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적 대가기준 없어 '인력등급' 기반 노임 그대로 적용
부처별 보안관제 예산감소로 대다수 '헐값 서비스' 전락
"정보보호 제품과 별도로 서비스 계약 기준도 마련해야"
부처별 보안관제 예산감소로 대다수 '헐값 서비스' 전락
"정보보호 제품과 별도로 서비스 계약 기준도 마련해야"
■ 구멍 뚫린 국가정보보호 체계
(3) 홀대받는 사이버 감시 인력
업무의 중요성에 비해 홀대받는 대표적 업종이 정보보호 서비스다. 정보보호는 하드웨어나 소프트웨어로 구성된 솔루션 외에 관제, 컨설팅, 진단 등 서비스 부분 또한 어느 산업보다 중요하다. 하지만 적정 대가를 산정할 수 있는 기준이 없어 초급, 중급, 고급 등으로 서비스 인력에 대한 '등급'을 매기고 '머릿수 세기' 방식으로 대가를 준다. 더 큰 문제는 이같은 전 근대적 방식에 의해 구분된 등급과, 그 등급에 대한 대가마저도 제대로 지급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정보보호 서비스 부문은 서비스 제공 인력의 학력이나 경력에 따라 일괄 구분한 '초·중·고·특급'의 등급제를 적용하고 있다. 지난 2010년 옛 지식경제부는 '보안관제 전문업체 지정 등에 관한 공고'를 통해 보안관제 인력에 대한 등급 기준을 제시했다. 4년제 대학교를 졸업하거나 전문학사(전문대) 학위를 취득한 후 2년 이상 정보보호 유관경력을 보유한 인력이 '초급' 기술자다. 당시 지경부는 소프트웨어 개발 분야에 적용되던 '소프트웨어 노임단가'를 기준으로 정보보호 인력에 대한 '등급제별 단가 기준'을 만들었다. 소프트웨어 업계는 관련 인력에 대한 각종 폐단을 양산해 공식적으로 노임단가 적용을 폐지한 상태지만, 정보보호 분야 구형 기준을 그대로 적용한 단가표를 2015년 현재 적용하고 있다.
이에 현 공공기관에 적용되는 관제 서비스 가격은 소프트웨어 노임 단가를 기반으로 한 '직접인건비'와 제경비(직접인건비 110%)에 기술료(직접인건비+제경비의 20%)를 더한 값으로 단순 산정된다. 보안관제 서비스를 전문으로 제공하는 A업체 관계자는 "현재 관제서비스 및 전문인력에 대한 독자적 대가기준이 없는 상태"라며 "인력등급 기반의 소프트웨어 노임 단가기준을 활용해 맨먼스(머릿수 세기) 방식의 대가구조로 진행되고 있는 실정"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 "이 기준도 제대로 된 대가를 반영하지 못하는데, 이마저도 고객사별 운영예산 비용에 맞춰 제경비 및 기술료 비율이 하향 조정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고 토로했다
그마저 부처별 보안관제 예산이 감소하다 보니 등급별 단가마저 제대로 적용되지 않고 헐값에 서비스를 받는 곳이 대다수다.
업계에 따르면 17개 정부 중앙부처의 보안관제 관련 예산은 2013년에 비해 2014년 대부분 감소했다. 2015년 보안관제 예산 역시 감소하는 추세다. 2014년의 경우 전년도에 3.20 및 6.26 사이버테러가 연이어 발생해 사이버 위협 대응을 위한 보안관제 중요성이 높아졌지만 정부 예산은 이를 외면했다. 실제 정부 중앙부처는 법률에 따라 개별 '사이버안전센터'를 구축, 운영하고 있는데 이에 대한 관제 예산을 대부분 줄인 것으로 나타났다. 예산감소는 올해도 이어졌다는 것이 업계의 설명이다.
특히 제값을 받지 못하고 있는 부분은 '부가서비스'다. 또 다른 보안관제 전문업체 B사는 "보안 관제는 계약 시간별로 사이버 침해 위협 등에 대한 '감시, 모니터링' 등이 주 서비스이지만, 관제 계약을 체결한 '고객사'는 침해 대응, 진단, 모의해킹, 운영, 기획, 개발까지 전혀 다른 보안 서비스도 당연하다는 듯 (공짜로)요청한다"면서 "사실 업계도 제대로 된 대가기준이 없다 보니 고객사의 요청에 제 값을 요구하지도 못하고 '관계개선'을 위해 공짜로 서비스를 해 주고 있다"고 덧붙였다.
제대로 된 정보보호 서비스 대가를 지급하려면 '서비스 수준별 계약(SLA)'을 체결해야 하지만 이 역시 쉽지 않다. SLA 초급을 계약해 놓고 버젓이 고급 서비스를 요구해도 이에 응하지 않을 수 없는 구조라는 것이다. B사 관계자는 "저가 항공사를 이용하면서 특급 항공의 기내식과 서비스를 달라고 요구하는 공공기관이나 기업이 대부분"이라면서 "사실 고객사 역시 정보보호 서비스가 모두 개별 서비스이고 별도 단가가 있다는 것 조차 알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호소했다.
따라서 관제 서비스에 대한 대가 정상화를 위해서는 정보보호제품과 별도로 관제서비스 노임단가 기준을 마련하고 계약 방식 개선하는 등 대안 수립이 요구되고 있다.
강은성기자 esther@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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