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과학칼럼] 의과학 연구와 `퍼즐 조각 맞추기`](http://contents.dt.co.kr/images/201504/2015042902102251607001[1].jpg "[의과학칼럼] 의과학 연구와 `퍼즐 조각 맞추기`")
직소퍼즐이라는 것이 있다. 수백 개 또는 수천 개의 그림 조각들을 짜 맞춰서 원래의 큰 그림을 만드는 놀이이다. 조각을 다 맞추기 전에는 전체 그림이 무엇을 보여 주는지 알 수가 없다. 각 조각이 어느 부분에 해당하는지 알기 위해서는 조각들을 서로 맞대었을 때 그 위에 그려진 작은 그림들이 자연스럽게 이어지는지 확인해야 한다. 맞춰 본 조각들이 서로 자연스럽게 잘 연결되는 경우가 있는가 하면, 올바른 위치에 잘 맞춘 것 같아도 실제로는 틀린 조각이었음을 나중에 알게 되기도 한다.
의과학 연구를 수행할 때도 직소퍼즐 맞추기와 비슷한 일들이 일어난다. 의과학적 사실이라는 큰 그림을 가진 퍼즐을 맞추기 위해 많은 연구자들이 노력을 한다. 만약 특정 조각의 위치를 제대로 찾았고 그 조각이 주변 조각들은 무엇이 되어야 하는지 결정적 단서를 제공한다면 그것을 찾은 연구자는 매우 중요한 과학적 발견을 한 것이 된다. 반면에 비슷해 보이긴 해도 틀린 조각을 찾아서 놓으면 그 주변에도 연속적으로 틀린 조각이 놓이게 된다. 그렇게 되면 결국 그림 전체가 잘못 그려진다. 의과학적 사실이라는 퍼즐을 맞추는데 있어서 조각 하나하나가 얼마나 중요한지 알 수 있다.
그렇다면 왜 연구자들이 퍼즐을 잘못 맞추는 경우가 생기는 것일까? 우리 시대의 의과학 연구 가운데 상당수는 맨눈으로는 볼 수 없는 세계를 탐구하고 있다. 예를 들어, 바이러스와 면역세포 사이의 전투를 육안으로 볼 수 있는 사람은 없다. 이러한 경우에 연구자가 할 수 있는 최선은 다양한 실험기법을 사용하여 전투 상황에 대한 간접적인 증거들을 수집하는 것이다. 그렇게 수집된 증거 조각들을 잘 맞춰서 큰 그림을 만드는 시도를 하게 된다. 간접적 증거들로 이루어진 조각만을 사용하다 보니 직소퍼즐에 비해 난이도가 상당히 높아진다. 제 위치에 잘 맞는 조각을 찾을 수도 있지만 제 위치가 아닌 곳에 조각을 놓을 수도 있다.
연구 수행 과정의 이러한 오류를 없애기 위해서 연구자들은 실험 결과에 대한 치밀한 검증을 수행한다. 검증은 짧게는 몇 개월에서 길게는 수십 년이 걸린다. 일단 각 연구자들 스스로가 같은 실험을 수차례 반복하면서 1차 검증을 한다. 반복실험에서 결과가 재현이 되어야 발견한 내용을 논문으로 작성하여 투고한다. 학술지에 투고된 논문은 익명의 심사위원들에 의한 2차 검증 절차를 거친다. 이 과정에서 추가 실험이 요구되기도 하고 심지어는 논문의 게재가 거절되기도 한다. 이러한 과정을 통과하여 논문이 출판되어도 그 논문을 읽은 타 연구자들이 후속 연구를 하면서 지속적으로 논문의 결론을 검증하게 된다.
개별 연구자들의 연구만을 들여다보면 지금 당장은 그 연구가 무슨 의미가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 수도 있다. 퍼즐이 완성되기 전까지 우리는 각 조각들이 어떤 큰 그림을 보여주고 있는지 온전히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대부분의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자들을 보면 그들이 수십 년 전에 발표한 논문에 근거하여 상을 받은 것을 알 수 있는데, 그 논문들이 발표된 당시에는 대단한 조각을 발견했다고 칭송을 받기만 한 것은 아니다. 그러므로 개별 연구들이 쌓이고 모여서 하나의 큰 그림을 이루게 될 때에야 우리는 비로소 그 연구의 진정한 가치를 알 수 있다. 우리가 이러한 점을 이해하게 된다면 의과학 연구의 발전에 큰 보탬이 될 것이며 나아가 의과학 연구가 인류의 건강 증진에 이바지할 수 있도록 크게 도울 수 있을 것이다.
윤주천 이화여자대학교 교수(MRC 조직손상방어연구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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