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화영 칼럼] `ICT 골든타임` 다 놓치기 전에](http://contents.dt.co.kr/images/201504/2015042702102260727001[1].jpg "[심화영 칼럼] `ICT 골든타임` 다 놓치기 전에")
열이 끓는 아이를 두고 나간 엄마의 심정이라면 다급했을 것이다. 9박12일 콜롬비아·페루·칠레·브라질 등 남미4개국 순방을 마치고 오늘 박근혜 대통령이 돌아온다.
긴 여정 동안 민심은 흉흉하다. 세월호 1주기에 지구 반대편으로 날아간 대통령의 선택에 여론은 싸늘하고, 대통령 부재 시 국정을 맡아야 할 총리는 봄꽃보다 빨리 졌다. 반둥회의 등 국내외 주요 현안을 제칠 만큼 이번 남미 순방이 국익을 위한 절체절명의 순간에 이뤄졌다고 생각하는 이는 많지 않은 듯하다.
그러나 정보통신기술(ICT) 업계가 이번 순방을 바라보는 시각은 좀 다르다. 5000만 내수시장은 좁고 포화상태로 4분기 연속 0%대 저성장이다. 경제를 이끄는 두 축인 내수와 수출 모두 빨간불이 들어온 지 오래다. ICT업계 입장에서 본다면 최대 경제사절단이 동행한 이번 순방은 국가 정상이 만사를 제쳐 두고 지원에 나서준 형국이다. 성과도 숨가쁘게 나왔다. 방문국마다 양해각서(MOU)가 쏟아지며 ICT 분야의 사업지도를 넓혔다. UN선정 전 세계 1위에 빛나는 전자정부도 예외가 아니다. 콜롬비아·페루가 우리정부와 전자정부 MOU를 맺었다. 정부 관료는 "콜롬비아 뿐 아니라 페루·칠레의 열기도 대단했다"면서 "성의를 조금만 갖고 챙겨주면 대박이 날 수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현지에 동행했던 기업들은 정부와는 달리 차분하다. 아직 면밀히 살펴야 할 게 많다는 입장이다. 개발도상국에 대한 공적개발원조를 넘어 의미 있는 수익을 내야 하는 기업들의 잣대로 본다면 해당 국 사업들은 당장 성과를 내기는 어려운 상태다. 페루 이민청 출입국 전체사업 '출입국관리시스템'은 시범사업도 아직 공고 전이고, 이 나라의 형사사법 정보체계를 단일화하는 '형사사법시스템' 사업 역시 발주 시점이 미정이다.
지난달 대통령의 중동 순방 때도 할랄시장 개척에 교두보를 마련했다며 '제2의 중동 붐'을 예고하면서 분위기를 띄웠지만, 정부가 공언했던 할랄시장 개척은 지지부진하다. 기업들이 조심스러운 것은 이런 선례들 때문이다. 한국 전자정부는 2000년대 초반 대통령 어젠다로 위상이 높았던 적도 있다. 전문가들은 현재 한국 전자정부가 최고라는 평가를 받는 건 당시의 성과 때문이라고 말한다. 지금은 첨단 ICT 기술과 새 행정개혁 패러다임을 반영해 '리모델링' 해야 된다는 위기의식이 많다. 차세대 전자정부를 고민해야 할 골든타임을 놓치면 글로벌 리딩은 어려워진다. 그나마 행정자치부는 전자정부 제 2도약을 위한 5개년 발전계획을 올해 말까지 내놓을 계획이다.
전자정부를 새마을운동과 묶어 행정한류로 개도국에 전파하겠다는 것도 다 좋다. 그러나 정작 수출로 이어지려면 해당 국가들의 특수성을 이해하고 꿰뚫는 날카로움과 정확한 정보가 필요하다. 대중교통이 정거장을 무정차 통과하는 세계 최악의 혼잡 도시 콜롬비아 보고타에 교통ICT를 공급한 과거 국내기업의 사례에서 보듯 상대의 니즈(Needs)를 파악하는 게 먼저다. 부패로 주저앉은 중남미 경제에 우리 ICT기업들이 원격의료시스템을 수출할 지, 투명한 행정시스템을 전파할 지 따져봐야 한다. 개도국은 대부분의 정보를 통제하고 있는 현지 사정으로 기업들이 실속 있는 정보를 구하기가 쉽지 않다. 이 부분에서 정부의 도움이 긴요하다.
중남미든, 중앙아시아든 풍부한 자원을 가진 개도국들은 한국의 ICT를 전수 받는 데 관심이 많다. 기업인들을 거느리고 외국을 찾는 순방외교는 화려하지만 난이도는 낮다. 체결 후 관리가 안 되는 MOU는 공염불이다. 내우외환에 국민들의 눈총을 받으며 중남미까지 나가 추진한 순방이라면 더욱 결실로 이어져야 한다. 이번 세일즈 외교 성패의 골든타임은 지금부터다.
심화영기자 dorothy@
[ 저작권자 ⓒ디지털타임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