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룡 칼럼] 아름다운 우리 아이들의 게임을 위하여](http://contents.dt.co.kr/images/201505/2015051802102251614001[1].jpg "[김승룡 칼럼] 아름다운 우리 아이들의 게임을 위하여")
지난 5월5일 어린이날이었다. 초등학교 2학년인 아들 녀석에게 "어린이날이니 동물원에라도 가자" 했다. 아들 녀석 하는 말, "아빠, 차 막히고 복잡한데 그냥 집에서 쉬자." "아빠, 오늘 어린이날이니까 내가 하고 싶은 거 하게 해주고, 맛있는 거나 시켜 먹자, 응?" "네가 하고 싶은 게 뭔데?" 아들은 잠시 머뭇거리더니 이내 "게임"이라며 배시시 웃는다.
요새 아이들은 입에 은수저를 물고 태어나는 게 아니라 스마트폰을 물고 태어난다는 우스갯소리가 있다. 태어나면서부터 스마트폰을 접하는, 그야말로 디지털 세대다. 어르신부터 유치원생까지 전 국민이 스마트폰 한 대씩 지니고 다닐 정도로 스마트폰이 대중화하면서, 각 집안마다 요즘 부모와 아이들 간 전쟁이 벌어진다. 다름 아닌 '게임' 때문이다. 게임이 공부에 악영향을 미치니까 게임을 못하게 해야 할지, 아니면 소위 또래 집단에서 '왕따'를 당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 어느 정도 게임을 하게 해줘야 할지 부모의 고민이 깊다.
우리나라 어린이, 청소년 '행복지수'는 OECD 가입국 가운데 지난해까지 수 년째 최하위 수준이다. 유치원서부터 초·중·고교, 심지어 대학을 가서도 각종 학원에 밤 늦게까지 끌려다녀야 하는 우리 아이들의 행복지수가 높을 리 없다. 초등학생이면 마음껏 운동장을 뛰어다니고, 친구들과 놀이를 즐겨야 하는데, 우리 아이들은 그럴 시간이 없다. 학교 갔다 영어학원, 수학학원, 피아노학원 뺑뺑이를 돌고 오면, 집에는 산더미 같은 숙제가 남아 있다. 학원 갔다와 저녁 먹고 난 아들에 물었다. "숙제 많냐?" "응. 조금. 밤 11시까지 하면 될 거야."
이런 아이들이 잠깐 쉬는 시간에 가장 하고 싶고, 실제 가장 많이 하는 게 게임이다. 나는 아들과 함께 게임을 즐긴다. 물론 시간을 정해놓고 한다. 아들은 아빠와 게임 하는 시간이 가장 행복하다고 한다.
1990년대 '아우성'(아름다운 우리 아이들의 성을 위하여) 강사로 유명세를 떨친 구성애 박사는 어른이 자라나는 아이에 성을 금기시하고, 숨기려 하면 오히려 아이들 성 의식이 비뚤어지고 왜곡될 수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어릴 적부터 부모가 적극적으로 성에 대한 교육을 시키고, 성을 양지로 끌어내 건전한 성 문화를 만들어야 한다고 해 높은 공감대를 샀다.
게임도 마찬가지다. 아이에 게임을 금기시하고, 게임은 공부를 방해하는 나쁜 것으로 치부하면, 오히려 아이들은 더 게임에 몰입하고, 급기야 중독으로 가는 폐해를 유발할 수 있다는 게 전문가 지적이다. 오히려 부모가 함께 아이와 공개적으로 게임을 즐기고 대화를 나눴을 때 게임의 부정적 효과가 감소한다는 것이다. 2014년 미국 소아과학회에서 10~15세 5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했더니, 하루 1시간 이내 게임을 즐기는 아이들이 그렇지 않은 아이들보다 삶의 만족도, 사회적 관계 등에서 더 긍정적이더라는 결과가 나왔다고 한다. 물론 하루 3시간 이상 하는 경우, 부정적 영향이 높았다는 결과도 함께였다.
최근 한국경제연구원은 우리나라가 2012년 18세 이하 청소년을 대상으로 밤 12시가 넘으면 강제적으로 게임 접속을 차단하는 '셧다운제'를 도입한 이후, 지난해 국내 게임 시장 규모가 1조1600억원이나 줄어들었다는 연구결과를 밝혔다. 국내 게임시장 규모는 2004년 4조원대에서 2012년 9조7500억원 대로 급성장하다, 2013년부터는 내리막을 걸으며 지난해 9조5000억원 대로 줄었다. 게임 수출 규모도 2003년 1억7300만 달러에서 2012년 26억3900만 달러까지 증가했지만, 2013년 이후 성장률이 둔화하고 있다. 2013년 성장률은 2.9%였고, 지난해는 1.5% 추정된다. 게임을 중독물로 분류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오며 지난 몇 년 간 지속한 게임산업 규제가 게임의 긍정적 효과는 반감시키고, 산업만 위축시켜 수출과 일자리를 감소시키는 악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이다.
구성애 박사는 쾌락만 강조하는 현대의 '성 문화'를 비판하며, 생명과 사랑의 성 문화를 어른 세대가 만들어줄 필요가 있다고 했다. 게임도 단지 '쾌락'을 위한 수단이 아니라 서로 소통하고, 화합하는 건전한 문화로 만들어줄 의무가 부모에 있다고 믿는다. 강제 금지와 규제보다는 열린 마음으로 함께 보듬을 때 자녀도, 산업도 건강해질 것이다.
김승룡 정보미디어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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