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존심 대신 `실리`… 애플에 빼앗긴 시장탈환 의지
브랜드 가치 세계 7위 '삼성' 로고 스스로 삭제
미·서양 추종 '맥아더 신드롬'·혐한분위기 극복
밑바닥부터 다시 시작하겠다는 '제로 전략' 구사
브랜드 가치 세계 7위 '삼성' 로고 스스로 삭제
미·서양 추종 '맥아더 신드롬'·혐한분위기 극복
밑바닥부터 다시 시작하겠다는 '제로 전략' 구사
삼성전자가 오는 23일 일본에 갤럭시S6를 출시할 예정인 가운데, '삼성'이라는 브랜드 로고를 지우고 '갤럭시'라는 이름만 전면에 내세우기로 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세계 7위 브랜드 가치를 지닌 삼성이 자신의 로고를 지우면서까지 일본에 스마트폰을 출시하는 것은 삼성이 일본 시장에서 애플에 빼앗긴 자존심을 회복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드러내는 것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일본 현지 시장 분위기를 반영해 밑바닥에서부터 다시 시작하겠다는 '제로' 전략을 펼치겠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일본이 최근 과거사 문제로 우리나라와 사이가 극도로 좋지 않은 상태인 점을 감안한 것이기도 하지만, 그만큼 스마트폰 사업 위기를 정면 돌파하겠다는 경영진의 의지를 담은 것으로도 읽힌다.
이와 함께 전격적으로 '삼성' 브랜드를 지우기로 한 이면에는 1945년 원폭과 종전 이후 7년간 미국 지배를 받으면서 '맥아더 신드롬'이라고 불릴 정도로, 미국과 서양을 추종하고 아시아를 한 수 아래로 보는 일본의 콤플렉스를 극복하고자 하는 의지가 담겼다는 분석이다.
동양 제품을 사지 않으려는 폐쇄적 일본 시장을 뚫기 위한 고육지책이기도 하다.
시장조사업체 인터브랜드는 지난해 삼성전자의 브랜드 가치를 애플, 구글, 코카콜라에 이어 세계 7위, 45억달러(약 5조원)를 지닌 것으로 측정했다. 일본 기업 중에선 도요타가 8위로 가장 높다.
전문가들은 삼성의 이런 높은 브랜드 가치가 유독 일본에서는 질투심을 자극해 오히려 해가 된다고 분석한다. 강소영 한국외대 일본어과 교수는 "일본은 서양과 자신을 동일시하고, 아시아를 한 수 아래로 보는 뿌리 깊은 자국 중심주의와 우월주의가 짙다"며 "자국 소니를 비롯한 전자업계 전체가 가라앉는 상황에서, 삼성의 활약을 차라리 몰랐으면 하는 인식이 있다"고 말했다. 한국이 아무리 TV와 휴대전화, 자동차를 세계 최고 수준으로 만들어도 일본인이 사지 않는 데는 이 같은 뿌리 깊은 역사적 인식이 깔려 있다는 분석이다.
시장조사업체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에 따르면 지난해 일본 스마트폰 시장에서 미국 아이폰의 점유율은 40.8%로 독보적 1위를 기록하고 있다. 삼성(5.6%), LG, HTC 등 아시아 기업을 합친 점유율은 10%에도 이르지 못한다.
일본인의 '미국추종, 서양 동일시, 아시아 배제'라는 인식은 최근 한일 간 과거사를 둘러싼 갈등을 넘어 50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일본은 1500년대 쇄국 정책을 펼치던 에도막부 시절, 네덜란드로부터 소총을 받아들여 1592년 조선을 침공한다. 메이지유신 역시 같은 맥락이다.
서양문명을 일찌감치 받아들여 아시아에서 가장 먼저 근대화에 성공한 국가로 등극하며, '우리는 아시아와 다르다'는 인식이 생기기 시작한다. 이를 바탕으로 국력을 키운 그들은 '일본이 세계 최고다'는 자신감을 갖게 되고, 2차대전을 일으키며 미국과 전면전을 치른다.
박용구 한국외대 교수는 "일본의 근대화는 '탈아입구'(아시아를 벗어나 유럽으로 진입)에서 시작해 '탈아입미'(아시아를 벗어나 미국으로 진입)에 이르는 과정"이라고 말했다. 일본은 히로시마에 원자폭탄을 맞고 미국에 패배한 1945년부터 1952년까지 7년간 맥아더 장군의 미군정 점령기를 겪으며 '맥아더 신드롬'이 발생했다.
맥아더 장군은 '국화와 칼'로 유명한 루스 베네딕트의 조언을 받아들여 일본을 점령, 모든 사회체제를 미국식으로 뜯어고치면서도 전쟁 최대 책임자인 일왕을 살려준다. 원폭에 대한 두려움과 미국식 사회체제의 합리성은 일본인 무의식에 미국에 대한 두려움과 존경이라는 이중적 감정을 뿌리 깊게 각인했다.
