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패키지화로 별도 지급
일본, 제품보다 보안 우선시
한국도 '제값주기' 실천해야
일본, 제품보다 보안 우선시
한국도 '제값주기' 실천해야
■ 구멍 뚫린 국가정보보호 체계
(5) 제값 다 주는 해외 SW문화
매년 2000억원이 넘는 예산을 보안시스템 신규 구축에 쏟아붓고 있지만 정작 '보안성 유지'를 제대로 하지 않아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는 시스템이 대다수다. 정부는 보안성 유지를 위한 예산조차 책정하지 않고 있다. 이러다 보안 사고가 발생하거나 사이버 공격이 산발적으로 일어나면 보안 업체들만 비상 동원돼 '무료 봉사'를 하기 일쑤다. 업계는 반복되는 공짜 업데이트와 보안서비스에 등골이 휜다.
정보보호 선진국은 보안 체계 구축에 대한 강한 의지와 함께 과감한 투자를 하는 것은 물론, 시스템 구축 이후 보안성 유지에도 상당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제품 가격의 최대 50%에 달하는 서비스 비용을 별도 계약을 통해 지급하는 등 '제값 주기'도 이들에겐 당연한 일이다.
24일 디지털타임스가 지식정보보호산업협회(KISIA)와 함께 해외 정보보호 서비스 대가 지급에 대한 부분을 조사한 결과 미국이나 일본은 최소 20% 이상의 서비스 비용을 지급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먼저 미국은 제품의 하자보수를 중심으로 하는 기본적인 유지보수 업무 외에 정보보호 서비스 업무를 패키지화해 별도 비용을 지급하고 있다.
사용자와 공급자간 서비스수준계약(SLA; Service Level Agreement)을 체결, 도입가의 평균 20~30%에 해당하는 비용을 지급하는 것.
실제로 미국 정부기관 등에 광범위하게 납품되고 있는 네트워크보안회사 F사의 실 제품 도입 및 SLA 계약조건을 보면 2만5000달러 수준인 장비 가격 외에도 제품의 설정 변경이나 설치를 하는 'SI' 비용으로 도입가의 20%인 5104달러를 추가 지급하도록 돼 있다. 여기에 연간 서비스 요금은 기본 구성의 28%를 적용해 7145달러가 기본 계약에 명시, 적용된다. 즉 2만5000달러 장비를 사려면 연간 서비스 비용과 설치비용까지 합산해 총 3만7769달러를 내야만 하는 것이다. 제품 도입 2년째부터는 서비스 비용으로 도입가의 20%를 추가로 매년 받는다.
F사가 글로벌 네트워크 보안업체로 명성을 날릴 수 있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충분한 비용을 받고 제품을 판매하며 이후 서비스 역시 제값을 받을 수 있다 보니 자금을 변종 해킹 기술 연구나 신기술 개발에 전폭적으로 투자할 수 있게 되고 이는 업체의 경쟁력으로 되돌아오는 것이다.
일본은 제품 구입 비용보다 보안 수준을 우선시 하는 SLA 중심의 정책을 전개하고 있다. 업무 특성별 서비스 제공 기준에 따른 비용을 책정하고 사용자가 필요로 하는 정보보호 서비스 명시 및 소요비용을 개별적으로 체결하고 있는 것이다. 아울러 정보보호 제품의 유지관리에 대해서 통상 20%이상의 대가 적용을 발주요건에 명시하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의 경우 같은 수준의 가격인 2500만원 상당의 네트워크 보안제품을 공공기관에 납품하려면 정부 예산 자체가 '상용 제품 가격'이 아닌 '조달 단가'로 책정된다. 조달 단가는 디지털타임스 조사 결과 시장가의 15분의1 수준인 가격도 있었다.
▶본지 2014년12월18일자 1면 참조
이마저도 경쟁 입찰 방식을 통해 '최저가 납품'을 유도한다. 2500만원의 가격을 정부 기관에서 제대로 받았다는 보안 업체는 사실상 없는 셈이다. 물론 1년간 유지보수는 '공짜'이며 2년째부터 제공되는 서비스는 도입가의 5~8% 수준으로, 이마저도 제대로 유지보수 계약을 하지 않고 방치라는 경우가 대다수라는 것이 업계의 전언이다.
심종헌 지식정보보호산업협회장은 "보안 산업은 단순히 산업이나 국가 경제력 차원에서 볼 것이 아니라 국가 안보 차원에서 봐야 하는 문제다. 보안 산업이 약하고 업계가 부실하면 사이버 안보에 심각한 위협이 될 수 있다"면서 "정부 차원에서 보안성 유지를 위한 예산을 조속히 확보하고 정보보호 선진국처럼 '제값 주기'를 실천해야 비로소 사이버 안보체계를 확립할 수 있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강은성기자 esther@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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