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시장 점유율 지속하락에 양산 가능성에 무게
사진= 현대자동차 제공
정의선 현대자동차 부회장이 미국시장 선점을 위한 꺼내 든 승부수인 픽업트럭 콘셉트카 '싼타크루즈'의 양산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지난 23일 서울 양재동 현대차 본사에서 콘퍼런스 콜로 진행한 기업설명회(IR)에서 현대차는 올 초 디트로이트모터쇼에서 선보인 픽업트럭 싼타크루즈의 양산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현대차 관계자는 "북미 픽업트럭 시장은 자국 브랜드 점유율이 87%일 정도로 충성도가 높고, 아세아와 중동, 중남미도 일본 브랜드가 57%를 장악하고 있다"며 "픽업트럭 싼타크루즈의 출시는 이 같은 시장 상황을 면밀하게 검토한 후 조심스럽게 접근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지난 1월 디트로이트모터쇼에서 첫 공개할 당시 "양산 계획은 없다"고 단호하게 선을 그었던 입장과는 확연히 다르다. 현대차의 이 같은 태도 변화는 지속적인 미국시장 점유율 하락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의 미국 점유율은 2011년 5.1%를 정점으로 2012년 4.9%, 2013년 4.6%, 지난해 4.4%까지 떨어졌다. 올해 1월에는 사상 최다 1월 판매를 기록했음에도 불구하고 점유율은 3.9%에 그쳤다. 현대차가 상대적으로 미국 시장에 부진한 이유는 유락 하락에 힘입은 픽업트럭과 대형 스포츠유틸리티(SUV)의 판매 호조세에 대응할 만한 차종이 없었기 때문이라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지난해 미국 지역 픽업트럭 판매량은 2013년보다 10% 이상 증가했다. 신차 판매량 1650만대 중 225만대를 픽업트럭이 차지했다. 같은 기간 승용차 판매는 1.3% 증가에 그쳤다. 올해 초 발표한 상위 10개 판매 차량에도 1위부터 3위까지 픽업트럭이 차지했다. 포드 F시리즈는 1월 미국에서 전년보다 16.8% 상승한 5만4370대가 팔렸고, 쉐보레 실버라도(3만6106대), 램 픽업(2만8618대)이 뒤를 이었다.
지난 1월 미국 디트로이트모터쇼에 정의선 부회장이 직접 단상에 올라와 픽업트럭 콘셉트카 싼타크루즈를 공개하고 설명한 이유도 시장 상황에 따른 급박한 대응이었다. 싼타크루즈는 현대차가 1977년 포니 픽업트럭 이후 38년 만에 선보이는 픽업트럭으로, 철저히 미국 시장을 겨냥한 모델이다.
공개 이후 현지 반응은 긍정적이었다. 디트로이트모터쇼를 전후로 USA투데이, 블룸버그 등으로부터 '가장 주목할 만한 차'로 조명받았다. 하지만 극찬에도 불구하고 현대차 내부에서는 양산 착수에 대해 찬반 의견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표면적으로는 미국 토종 기업인 '빅3'(크라이슬러, GM, 포드)가 미국 픽업트럭 시장의 70%를 차지하고 있어 외국계 기업이 뛰어들 여지가 적다는 이유를 들고 있다. 하지만 이는 지금까지 모험과 도전의식을 강조했던 '현대차 스타일'과는 동떨어져 있다. 다만, 정 부회장이 특별히 공을 들이고 있는 특수 차량인 만큼, 기획 단계서부터 모든 면에 걸쳐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게 업계 안팎의 시선이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현대차는 내수는 물론 해외시장에서도 어려운 상황이 지속하고 있다"면서 "위기 속에서도 안정보다는 혁신과 도전을 강조했던 과거의 현대차 행보를 떠올려보면 미국 픽업트럭 시장에서도 뚝심 있는 결정이 내려질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노재웅기자 ripbir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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