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케어 창업 키우는 `투자 생태계` 미흡

산업특화 금융 전무… 창업률 4년째 감소
특허·임상연구 등 체계적 지원 방안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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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스케어 창업 키우는 `투자 생태계` 미흡

#이스라엘 창업기업 바이오센스는 창업 초기 단계에 요즈마펀드로부터 100만달러의 투자를 유치해 4년 뒤 투자금액의 30배 수준인 4억3000만달러에 존슨앤드존슨(J&J)에 매각됐다. 같은 펀드에서 150만달러와 80만달러를 투자받은 의료장비 벤처기업 엑스테크놀로지와 인플루언스는 각각 2억달러와 4600만달러에 매각됐으며, 24만달러를 투자받은 인스텐트는 나스닥에 상장됐다.

이처럼 세계적으로 가장 유망한 창업분야이자 투자처로 손꼽히는 헬스케어 분야의 창업 바람이 국내에서는 '미풍'에 그치고 있다.

24일 보건산업진흥원의 '헬스케어 산업 창업 동향과 활성화 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헬스케어 분야 창업기업 숫자는 2010년을 기점으로 감소세로 돌아섰고, 창업률은 7%대에 정체하고 있다.

2010년 362개였던 창업기업 수는 2011년 331개, 2012년 317개로 감소했으며, 전체 활동기업 중 창업기업이 차지하는 비중 역시 2010년 9.2%를 정점으로 2011년 7.9%, 2012년 7.3%로 내려앉았다. 특히 2009년 11.2%를 기록했던 제약 분야 창업률은 이후 계속 감소했다.

◇헬스케어 창업에 돈 몰리는 선진국=헬스케어 산업은 특성상 창업부터 성공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며, 창업 단계에 상당한 자금이 투자돼야 한다. 때문에 이러한 위험에도 불구하고 자본을 투입할 수 있는 특화된 엔젤투자 또는 벤처투자 생태계가 필요하지만, 국내 헬스케어 벤처 기업에 대한 투자는 선진국에 비해 한참 저조한 실정이다.

국내 바이오·의료 분야 벤처캐피털(VC) 투자 비중은 2010년 7.7%(840억원)에서 2013년 10.6%(1463억원)로 증가했고, 지난해 바이오 투자 인기가 살아나면서 17.9%(2928억원)까지 성장했다. 하지만 최근 5년(2008∼2012년)간 바이오·의료 분야 투자가 전체 투자의 46%(62억8100만달러)를 차지한 미국이나 60%인 유럽과 비교하면 아직 한참 못 미치는 수준이다.

◇헬스케어 특화 지원정책 절실=헬스케어에 특화된 지원정책이나 체계적인 지원시스템이 부족한 것도 창업 열기를 끌어올리지 못 한다는 지적이다.

ICT 기술을 융합한 '디지털 헬스'를 중심으로 창업 붐이 일고 있는 미국의 경우 헬스케어 창업기업을 전문 육성하는 '헬스케어 엑셀러레이터'가 등장해 투자를 이끌고 있다. 2011년 설립된 락헬스(Rock Health)를 시작으로 세계적으로 115개, 미국에만 87개 업체가 생겨난 헬스케어 엑셀러레이터들은 헬스케어 분야 특성을 고려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다.

벤처 투자 강국인 이스라엘의 경우 헬스케어에 특화된 인큐베이터를 전역에 배치해 창업기업을 육성하고 있다. 정부 주도 기술 인큐베이팅 프로그램 26개 가운데 16개가 헬스케어 분야에 특화돼 있으며, 헬스케어 산업의 특성을 고려해 지원기간과 지원자금을 차등 운영하고 있다. 이러한 정책은 업계의 활발한 창업으로 이어져 전체 VC 투자에서 20% 비중을 유지하며 이스라엘의 4대 주요 투자분야 중 하나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미래창조과학부와 중소기업청에 따르면 국내에 활동하는 스타트업 엑셀러레이터 20여개 가운데 헬스케어 분야에 특화되거나 투자를 집중하는 곳은 전무하다. 정부의 창업 지원 역시 창업공간 대여 중심의 하드웨어 지원이나 일반 제조업 중심 서비스를 하고 있다.

현재 전국에 설치된 282개 창업보육센터 가운데 24개 헬스케어 특화센터가 운영 중이지만, 주로 입주자에게 저렴한 사무공간이나 시설을 제공하는 데 초점을 두고 있어 한계를 갖고 있다. 청년창업사관학교와 창업선도대학 지원사업도 일반 제조업 창업 전 단계에 걸친 지원서비스만 제공돼 헬스케어 분야 창업에 반드시 필요한 임상연구와 인허가, 특허출원, 안전관리 등은 지원받기 힘들다.

◇규제·제도 미흡도 발목=세계적으로 'IT 헬스' 창업이 늘고 있지만 국내에서는 '원격의료' 허용이 지연되는 등 법·제도 기반이 마련되지 않아 벤처 창업을 가로막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최근 혁신기술을 융합한 새로운 제품과 서비스가 쏟아지고 있지만, 허가당국은 아직 새로운 규제기준을 제시하지 못해 기존 의료서비스나 의료기기와 동일한 규제를 적용하고 있다.이와 달리 미국은 올 초부터 헬스케어 모바일 앱과 웨어러블 기기 등 디지털 헬스케어 관련 식품의약국(FDA) 인허가 기준을 전향적으로 완화하고 있어 전문가들은 빠르게 성장하는 헬스케어 시장에 더욱 가속도가 붙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승민 보건산업진흥원 연구원은 "국내 헬스케어 창업이 활성화되지 못한 가장 큰 원인은 정부의 엄격한 규제 적용에 있다"며 "단순한 의료정보 제공이나 건강관리용 제품 및 서비스에 대해서는 합리적이고 전향적인 규제 적용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남도영기자 namdo0@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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