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 R&D 체계 대수술
정책 싱크탱크역 '과학기술정책원'도 설립
부처별 R&D 통합 체계적 정책 수립 ·추진
출연연 '나홀로 연구' 혁신·PBS 비중 축소
정책 싱크탱크역 '과학기술정책원'도 설립
부처별 R&D 통합 체계적 정책 수립 ·추진
출연연 '나홀로 연구' 혁신·PBS 비중 축소
정부가 연간 18조에 달하는 국가 연구개발(R&D) 사업을 효율화하기 위해 과학기술 컨트롤타워를 개편하는 등 국가시스템을 대수술한다. 정부 R&D 예산을 총괄 관리하는 '과학기술전략본부'를 신설하고, 과학기술 정책 싱크탱크 역할을 할 '과학기술정책원(가칭)'을 설립한다.
미래창조과학부, 기획재정부, 산업통상자원부는 13일 박근혜 대통령 주재로 열린 '2015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이런 내용을 골자로 하는 '정부 R&D 혁신방안'을 발표했다.
이러한 조치는 R&D에 막대한 투자를 하지만 연구성과의 질적 수준 떨어지고 경제적 부가가치 창출이 부족하다는 판단 때문이다. 우리나라 국가 R&D 투자는 지난 10년간 연평균 12%씩 증가해 2013년 기준 투자규모 6위(542억달러), 국내총생산(GDP) 대비 투자율 1위(4.15%)를 기록했지만, 기술무역수지는 OECD 최하위권이고, 연구생산성은 미국 3분의 1 수준이다.
◇사실상 '과학기술혁신본부' 부활=혁신방안의 핵심은 국가과학기술심의회를 재편해 R&D 컨트롤타워 기능을 강화한다는 것이다. 국가과학기술심의회 사무국을 미래부 내 별도 조직인 '과학기술전략본부(가칭)'로 분리·설치한다. 노무현 정부 때 과학기술부 내에서 과학기술 정책을 총괄하던 '과학기술혁신본부'와 유사한 조직으로 인사와 조직을 독립적으로 운영한다. 또 국과심 내 산업계 비중을 확대하는 한편, 중소기업청장을 심의회에 참여토록 하고 중소기업전문위원회를 설치한다.
최종배 미래부 창조경제조정관은 "큰 틀의 전략이 없는 상태에서 부처별 R&D 예산에 따라 정책을 추진하다 보니 사업화 등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며 "과학기술전략본부를 통해 체계적으로 R&D 정책을 수립하고, 투자 우선순위를 정하는 등 효율성을 높일 것"이라고 밝혔다.
과학기술 정책 싱크탱크 역할을 할 '과학기술정책원(가칭)'도 설립된다. 정책원은 과학기술 기획·평가를 맡은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과 과학기술 정책을 연구하는 과학기술정책연구원(STEPI),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의 정보수집·분석 기능을 통합해 설립하며 국과심과 과학기술전략본부 정책 지원을 하게 된다. 부처별로 분산된 18개 R&D 전문관리기관을 통합, 개편하는 방안도 추진된다. 구체적인 통합방식은 정해지지 않았으며 과학기술계 의견수렴을 거쳐 단계적으로 추진할 예정이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조직개편과 관련, 과학기술전략본부의 위상이 모호하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미래부 내 신설되는 전략본부가 부처 간 조율과 조정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있을지에 의문이라는 것이다. 또 정권 중반에 추진하는 정부 조직개편이 실효성이 있을 지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실제로 지난 정부 중반 비슷한 역할을 하도록 출범했던 '국가과학기술위원회'는 현 정부 들어 폐지됐다.
◇출연연 생태계 새 판 짠다=연구과제중심(PBS)제도와 '나홀로 연구'에 갇힌 정부출연연구기관 생태계 혁신에도 나선다.
우선 출연연의 정부재원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한국생산기술연구원 등 6개 산업기술 연구기관은 기업과제 수탁을 늘리고 이와 연계해 정부 출연금을 지원키로 했다. 6개 기관은 기업과제 비율을 현 14.2%에서 2018년 21%까지 확대한다. 아울러 PBS 비중을 축소하고, 고유임무 수행을 위해 출연금을 상향 조정하는 한편 중소·중견기업 R&D 지원을 강화한다. 출연연 인력 기업 파견을 확대하고, 중소기업 맞춤형 연구과제를 늘린다.
◇R&D 투자·평가도 '효율성'에 방점=아울러 연구단계별로 특화된 지원체계를 마련한다. 기초연구는 기초연구자 지원을 '연구자 맞춤형'으로 개선하고, 원천연구는 기업 수요를 전제로 한 과제 기획 및 국내외 시장 분석을 의무화한다. 상용화 연구는 기업 스스로 원하는 과제를 제시하는 '자유공모형'으로 전환하고, 일정 규모 이상 과제는 비즈니스모델을 제시하도록 한다.
R&D 과제 평가는 논문·특허 건수 중심의 양적 평가를 지양하고, 정성적 평가를 강화해 성과창출형 평가·관리체계를 도입한다. 이밖에 신속한 추진이 필요한 주요 R&D 사업은 예비타당성 조사를 면제하고, 3000만원 이상 국고지원 시설·장비는 국가에 귀속시킨다는 방안이다. 미래부는 이달중 관계부처와 함께 혁신방안 후속조치 계획을 마련하고, '정부R&D추진점검단'을 구성·운영할 예정이다.
이석준 미래부 제1차관은 "차질 없는 준비를 위해 전 부처가 참여하는 태스크포스팀을 구성해 구체적인 실행계획을 마련할 것"이라며 "가능하면 올 연말까지 정부조직개편 등을 비롯한 혁신방안들을 마무리하겠다"고 말했다.
백나영기자 100na@dt.co.kr
[ 저작권자 ⓒ디지털타임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