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민옥 칼럼] 임종룡식 금융개혁에 대한 온도차](http://contents.dt.co.kr/images/201504/2015040602102251699001[1].jpg "[한민옥 칼럼] 임종룡식 금융개혁에 대한 온도차")
임종룡 금융위원장이 금융개혁을 기치로 광폭 행보를 보이고 있다. 취임 직후 금융감독원을 방문한 이래 금융노조 방문, 핀테크 현장간담회 개최, 금융개혁 관련 회의 참석 등 거의 하루도 빼놓지 않고 현장 일정을 소화하고 있다. 또 금융위 간부들에게 업무보고 시 현장 점검 내용을 같이 보고하도록 지시했다. 임 위원장의 이 같은 행보는 평소 "현장에 답이 있다"는 소신에 따른 것으로 긍정적으로 평가된다. 실제 '탁상공론'에 빠져있던 금융당국에 어느 정도 변화의 바람을 불어넣고 있는 모습이다.
문제는 현장과의 온도차다. 최근 금융당국의 금융개혁 현장점검반 방문을 받은 한 금융사 직원은 "차라리 안 왔으면 좋겠다. 할 말도 없고, 한다고 해도 개선될 것으로 기대 안 한다"고 푸념했다. 금융당국에서 사람이 나온다고 하니 이것저것 준비하기 귀찮은 일개 직원의 하소연으로 치부하기에는 금융현장의 금융당국에 대한 불신의 뿌리가 너무 깊다.
금융개혁은 반드시 해야 한다. 하지만 그에 앞서 금융당국은 현장과 신뢰부터 회복해야 한다. 신뢰는 금융사를 몇 번 방문한다고 해서 갑자기 생기는 게 아니다. 신뢰 회복의 첫 단추는 정책의 일관성이다. 그동안 정권이 바뀌고 수장이 바뀔 때마다 손바닥 뒤집듯 바뀌는 금융정책은 현장의 불신을 키우기 충분했다.
지난해 제2의 KB금융 사태를 막기 위해 내놨다가 재계의 반발에 슬그머니 후퇴한 '금융회사 지배구조 모범규준'을 비롯해 이틀 만에 뒤엎어버린 50만원 초과 금액 신용카드 결제 시 신분증을 제시하도록 한 약관 개정, 최경환 경제부총리의 말 한마디에 완화한 LTV(주택담보인정비율)·DTI(총부채상환비율) 규제 등 조변석개한 금융정책의 사례는 수없이 많다.
여전히 논란이 일고 있는 하나-외환은행의 조기 통합도 마찬가지다. 신제윤 전 금융위원장은 당초 노사 합의를 조기 통합 승인의 선결 조건으로 제시했다가, 어느 순간 기다릴 만큼 기다렸다며 합의 없는 승인 가능성을 내비쳤다. 이에 힘입어 하나금융은 통합 승인 신청서를 제출했으나 법원은 노조의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여 통합 추진 중단을 결정했다. 결과적으로 금융당국이 일관되지 못한 모습을 보이면서 금융사 경영의 불확실성을 키운 셈이다.
금융개혁의 핵심 중 하나인 핀테크발 금융IT 규제 완화도 따지고 보면 대통령의 말 한마디에서 시작한 것이다. 지난해 3월 박근혜 대통령이 규제개혁 장관회의에서 불필요한 규제 때문에 중국인들이 천송이 코트를 구입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본격화된 게 바로 핀테크 규제 완화다. 대통령의 지적 후 금융당국은 부랴부랴 대책 마련에 나서 액티브엑스와 공인인증서 의무화, 사전 보안성 심의제도 등을 폐지했다. 조만간 핀테크 활성화의 최대 걸림돌로 지적되고 있는 금융실명제, 금산분리법 등에 대한 완화도 어느 정도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아직도 많은 금융사와 IT기업들이 반신반의하고 있다. 대통령의 관심이 사라지면 금융당국의 핀테크 기조가 언제 어떻게 바뀔지 모른다고 것이다. 이미 일각에서는 임 위원장 취임 후 '안심전환대출' 등 현안에 밀려 금융당국의 핀테크 의지와 속도가 급격히 떨어지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임 위원장은 왜 금융현장에서 진심으로 금융당국의 방문을 환영하지 않는지 생각해야 할 것이다. 해답은 금융당국의 잃어버린 정책 신뢰도를 회복하는 데에서부터 찾아보길 권한다. 그러려면 무엇보다 임 위원장이 중심을 잡아야 한다. 현장의 진정한 공감을 이끌어 내지 못하는 금융개혁과, 그를 핑계로 한 현장 방문은 이슈 몰이에 불과할 뿐이다.
한민옥 금융증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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