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 고유식별번호인 주민번호에 이어 대체 인증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는 아이핀이 공공연하게 암거래되고 있다는 디지털타임스 취재 결과는 매우 충격적이다. 암거래상으로부터 아이핀, 비밀번호, 실명과 주민번호 앞자리가 담긴 정보를 개당 2000원에 구매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단 30분에 불과했다.
주민번호가 불안해 이를 대체할 수단으로 만든 또 다른 식별번호 아이핀이 해커들의 먹잇감으로 돈벌이 대상이 된 것이다. 더 놀라운 것은 구매한 아이핀으로 공공기관 사이트에 회원가입과 로그인이 가능했다는 점이다. 물론 주민등록등본 출력 등 행정서비스를 받기 위해선 공인인증서 확인 등 별도의 과정을 거쳐야 하지만, 회원가입과 로그인이 가능하다는 사실만으로도 심각성을 드러낸다.
아이핀은 전 국민 개인당 평균 5번씩은 '털렸다'는 주민번호 대신 정부가 '대체 인증 수단'이라며 이용을 적극 권장했다.
그런데 어쩌다 이 지경이 됐나. 모든 것은 도입 당시 경솔함에서 비롯된다. 주민등록번호를 기반으로 한 사회 각계의 뿌리 깊은 '본인인증' 체계를 개선하지 않고, 정보 유출 사건이 벌어질 때마다 악화된 여론을 무마하는데 급급했다.
정부는 주민등록번호 이용과 수집을 줄여야 정보유출의 고리를 끊을 수 있다며 법률로 주민등록번호 수집을 원천 금지했다. 지난해 8월 7일 '주민등록번호 법정주의'를 천명한 개정 개인정보보호법에 따라서다. 하지만 사회 각계와 산업 현장에서 주민등록번호의 쓰임새는 생각보다 광범위하고 뿌리 깊었다. 궁여지책 끝에 정부는 이전에 만들어 뒀던 아이핀을 '대안'이라고 내세웠다.
이전까지 아이핀은 개인정보보호법보다 2년 앞서 주민등록번호 수집을 금지했던 정보통신망법에 따라 게임, 쇼핑몰 등에서 제한적으로 이용돼 왔다. 공공서비스를 받기 위한 본인 인증, 로그인에는 공공 아이핀이 이용됐지만 7년간 이용자가 400만명이 채 되지 않을 정도로 이용이 저조했는데, 주민번호 수집 금지에 따라 아이핀 이용이 급증한 것이다.
그런데 아이핀은 처음부터 많은 문제가 노정돼 있었다. 시스템에 대한 보안 투자는 전혀 이뤄지지 않았고 동시에 많은 접속자가 몰렸을 때 안정적으로 시스템을 운영할 수 있는 능력도 없었다. 그런데도 정부는 아이핀을 주민등록번호 대신 활용하라고 권장했다. 해커 입장에서는 주민등록번호 대신 아이핀이라는 주체만 바뀌었을 뿐이다. 오히려 허술한 시스템에서 관리되고 있는 아이핀은 해커가 시스템을 공격하도록 하는 원인마저 제공했다. 한마디로 해커의 놀이터를 제공한 셈이다.
이제 우리는 아이핀이 해킹당하고 암거래된다고 해서 정부가 섣부르게 또 다른 '대안'을 모색할까 오히려 걱정이다. 임시방편, 땜질식 처방은 또 다른 위험을 만들 것이기 때문이다.
근본 대안은 게임을 하거나 쇼핑을 하려 해도, 홈페이지 하나를 가입하거나 게시판에 글을 쓰려 해도 '당신이 본인이 맞는가'라는 본인 인증을 끊임없이 요구하는 관행, 국내 ICT 생태계 자체에 있다. 본인인증 체계를 근본적으로 개선하는 것만이 개인정보 유출로 인한 국민의 피해를 최소화 하는 방안이다. 멀고 험난한 길이지만 반드시 가야 할 방향이다. 지름길은 없다. 섣부르게 도전했던 '아이핀 지름길'은 대실패로 끝났다. 이제라도 정부는 주민등록번호 체계를 전면 개편하고 우리 사회에 뿌리 깊은 본인 인증 기반의 생태계 체질 개선에 나서야 한다.
