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유보다 사용 중시… 제품·서비스 또래그룹과 SNS서 공유
마케팅 분야의 대가인 필립 코틀러(Kotler)는 사회구조가 복잡해지고 물질적으로 풍요로워질수록 소비자는 재미를 추구한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물질적으로 풍요롭지 못한 소비자들도 미디어와 IT기기 발전에 힘입어 기본적인 욕구를 줄이더라도 재미를 찾는 경우도 있습니다.
월급이 원화로 10만원이 안되는 인도의 가사도우미가 돈을 아껴 50만원짜리 스마트폰을 구입해 쉬는 시간마다 모바일 게임을 즐기고 중국 노동자들이 춘절에 고향에 가는 대신 지인들끼리 모여 파티를 즐기는 일 등입니다. 이유는 다르지만 지금 당장 즐길 수 있는 무언가를 찾아 소비하는 인구가 점차 증가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렇게 놀이 혹은 펀(Fun)를 원하는 소비자들을 가리켜 '플레이슈머(Playsumer)'라고 부릅니다.
◇ 소유보다는 즐기는 것이 우선
플레이슈머들의 특징으로는 우선 소유 보다 사용을 중요시 한다는 점입니다. 이들은 구매 결정 과정에서 '내가 이것을 가지고 어떻게 놀 수 있을까'를 먼저 고려합니다. 스마트워치의 구매목적이 조깅 혹은 자전거타기를 더 재미있게 하기 위한 것이라면 플레이슈머라 할 수 있습니다. 단순히 시간을 보기 위해서 스마트워치를 구매한 소비자라면 짧은 배터리 수명, 옷과 잘 어울리지 않는다는 등의 이유로 구매 결정을 후회할 것입니다.
플레이슈머들은 기존의 관습이나 고정 관념에 별로 신경 쓰지 않습니다. 프라다(Prada)의 패러디 브랜드인 프라우드(Proud) 로고가 크게 박힌 옷을 입고 다니는 소비자들이 그 예입니다.
플레이슈머들은 구매 과정 자체에서도 재미를 얻길 원합니다. 의류 브랜드인 홀리스터(Hollister) 매장은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마치 클럽에 온 듯한 착각을 느끼게 합니다. 단순히 옷을 고르는 것이 아니라 쇼핑하는 과정에서 큰 음악에 맞추어 고개를 끄덕이며 클럽에 온 느낌을 얻을 수 있습니다. 플레이슈머들은 직접적으로 의도하지는 않지만 주변 피어(Peer, 또래)그룹에게 많은 영향을 줍니다. 소비자들이 SNS 전체 공개를 통해 의도적으로 본인의 쇼핑 목록을 사진으로 자랑하는 것과 달리 플레이 슈머들은 구매한 제품 혹은 서비스에 대해 구매 과정부터 실제 사용 중 느꼈던 숨겨진 다양한 재미들을 비슷한 취향의 플레이슈머 그룹 내에서 공유함으로써 더욱 전문적이고 폭발적인 영향력을 미칠 수 있습니다.
◇ 음식·집·패션도 재미가 우선
플레이슈머들의 증가는 건강, 음식, 패션, 집, 그리고 직장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변화를 가져오고 있습니다. 운동의 경우 소위'몸짱'이나 '러너스 하이'를 느낄 수 있는 경지에 이르기까지는 너무 긴 시간 고통을 참아야 하고 재미를 느끼기 어렵습니다. 이와는 달리 기본적인 동작을 응용해 그룹과 함께 고강도 운동을 하는 크로스 핏(Cross Fit), 단체로 음악을 크게 틀고 강사의 구령에 맞춰 실내 자전거를 타는 스피닝(Spinning), 댄스와 에어로빅의 결합인 줌바(Zumba) 등은 이미 많이 알려진 플레이슈머 운동입니다.
플레이슈머들은 먹는 것에 있어서도 단순히 건강에 좋은 웰빙식을 먹거나 맛집을 찾아 다니는 것 보다는 만드는 과정에서도 재미를 추구합니다. 최근의 요리 프로그램들은 '냉장고를 부탁해' 처럼 시간제한과 대결을 통한 긴장감 있는 재미라든지 '삼시세끼' 처럼 시골 마을에서 솥, 아궁이 등을 이용해 '시골 스타일'로 음식을 만드는 과정을 편안하게 보여주는 재미를 줍니다. 음식업체들도 주방의 벽을 통유리로 교체해 만드는 과정을 보여주고 손님이 요리재료를 선택할 수 있는 등의 재미를 제공합니다.주거 공간에 대한 시각도 바뀌고 있습니다. 한국에서는 넓은 테라스를 강조한 아파트라든지 다락 같은 공간이 있는 복층구조의 아파트들의 등장이 그 예입니다. 아파트 단지와 일반 단독 주택의 장점을 결합한 타운하우스도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플레이슈머는 하지만 물질적으로 풍요로운 소비자들에게 국한되지는 않습니다.
무료 게임 앱, 음식 페스티벌 이벤트, 저렴한 SPA4브랜드 쇼핑, 게스트 하우스 숙박 등 돈이 많이 들지 않는 다양한 놀거리가 늘어나고 있습니다. 결국 노는 것에 대한 더욱 긍정적인 시각과 실제다양한 방법들이 IT 기술을 통해 빠르게 생성, 전달, 확산되면서 향후 플레이슈머들의 증가는 지속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호승기자 yos547@
자료 도움: LG경제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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