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대 어젠다] IT·인터넷 등 자본 종속 우려… 산업혁신·포트폴리오 다각화 필요
■ 창간 15주년 기획-15대 어젠다
(11) 중국자본의 '역습'
쏟아져 들어오는 중국 관광객 '요우커'처럼, 중국 자본도 어느새 국내 산업 깊숙이 들어온 지 오래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2월 기준으로 중국이 보유하고 있는 한국 상장 채권은 15조6990억원으로, 미국 다음으로 높다. 중국 자금의 국내 유입 속도는 점차 빨라지는 상태다. 이제 중국은 과거 우리의 생산기지 역할을 하는 나라를 넘어, 무시무시한 기세로 국내 시장에 침투하는 '큰 손'이 됐다.
그러나 국내 산업계는 이같은 중국 자본의 침투에 사실상 손을 놓고 있다. 최근 2~3년 사이 산업 곳곳에서 '차이나 머니' 대한 경계심이 높아지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이를 막을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중국 자본과 한국시장 침투는 무차별적으로 이뤄지고 있고, 이에 대한 대비책은 전무한 수준이다. 지난해 한·중 자유무역협정(FTA)을 계기로 중국 자본 침투가 더 가속화할 전망이다.
중국은 이미 스마트폰, 디스플레이, 백색 가전 등에서 무서운 속도로 우리나라를 추격하고 있다. 화웨이, ZTE, 샤오미 등 스마트폰 제조사들은 말할 것도 없고, 국내 서버, 스토리지 시장에서도 레노버, 화웨이, 인스퍼 등 중국 ICT 장비 업체들이 저렴한 가격을 무기로 고객사 확보에 나섰다. 이들에게는 앞선 기술력과 높은 소비자 기준치를 충족시켜야 하는 한국 시장이 선진 시장으로 나아가기 위한 일종의 발판 역할을 하는 셈이다. 금융권에서는 국내 진출한 중국은행들이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중국은행, 중국농업은행, 중국건설은행, 중국공상은행, 중국교통은행 등의 지난해 총 자산은 전년 19조5000억원보다 2배 이상 증가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인터넷, 게임 분야도 마찬가지다. 이미 중국 게임들이 국내 시장에 속속 진출해 인기를 얻고 있는가 하면, 중국의 대표적인 인터넷 기업 텐센트가 한국 게임산업에 대한 직·간접 투자를 지속하고 있다. 텐센트는 국내 다음카카오를 비롯해 넷마블, 파티게임즈, 4시33분 등에 투자해 지분을 확보했다. 또 하나은행, 다날, 갤럭시아컴즈 등과 제휴를 맺고 결제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다. 중국 알리바바의 알리페이 역시 이미 KG이니시스, 한국정보통신, 티머니와 제휴를 맺고 국내 전자결제 시장을 노리고 있다.
방송콘텐츠 시장 상황은 더 심각하다. 과거 중국이 단순히 '상속자들', '별에서 온 그대' 등 인기 한류 작품을 수입해가는 것을 넘어, 인력을 끌어가고 한국 드라마 제작사마저 인수하는 실정이다. 최근 한중 공동제작이 많지만, 한국은 콘텐츠제작 대행만 할뿐, 모든 저작권은 중국이 가져가는 사례도 많다. 방송업계에 국내 제작인력과 기술 유출, 국내 방송제작 시장의 중국 자본 종속 우려에 대한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중국 자본의 무차별 침투의 기저에는 우리나라의 기술을 이용, 중국 땅에서 성공하려는 중국인들의 뜨거운 벤처 열풍이 깔려있다고 분석한다. 최근 중국에서 거센 벤처 바람이 불기 시작하며, 앞선 기술과 인력에 대한 목마름이 크다는 얘기다. 노동렬 성신여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는 지난해 국회 토론회에서 "(방송 산업의 경우) 일본은 한류 소비 위주 시장인 반면, 중국은 한국을 뛰어넘고 자체 제작하겠다는 의도를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 자본의 침투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우리 산업의 혁신과 복합 포트폴리오 구성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최용제 한국외대 경제학부 교수는 "현실적으로 중국 자본의 침투를 거부할 수 없다면, 우리는 보다 지식 집약적이고 창조적인 분야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며 "다양한 산업의 층을 분석한 후 선택과 집중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산업 전반을 연계한 포트폴리오를 짜서 중국과 파트너십을 맺어야 한다는 분석도 있다. 특정 상품 하나만으로는 경쟁하기 힘든 상황에서 폐쇄적인 중국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서는 복합적 포트폴리오를 제시할 필요가 있다는 설명이다. 신민수 한양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는 "단순 생산기지 역할을 벗어난 중국 폐쇄 시장을 어떻게 공략하고, 실질적 협업 상대로 어떤 포트폴리오를 제시할 것인지 고민해야 한다"며 "우리나라는 중국이 갖고 있지 않은 기술을 다수 보유하고 있는 만큼, 단품 경쟁이 아닌 여러 가지 복합 기술과 서비스 모델을 제시하고, 이를 통해 중국시장에서 수익을 거두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윤희기자 yuni@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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