주민번호가 불안해 이를 대체할 수단으로 만든 또 다른 식별번호 아이핀이 해커들의 먹잇감으로 돈벌이 대상이 된 것이다. 더 놀라운 것은 구매한 아이핀으로 공공기관 사이트에 회원가입과 로그인이 가능했다는 점이다. 물론 주민등록등본 출력 등 행정서비스를 받기 위해선 공인인증서 확인 등 별도의 과정을 거쳐야 하지만, 회원가입과 로그인이 가능하다는 사실만으로도 심각성을 드러낸다.
아이핀은 전 국민 개인당 평균 5번씩은 '털렸다'는 주민번호 대신 정부가 '대체 인증 수단'이라며 이용을 적극 권장했다.
그런데 어쩌다 이 지경이 됐나. 모든 것은 도입 당시 경솔함에서 비롯된다. 주민등록번호를 기반으로 한 사회 각계의 뿌리 깊은 '본인인증' 체계를 개선하지 않고, 정보 유출 사건이 벌어질 때마다 악화된 여론을 무마하는데 급급했다.
정부는 주민등록번호 이용과 수집을 줄여야 정보유출의 고리를 끊을 수 있다며 법률로 주민등록번호 수집을 원천 금지했다. 지난해 8월 7일 '주민등록번호 법정주의'를 천명한 개정 개인정보보호법에 따라서다. 하지만 사회 각계와 산업 현장에서 주민등록번호의 쓰임새는 생각보다 광범위하고 뿌리 깊었다. 궁여지책 끝에 정부는 이전에 만들어 뒀던 아이핀을 '대안'이라고 내세웠다.
이전까지 아이핀은 개인정보보호법보다 2년 앞서 주민등록번호 수집을 금지했던 정보통신망법에 따라 게임, 쇼핑몰 등에서 제한적으로 이용돼 왔다. 공공서비스를 받기 위한 본인 인증, 로그인에는 공공 아이핀이 이용됐지만 7년간 이용자가 400만명이 채 되지 않을 정도로 이용이 저조했는데, 주민번호 수집 금지에 따라 아이핀 이용이 급증한 것이다.
그런데 아이핀은 처음부터 많은 문제가 노정돼 있었다. 시스템에 대한 보안 투자는 전혀 이뤄지지 않았고 동시에 많은 접속자가 몰렸을 때 안정적으로 시스템을 운영할 수 있는 능력도 없었다. 그런데도 정부는 아이핀을 주민등록번호 대신 활용하라고 권장했다. 해커 입장에서는 주민등록번호 대신 아이핀이라는 주체만 바뀌었을 뿐이다. 오히려 허술한 시스템에서 관리되고 있는 아이핀은 해커가 시스템을 공격하도록 하는 원인마저 제공했다. 한마디로 해커의 놀이터를 제공한 셈이다.
이제 우리는 아이핀이 해킹당하고 암거래된다고 해서 정부가 섣부르게 또 다른 '대안'을 모색할까 오히려 걱정이다. 임시방편, 땜질식 처방은 또 다른 위험을 만들 것이기 때문이다.
근본 대안은 게임을 하거나 쇼핑을 하려 해도, 홈페이지 하나를 가입하거나 게시판에 글을 쓰려 해도 '당신이 본인이 맞는가'라는 본인 인증을 끊임없이 요구하는 관행, 국내 ICT 생태계 자체에 있다. 본인인증 체계를 근본적으로 개선하는 것만이 개인정보 유출로 인한 국민의 피해를 최소화 하는 방안이다. 멀고 험난한 길이지만 반드시 가야 할 방향이다. 지름길은 없다. 섣부르게 도전했던 '아이핀 지름길'은 대실패로 끝났다. 이제라도 정부는 주민등록번호 체계를 전면 개편하고 우리 사회에 뿌리 깊은 본인 인증 기반의 생태계 체질 개선에 나서야 한다.
[ 저작권자 ⓒ디지털타임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