일본은 자신이 미국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우월한 서양 문화권에 속하고, 아시아는 열등하다는 인식을 이 때부터 갖게 됐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브랜드를 가리는 삼성의 전략이 일본에서 성공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박 교수는 "네이버 메신저 '라인'은 네이버라는 한국 회사의 이름을 철저히 가리고 일본에서 성공한 사례"라며 "삼성도 이런 전략을 벤치마킹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말했다.
박지성기자 jspark@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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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7위 브랜드 가치를 지닌 삼성이 자신의 로고를 지우면서까지 일본에 스마트폰을 출시하는 것은 삼성이 일본 시장에서 애플에 빼앗긴 자존심을 회복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드러내는 것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일본 현지 시장 분위기를 반영해 밑바닥에서부터 다시 시작하겠다는 '제로' 전략을 펼치겠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일본이 최근 과거사 문제로 우리나라와 사이가 극도로 좋지 않은 상태인 점을 감안한 것이기도 하지만, 그만큼 스마트폰 사업 위기를 정면 돌파하겠다는 경영진의 의지를 담은 것으로도 읽힌다.
이와 함께 전격적으로 '삼성' 브랜드를 지우기로 한 이면에는 1945년 원폭과 종전 이후 7년간 미국 지배를 받으면서 '맥아더 신드롬'이라고 불릴 정도로, 미국과 서양을 추종하고 아시아를 한 수 아래로 보는 일본의 콤플렉스를 극복하고자 하는 의지가 담겼다는 분석이다.
동양 제품을 사지 않으려는 폐쇄적 일본 시장을 뚫기 위한 고육지책이기도 하다.
시장조사업체 인터브랜드는 지난해 삼성전자의 브랜드 가치를 애플, 구글, 코카콜라에 이어 세계 7위, 45억달러(약 5조원)를 지닌 것으로 측정했다. 일본 기업 중에선 도요타가 8위로 가장 높다.
전문가들은 삼성의 이런 높은 브랜드 가치가 유독 일본에서는 질투심을 자극해 오히려 해가 된다고 분석한다. 강소영 한국외대 일본어과 교수는 "일본은 서양과 자신을 동일시하고, 아시아를 한 수 아래로 보는 뿌리 깊은 자국 중심주의와 우월주의가 짙다"며 "자국 소니를 비롯한 전자업계 전체가 가라앉는 상황에서, 삼성의 활약을 차라리 몰랐으면 하는 인식이 있다"고 말했다. 한국이 아무리 TV와 휴대전화, 자동차를 세계 최고 수준으로 만들어도 일본인이 사지 않는 데는 이 같은 뿌리 깊은 역사적 인식이 깔려 있다는 분석이다.
시장조사업체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에 따르면 지난해 일본 스마트폰 시장에서 미국 아이폰의 점유율은 40.8%로 독보적 1위를 기록하고 있다. 삼성(5.6%), LG, HTC 등 아시아 기업을 합친 점유율은 10%에도 이르지 못한다.
일본인의 '미국추종, 서양 동일시, 아시아 배제'라는 인식은 최근 한일 간 과거사를 둘러싼 갈등을 넘어 50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일본은 1500년대 쇄국 정책을 펼치던 에도막부 시절, 네덜란드로부터 소총을 받아들여 1592년 조선을 침공한다. 메이지유신 역시 같은 맥락이다.
서양문명을 일찌감치 받아들여 아시아에서 가장 먼저 근대화에 성공한 국가로 등극하며, '우리는 아시아와 다르다'는 인식이 생기기 시작한다. 이를 바탕으로 국력을 키운 그들은 '일본이 세계 최고다'는 자신감을 갖게 되고, 2차대전을 일으키며 미국과 전면전을 치른다.
박용구 한국외대 교수는 "일본의 근대화는 '탈아입구'(아시아를 벗어나 유럽으로 진입)에서 시작해 '탈아입미'(아시아를 벗어나 미국으로 진입)에 이르는 과정"이라고 말했다. 일본은 히로시마에 원자폭탄을 맞고 미국에 패배한 1945년부터 1952년까지 7년간 맥아더 장군의 미군정 점령기를 겪으며 '맥아더 신드롬'이 발생했다.
맥아더 장군은 '국화와 칼'로 유명한 루스 베네딕트의 조언을 받아들여 일본을 점령, 모든 사회체제를 미국식으로 뜯어고치면서도 전쟁 최대 책임자인 일왕을 살려준다. 원폭에 대한 두려움과 미국식 사회체제의 합리성은 일본인 무의식에 미국에 대한 두려움과 존경이라는 이중적 감정을 뿌리 깊게 각인했다.
일본은 자신이 미국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우월한 서양 문화권에 속하고, 아시아는 열등하다는 인식을 이 때부터 갖게 됐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브랜드를 가리는 삼성의 전략이 일본에서 성공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박 교수는 "네이버 메신저 '라인'은 네이버라는 한국 회사의 이름을 철저히 가리고 일본에서 성공한 사례"라며 "삼성도 이런 전략을 벤치마킹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말했다.
박지성기자 jspark@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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