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와 전망] 미 망중립성 정책이 시사하는 것](http://contents.dt.co.kr/images/201505/2015051802100151607001[1].jpg "[이슈와 전망] 미 망중립성 정책이 시사하는 것")
지난 5월 5일부터 7일까지 미국 시카고에서 열렸던 세계 최대의 케이블TV 전시회인 'intx 2015' 에 다녀왔다. 미국 케이블방송협회는 지난 수십년간 사용하던 'Cable Show'라는 행사명칭을 'intx'(internet and television expo)로 변경하고 초고속인터넷을 미래 주력산업으로 발전시켜 나가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북미 전체 케이블사업자의 초고속인터넷 가입자 수는 지난해 2분기부터 케이블방송가입자를 추월해 계속 증가하는 추세라고 한다. 이는 케이블사업자들의 인터넷망에 대한 지속적인 투자의 결과로서, 미국에서 케이블사업자는 더 이상 단순한 방송사업자가 아니며 업의 본질이 브로드밴드 사업자로 바뀌고 있음을 의미한다.
올 행사에서 특히 주목을 끈 이슈 중의 하나는 '망중립성'이었다. 토마스 휠러 미연방통신위원회(FCC) 의장이 기조연설을 통해 6월12일 발효하는 개정 망중립성 정책에 대해 설명을 하고 케이블사업자들에게 새로운 규정을 준수해 줄 것을 강력히 요청했기 때문이다. 그 동안 미국의 망중립성 정책은 여러차례 정부와 법원을 오가며 엎치락뒤치락 혼선을 빚어왔다. 그러나 연방통신위원회는 최종적으로 케이블사업자를 타이틀Ⅱ(공중통신통신사업자, common carrier)로 새로 분류하고 인터넷망의 개방과 차별없는 접속의 보장을 원칙으로 하는 망중립성 규정을 제정했다. 이로써 케이블사업자는 공중통신망 사업자로서 엄격한 규제를 받아야 하며, 트래픽 관리라는 이유로 자사 망에 접속하는 어떤 트래픽도 중간에서 임의로 조정하거나 통제할 수 없고 투명하게 망을 운영해야 하는 것이다. 이에 대해 케이블사업자는 즉각 반발하고 나서 법원에 여러 건의 소송을 제기했다. 망중립성 자체에 대한 반대보다는 공공사업자로 보고 Title II 규제를 적용하는 것에 대한 반발이 더욱 심한 것으로 드러났다. 통상 미국에서 법정싸움은 2~3년 이상 소요되기 때문에 그에 대한 결과가 언제 어떻게 나올 지 미지수이기는 하지만, 케이블 업계는 6월12일부터 인터넷망에 대해 훨씬 엄격한 규제와 감시를 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
또한 휠러 의장은 미국내 1, 2위 케이블사업자인 컴캐스트와 타임워너케이블의 합병에 반대한 이유도 밝혔는데, 인터넷 시장점유율이 과도하게 높아지게 되는 것을 우려한 결정이라고 한다. 양 사의 인터넷 가입자를 합하면 점유율 50%를 넘게 되어 공정한 경쟁 환경을 저해할 수 있다고 본 것이다. 과거 AT&T가 지배력을 남용해 접속을 방해해 세 번에 걸쳐 독점금지 소송을 제기하고, 결국 AT&T는 7개의 지역회사로 분할했던 선례가 이번 결정의 중요한 배경이 된 것으로 보인다.
이같은 미국의 통신정책은 앞으로 우리나라의 정책의 방향을 가늠해 볼 수 있는 중요한 바로미터가 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 정부가 망사업자의 지배력을 남용하지 못하게 하고, 망의 투명성과 개방성을 강조하는 이유는 인터넷을 이용하는 혁신적인 서비스가 지속적으로 나오기 위해서는 망에서 이런 저런 이유로 트래픽을 제어하거나 중간에서 이용을 저해해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 들어 급증하는 OTT나 mVoIP, 핀테크, SNS나 IoT 등 혁신적인 새로운 서비스들이 모두 인터넷망의 개방성을 통해서 실현되고 있어 이에 관한 정책이 분명하지 않을 경우 혁신 자체가 지체될 우려가 크다.
한편 우리나라는 미국보다 유무선 인터넷 인프라가 훨씬 더 빠르게 발전하여 LTE-A가 상용화되면서 초당 200~300Mbps 속도를 무선으로 제공 가능한 환경도 이미 구축됐다. 우리나라는 이와 같이 빠른 모바일인터넷망을 바탕으로 이동통신 사업자들이 결합상품을 무기로 모든 것을 지배할 수 있는 여건이 되어 있다. 이러한 지배력은 이동통신에 인터넷 서비스를 끼워서 팔고, IPTV를 끼워서 파는 등 결합서비스를 통해 시장구조를 왜곡시키고 지속적인 혁신을 저해하는 결과를 초래하여 사회적 문제로 부각하고 있다. 이러한 측면에서 지배력 남용을 근본적으로 금지하는 미국의 망중립성 정책은 우리나라 정책 수립에도 시사하는 바가 매우 크다 하겠다.
김창곤 한국디지털케이블연구원장
[ 저작권자 ⓒ디지털타임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