 감소했다. 특히 대형마트는 백수오 제품뿐 아니라 비타민, 홍삼 등 전반적으로 매출이 줄어들면서 두자릿수 이상 감소세를 보였다.
박미영·남도영기자 mypa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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