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능·고객보호 안중에 없어
예산은 24억원 책정하고도 절반에도 못미쳐
'저질' 솔루션에 시장 혼탁…성능·기술평가로 전환해야
예산은 24억원 책정하고도 절반에도 못미쳐
'저질' 솔루션에 시장 혼탁…성능·기술평가로 전환해야
금융사기나 부정 결제 등을 방지할 수 있는 '사기방지시스템(FDS; fraud detection system)'이 '최저가 입찰'이라는 덫에 걸려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금융권은 싼값에 시스템을 구축해 놓고 당국으로부터 책임만 피하려는 모습이다.
전문가들은 고객보호가 절대적인 금융관련 정보보안제품에 대해서는 최저가 입찰방식에서 벗어나 성능 및 기술평가 방식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29일 보안 및 금융업계에 따르면 FDS시스템이 카드사를 넘어 시중 은행, 보험 등 금융권 전반으로 확산하고 있으나, FDS 본연의 기능이나 성능보다는 무조건 '싼' 제품만 찾는 '최저가 입찰'이 진행돼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 성능이 떨어지는 저가제품이 시장을 혼탁하게 만드는 가운데, 최저가 입찰방식을 통해 저질의 FDS를 구축해 놓고 당국의 감시만 '면피'하려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이와 관련, 시중 은행 중 하나인 우리은행은 최근 FDS를 구축하는 과정에서 '최저가입찰'을 진행했다. 우리은행은 FDS 구축을 추진하면서 24억원의 예산을 책정했다. 하지만 입찰 과정에서 기술이나 성능평가(BMT)를 제대로 실시하지 않고, 결국 가격으로 업체를 선정해 총 사업비의 절반에도 못미치는 수준에서 낙찰자를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비단 우리은행 뿐만 아니라 올 들어 30여개의 금융사가 FDS 구축을 추진하고 보험이나 공공 분야 본인인증 등 타 분야로 빠르게 확산하고 있지만, 정작 구축 과정은 저가 출혈경쟁과 기술 가이드조차 만족하지 않는 '저질' 솔루션이 난무해 시장이 혼탁해지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 1분기 기준 국내 FDS 도입 금융사는 27곳이지만, 올해 안으로 32개의 금융사가 FDS를 추가로 구축할 예정이다. 카드사는 이미 FDS 도입을 완료했고 은행과 증권사가 올해 FDS 구축에 중점 나서고 있다. 보험 업계도 보험사기 방지 등을 위해 FDS 도입을 적극 검토하고 있으며 얼마 전 물의를 일으켰던 공공 아이핀 부정발급 사고 이후 행정자치부도 아이핀 발급시스템에 FDS를 도입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문제는 이처럼 FDS가 빠르게 확산하자 중소 솔루션 업체들이 자사 감사 소프트웨어나 분석 솔루션 등에 FDS 엔진 및 기술방식 중 일부만 채용해 FDS 상품이라고 재포장 해 우후죽순 출시하고 있다는 점이다. 금융보안원(구 금융보안연구원)이 지난해 8월 FDS 기술 가이드라인을 발표하면서 금융권에 도입해야 할 FDS는 이상 거래 탐지, 거래 패턴 및 단말기 분석 등에 있어 일정 수준 이상의 기술력을 보유해야 한다. 하지만 단기간 내 FDS를 도입하려는 금융사들은 성능평가나 기술 테스트조차 하지 않고 업체의 설명만 들은 뒤 가격으로 개발사를 선정해버리는 것이다.
FDS 관련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A전문업체 대표는 "금융사가 고객을 보호하려는 의지가 있다면 FDS 솔루션의 가격이 아니라 성능과 기술력을 중점적으로 살펴야 하지만 BMT조차 하지 않고 가격만으로 업체를 선정하는 것은 결국 FDS를 통한 고객 보호가 아닌 당국의 감시를 피하기 위한 면피성 구축에 불과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B업체 대표 역시 "빅데이터를 적용했다거나 감사 분석기능을 적용했다는 각종 FDS 솔루션이 난립하고 있지만, 중요한 것은 당국의 FDS 가이드라인을 기술적으로 충족시킬 수 있는지 여부"라면서 "금융사가 기술 테스트만 해 봐도 알 수 있는 부분을 입찰 과정에서 빼 버리고 가격으로만 선정하는 것은 결국 부실 FDS 구축으로 인한 이용자 피해만 늘리는 꼴"이라고 꼬집었다.
