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정책 신뢰 받으려면 과오 반복않는 설명 있어야
측정가능한 목표 제시하고 SW만능주의 논리 경계해야
얼기설기 얽힌 규제도 풀어 시장선점 적극 나서야
측정가능한 목표 제시하고 SW만능주의 논리 경계해야
얼기설기 얽힌 규제도 풀어 시장선점 적극 나서야
![[시론] `SW중심사회 정책` 현실성 있나](http://contents.dt.co.kr/images/201504/2015042702102351607001[1].jpg "[시론] `SW중심사회 정책` 현실성 있나")
정부는 우리나라를 SW중심사회로 만들겠다는 야심찬 목표를 제시하고 다양한 정책을 쏟아내고 있다. 예시되고 있는 것들을 보면 SW조기교육의 의무화를 비롯해서 대학의 고급 SW 교육의 강화, 사물인터넷(IoT) 시범단지의 조성, SW창업의 지원강화와 글로벌 진출의 지원, 토종 SW기업을 세계적 기업으로 육성하겠다는 목표와 그리고 굴뚝 산업에 SW 또는 IT를 접목하여 새로운 융합 사업과 기존산업의 고도화를 추진하겠다는 것으로 아마도 IT업계가 기대할 수 있는 모든 정책안들을 총 망라하고 있다.
그런데 이러한 요란한 정책들은 지금까지 IT 및 SW와 관련한 과거정권에서 기회 있을 때마다 내걸었던 정책목표와 수단을 다 모아 놓았다는 점에서 정말 정부(미래부)가 내거는 정책 목표와 수단이 충분한 고민을 통해 제시된 것인지 의구심과 함께 여러 면에서 아쉬움을 지우기 어렵다.
첫째, 정책인 현실성 있고, 신뢰를 받으려면 우선 우선 역대 정권에서 내걸었던 정책목표가 왜 실현이 안되었고 지금 새로운 정책은 그런 과오를 되풀이하지 않을지에 대한 명확한 설명과 이해가 있어야 한다. 단편적으로 우리나라 SW 사업체는 공급과잉이다. 그것도 인력 파견해주는 하청 생산의 영세업체가 수 만개를 넘는다. 공급이 넘치니 시장에서 제값도 못 받는다. 그런데 SW인력을 그것도 의무교육으로 양성하는 정책이 단기적인 수요 공급의 불일치를 정부가 어떻게 해소할 것인지 대책을 찾을 수 없다. 사실, 대접을 잘 받을 수 있는 수요만 있다면 고급 SW 인력은 정부가 나서지 않아도 노동시장이 먼저 움직인다. 닷컴 초기에 온라인 게임산업에 우수한 인재들이 몰려 들었던 것이 좋은 예이다. 그런데 정부는 수요에 앞서 공급을 키우겠다는 정책이다.
둘째, 정책이 제대로 시행되고 있고 자원이 낭비되지 않고 있다는 것을 판단하려면 정책의 목표가 구체적으로 측정가능한 지표를 바탕으로 제시되어야 한다. 정부의 정책으로 오늘날 세계적 SW기업을 만들 수 있는지는 논외로 하더라도 세계적인 SW기업이라면 어떤 기업을 세계적인 것이고 몇 개를 언제까지 성공 시키겠다는 것을 제시해야 옳다. 창조경제 성과의 반이 SW에 나오는 것이라면 정부는 창조경제에서 도대체 얼마의 성과를 목표로 하는지 제시했어야 하는데 어디에도 그런 지표는 알려진 적이 없다. 그런데 장밋빛 언어만 난무하고 그런 핵심지표나 연도별 달성목표가 없다.
셋째, SW의 중요성을 강조하다 보니 마치 SW만능주의적인 논리적 비약도 종종 발견하게 된다. 고급 SW인력이 좋은 SW만 만들면 국부가 저절로 생기고 경제가 활성화 될 것이라는 단순 논리다. 애플은 온라인 음원판매 앱의 성공을 기점으로 하여 크게 성공했다. 이러한 오늘날 앱은 누구나 손쉽게 만들 수 있지만 판매자와 소비자를 불러 모아 거래를 하게 하는 것은 어렵다. 애플은 경쟁사보다 잘 만든 MP3기기라는 우수한 하드웨어의 충성스런 고객이 있었기 때문에 이를 무기로 음원회사를 설득할 수 있었다. 닷컴 초기에 우리나라에서 먼저 시작된 많은 아이디어들은 이제 미국의 후발 서비스에 서서히 밀려나고 있다. 즉 사업적 성공은 SW를 넘어서는 자원과 비즈니스 능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웅변하고 있다.
넷째, 제시되는 정책들 중에는 정부가 나설 여건도 아니고 예산낭비일 가능성이 큰 사업들이 종종 있다. 사물인터넷(IoT) 시범단지 사업 같은 것이 그에 해당한다. 정부가 기술의 시범사업을 해야 하는 경우는 사업자체가 장래성이 크지만 위험이 커서 민간 기업이 투자를 주저할 경우이거나 민간기업에 그러한 기술력이나 자원이 없을 경우다. 하지만 현재 사물인터넷은 거의 모든 회사들이 성장동력으로 주목하고 있는 것이고 우리나라의 전자회사나 통신회사들이 자금이 없거나 기술력이 없어서 시범사업을 안하는 것이 아니다. 사내유보금이 넘쳐나고 신성장 동력을 찾으려고 혈안이 되어 있는 이들 기업들이 즐비한 영역에 정부가 시범사업을 해 봐야 프로젝트 비로 연명하는 좀비기업을 위한 예산낭비일 가능성이 크다.
다섯째, 정말 SW사업에 대규모 투자가 이루어지고 있지 않는 이유는 규제로 인하여 시장이 없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사물인터넷이 기대하는 대표적인 사장은 의료와 금융이다. 그런데 의료와 금융은 우리나라에서 산업이랄 수도 없을 정도로 온갖 규제하에 놓여 있다. 원격진료의 시범사업 후에 의료계의 반발로 무산된 사례가 이를 웅변하고 있다. 시장이 없으니까 기업들이 투자와 R&D를 안하고 있는 것이다. 최근에 정부는 클라우드컴퓨팅 발전법을 제정하고, 크라우드 펀딩 도입을 위한 자본시장법 개정안 등을 검토하기 시작하고 있다. 그런데 이러한 기술이 새로운 유행어가 되었을 때에는 이미 선진국에서는 수년 또는 십년 이상의 연구와 사업의 성공 사례가 있었을 때다. 그런데 그 이후에야 특별법을 만들어야 사업을 해 볼 수 있다. 당연히 미지의 기술에 대해 정부가 특별법을 만들 수는 없다. 특별법이 통과된 때는 너무 늦어서 세계적인 시장 선점 기회는 희박하다. 규제개혁 때마다 정부가 말로만 했던 정부가 명시적으로 금지하지 않는 모든 영역에서의 자유로운 실험과 사업이 가능하도록 네거티브 규제 시스템으로 대전환이 있어야 하고 특히 서비스 산업에서는 이해당사자들을 설득할 수 있어야 한다. 불행하게도 이러한 가장 근본적이고 시급한 현안에 대해서는 미래부의 발표에서 뚜렷한 의지나 프로그램이 보이지 않는다. 이러한 점들이 SW중심 사회를 위한 정부의 정책이 선뜻 신뢰가 가지 않는 이유들이다.
이병태 KAIST 경영대학 교수·KAIST청년창업투자지주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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