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컬 3.0] 의료융합산업 글로벌 전략 `규모의 경제`](http://contents.dt.co.kr/images/201504/2015042202101476788001[1].jpg "[메디컬 3.0] 의료융합산업 글로벌 전략 `규모의 경제`")
대한민국 의료 산업 경쟁력의 원천은 우수한 고급 의사인력, 그리고 저수가 체제 하에서 생존하기 위해 특화된 의료서비스의 '규모의 경제'다.
선진국보다 매우 낮은 의료수가 체계에서 의료기관이 생존하기 위해 택한 길은 대규모 진료를 통해 비용을 절감하고 수익을 키워 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이다. 세계 어느 나라에 가도 대한민국의 초대형 병원처럼 2000∼3000명의 입원실을 80% 전후 가동률로 운영하는 경우를 발견하기 어렵다.
이런 대규모 병원이 선진국에 비해 뒤떨어지지 않는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은 경이로운 현상이다. 미국이나 독일로 환자를 송출하던 중동국가들이 우리나라에 환자를 보내기 시작하는 것은 상대적으로 저렴한 비용에 우수한 결과를 보장한다는 사실 때문이다.
단순히 큰 병원을 건설한다고 대규모 진료가 가능한 것은 아니다. 이런 결과가 가능한 이유는 바로 충분히 공급되는 고급 의료인력 덕분이다. 매년 대학 입시생의 상위 1% 이내 고급 자원이 3000명 이상 의과대학에 입학하며, 이들은 10년 정도의 교육 기간을 보내면 고급 전문 의료인력(전문의)이 된다.
현재 활동하는 의사 수는 2012년 현재 약 8만7000여명, 이중 전문의가 95%, 박사학위 소지자가 약 17%다. 우리나라 의사 수는 1000명당 2.1 명으로 OECD 평균 3.2명보다는 적지만 질적 수준은 다른 나라와 상대가 되지 않을 정도로 우수하다. 10년간 수련 받은 전문의가 의과대학 졸업 후 바로 진료를 시작하는 일반 의사보다 진료 수준이 높은 것은 당연하다. 여기에 디지털 의료기술과 각종 의료융합 신기술이 가세하면서 대한민국 의료는 더욱 효율화되고 있다. 작게는 하루 100명 이상을 보는 의원에서 만 명 이상 진료하는 초대형 병원에 이르기까지 규모의 경제 구현은 대한민국 의료의 특징이며 강력한 경쟁력이다.
물론 짧은 시간에 많은 환자를 진료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전문의 진료를 위해 1달 이상 예약을 기다리고 암 수술을 위해 1년을 기다리는 사회주의 의료시스템보다는 더 많은 사람에게 고급의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의료보장 시스템이라고 생각된다.
대한민국 의료융합 산업은 규모의 경제 구현을 중심으로 의료서비스 산업 글로벌 진출 마스터플랜을 세워야 한다. 의료산업 발전 전략은 우리나라 대기업의 세계 일류화 과정을 교훈으로 삼아야 한다. 국내에서 형성한 자산을 바탕으로 세계 시장을 적극적으로 개척했던 교훈을 다시 연구해야 한다. 일본 국내시장에 안주해 글로벌 경쟁력을 잃은 일본의 '갈라파고스 증후군'도 반면교사로 생각해야 한다.
국내 의료기관은 규모의 경제를 구현하고 있지만 의료융합 산업은 아직 그렇지 못한 상태다. 1년 매출 수십억 남짓의 의료ICT 업체들이 난립하고 다양한 아이디어를 가진 벤처회사들은 마땅한 투자를 유치하지 못해 사라지고 있다. 의료정보시스템 수출 시 선제적인 자본 투자도 불가능한 상황이다. 대자본의 해외 업체와 경쟁하기 위해서는 우리나라 의료융합 산업도 덩치를 키워야 한다. 단순한 의료 디지털 솔루션 사업뿐 아니라 의료 유통, 금융 등도 결합해 선진국을 상대로 하는 규모의 경제를 구현해야 한다.
이제 규모의 경제를 구현해 해외진출에 주력하는 대한민국 의료융합 산업의 새로운 돌파구가 이뤄져야 한다. 대한민국 의료시장은 아직 성장 가능성이 크지만 기존 이익집단이 너무 강력하게 고착된 상태여서 한정된 규모의 경제자원을 나눠 먹는 과정이 반복되는 일본의 갈라파고스화 과정을 그대로 답습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규모의 경제를 확보하기 위해 시너지가 가능한 의료융합 업체들이 합병하고, 이 과정에서 큰 자본을 가진 유통, 금융기업이 투자해 대형 기업이 만들어져야 할 것이다.
'사이클로스포린'을 개발한 작은 제약회사 '산도스'가 '노바티스'로 성장한 과정을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다. 1996년 글리벡을 개발 중인 '시바-가이기'를 합병하고 대규모 투자 유치와 흡수합병으로 덩치를 키워 20년이 안 되는 짧은 기간에 화이자, 바이엘을 압도하는 세계 최대 의료복합기업이 된 과정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눈앞의 단기 이익을 확보하기 위한 소극적 노력보다는 더 큰 목표를 위한 의료융합 산업 규모의 경제 실현을 누군가가 주도해야 할 것이다. 우리나라 의료복지의 미래를 위해서라도 지금 바로 시작해야만 한다.
김성수 연세의료원 의료정보실장 안과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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