강은성기자 esther@dt.co.kr
전문가들은 고객보호가 절대적인 금융관련 정보보안제품에 대해서는 최저가 입찰방식에서 벗어나 성능 및 기술평가 방식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29일 보안 및 금융업계에 따르면 FDS시스템이 카드사를 넘어 시중 은행, 보험 등 금융권 전반으로 확산하고 있으나, FDS 본연의 기능이나 성능보다는 무조건 '싼' 제품만 찾는 '최저가 입찰'이 진행돼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 성능이 떨어지는 저가제품이 시장을 혼탁하게 만드는 가운데, 최저가 입찰방식을 통해 저질의 FDS를 구축해 놓고 당국의 감시만 '면피'하려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이와 관련, 시중 은행 중 하나인 우리은행은 최근 FDS를 구축하는 과정에서 '최저가입찰'을 진행했다. 우리은행은 FDS 구축을 추진하면서 24억원의 예산을 책정했다. 하지만 입찰 과정에서 기술이나 성능평가(BMT)를 제대로 실시하지 않고, 결국 가격으로 업체를 선정해 총 사업비의 절반에도 못미치는 수준에서 낙찰자를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비단 우리은행 뿐만 아니라 올 들어 30여개의 금융사가 FDS 구축을 추진하고 보험이나 공공 분야 본인인증 등 타 분야로 빠르게 확산하고 있지만, 정작 구축 과정은 저가 출혈경쟁과 기술 가이드조차 만족하지 않는 '저질' 솔루션이 난무해 시장이 혼탁해지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 1분기 기준 국내 FDS 도입 금융사는 27곳이지만, 올해 안으로 32개의 금융사가 FDS를 추가로 구축할 예정이다. 카드사는 이미 FDS 도입을 완료했고 은행과 증권사가 올해 FDS 구축에 중점 나서고 있다. 보험 업계도 보험사기 방지 등을 위해 FDS 도입을 적극 검토하고 있으며 얼마 전 물의를 일으켰던 공공 아이핀 부정발급 사고 이후 행정자치부도 아이핀 발급시스템에 FDS를 도입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문제는 이처럼 FDS가 빠르게 확산하자 중소 솔루션 업체들이 자사 감사 소프트웨어나 분석 솔루션 등에 FDS 엔진 및 기술방식 중 일부만 채용해 FDS 상품이라고 재포장 해 우후죽순 출시하고 있다는 점이다. 금융보안원(구 금융보안연구원)이 지난해 8월 FDS 기술 가이드라인을 발표하면서 금융권에 도입해야 할 FDS는 이상 거래 탐지, 거래 패턴 및 단말기 분석 등에 있어 일정 수준 이상의 기술력을 보유해야 한다. 하지만 단기간 내 FDS를 도입하려는 금융사들은 성능평가나 기술 테스트조차 하지 않고 업체의 설명만 들은 뒤 가격으로 개발사를 선정해버리는 것이다.
FDS 관련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A전문업체 대표는 "금융사가 고객을 보호하려는 의지가 있다면 FDS 솔루션의 가격이 아니라 성능과 기술력을 중점적으로 살펴야 하지만 BMT조차 하지 않고 가격만으로 업체를 선정하는 것은 결국 FDS를 통한 고객 보호가 아닌 당국의 감시를 피하기 위한 면피성 구축에 불과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B업체 대표 역시 "빅데이터를 적용했다거나 감사 분석기능을 적용했다는 각종 FDS 솔루션이 난립하고 있지만, 중요한 것은 당국의 FDS 가이드라인을 기술적으로 충족시킬 수 있는지 여부"라면서 "금융사가 기술 테스트만 해 봐도 알 수 있는 부분을 입찰 과정에서 빼 버리고 가격으로만 선정하는 것은 결국 부실 FDS 구축으로 인한 이용자 피해만 늘리는 꼴"이라고 꼬집었다.
강은성기자 esther@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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