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방문후 소형차 1위 탈환
중국서는 중형차 판매 급증
러시아서는 '국민 브랜드'로 다음 행선지 브라질 급부상
올 상반기 정의선 현대차그룹 부회장(사진)의 발길이 닿는 곳마다 낭보가 끊이질 않고 있다. 러시아 루블화 폭락과 유로화 하락 등 글로벌 경영환경 악화가 지속하는 가운데서도, 정 부회장의 해외 순방이 곧 실적으로 이어지고 있어 다음 행선지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12일 현대차에 따르면 정 부회장이 올해 가장 먼저 찾은 지역은 미국이다. 정 부회장은 올 1월 미국 디트로이트모터쇼에 참가해 직접 단상에 올라 프레젠테이션을 하는 등 적극적인 행보를 보였다. 3월에는 정몽구 회장이 현장 생산·판매라인을 둘러보는 등 지원사격까지 이어졌다. 그 결과는 지난달 바로 나타났다. 현대·기아차가 미국의 소형차 시장에서 일본 닛산에 뺏겼던 정상 자리를 되찾은 것이다. 현대·기아차는 지난 4월 미국 소형차 시장에서 현대차 엑센트 8208대, 기아차 프라이드(현지명 리오) 2902대 등 모두 1만1010대를 팔아 지난해 4월보다 14.3% 증가한 실적을 기록하며 시장점유율 25%로 1위에 올랐다. 소형차를 구매하는 미국 소비자 4명 중 1명이 현대·기아차를 선택한 셈이다.
지난 3월에는 중국 창저우시에서 열린 현대차 중국 4공장 착공식에 참석해 중국 진출을 확대하겠다는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정 부회장은 현장에서 "이번 공장 설립을 계기로 그동안 중국 파트너들과 이루어 왔던 '현대 속도'와 '현대 기적'을 다시 쓰고자 한다"고 말했다.
중국에서는 중형차 시장에서 성적이 두드러졌다. 현대·기아차가 올해 1분기 중국 시장에서 판매한 차량 44만514대 가운데 쏘나타, K5 등의 중형차는 8만1311대로 18.5%를 차지해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지난해 1분기 중형차 비중이 15.6%였던 것과 비교하면 1년 사이 2.9% 포인트 증가한 수치다.
더욱이 정 부회장은 불안한 러시아 시장 내 지배력을 유지하기 위해 지난 11일 러시아로 출국하는 등 성장세에 채찍을 가하고 있다. GM이 러시아 공장을 닫고 닛산이 일시적으로 러시아 조업을 중단하는 등 장기화로 접어든 루블화 가치 하락으로 완성차 업체들의 탈러시아가 확산하고 있지만, 현대차는 현재의 위기를 기회로 활용해 러시아 국민 브랜드로 성장하는 기반을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이 같은 전략하에 현대차는 최근 약 100만명의 소비자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로 선정하는 '2015 러시아 올해의 차' 시상식에서 3개 차종이 수상하는 한편, 현대차 러시아법인이 '가장 사랑받는 대중차 브랜드'로 2년 연속 선정된 바 있다.정 부회장의 다음 행선지로는 브라질이 강력하게 부상하고 있다. 올 들어 급속도로 얼어붙은 브라질 자동차 시장에서 현대·기아차가 역대 최고 점유율을 기록하며 입지를 넓히고 있기 때문이다. 브라질자동차판매업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현대·기아차의 점유율은 8.7%로 1992년 브라질 시장에 진출한 이래 가장 높았다. 올 1~4월 누적 점유율도 8.3%로, 지금 추세라면 올해 처음으로 연간 점유율 8%대를 기록할 전망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불안정한 글로벌 경영환경에서도 현지생산과 마케팅에 박차를 가한 결과 수익성이 악화한 상황에서도 시장점유율은 높아지는 긍정적인 결과를 얻게 됐다"면서 "앞으로도 현지 전략형 모델 강화와 생산력 증대에 집중해 국제 경쟁력을 확보할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