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파와 유료방송의 재송신료 갈등 깊어져
합리적 논거 제시 없이 큰폭의 인상요구 지나쳐
소비자 비용 전가 없는 합리적 대안 필요해
합리적 논거 제시 없이 큰폭의 인상요구 지나쳐
소비자 비용 전가 없는 합리적 대안 필요해
![[포럼] 지상파 재송신료 합리적 기준 마련해야](http://contents.dt.co.kr/images/201503/2015030502102251104001[1].jpg "[포럼] 지상파 재송신료 합리적 기준 마련해야")
인간의 사상과 감정을 표현한 창작물을 만든 사람, 즉 저작자들의 권리를 보호하는 저작권 제도의 최종 목적은 문화 창달에 있다. 저작권법 제1조는 이러한 최종 목적 달성을 위해 저작권자 또는 저작인접권자의 권리 보호와 공정이용을 도모해야 한다고 규정했다. 타인의 저작물을 이용하는 경우 합리적인 대가를 지불하는 것도 저작자들이 지속적으로 저작물을 창작하도록 하는 경제적 유인책을 제공하기 위해 필요한 것이다.
그러나 저작자가 저작물 이용에 대해 너무 무리한 대가를 요구하거나, 합리적이지 않은 조건을 요구하는 경우도 있다. 이런 경우 저작물 창작을 통해 달성한 그 문화를 향유하는 일반인들의 복리가 훼손될 수 있기 때문에 저작물 이용금지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는 지상파방송과 음악저작권단체와의 사용료 협의 난항 등을 이유로 방송제작에 음악저작물을 이용할 수 없게 되면, 국민 전체의 공공복리가 훼손되기 때문에 지상파 방송사는 저작권자와 협의가 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계속해서 신탁단체의 음악저작물을 사용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이와 유사한 문제가 최근 몇 년 전부터 발생한 지상파 3사와 유료방송사업자 사이의 재송신료 갈등이다. 1961년 유선방송수신관리법이 제정되고, 1970년대부터 TV의 보급과 함께 본격적으로 케이블방송(당시 중계유선방송)이 시작됐다. 지형적으로 산악이 많아 지상파방송 신호를 제공하지 못하는 난시청지역 문제를 케이블방송이 해결해 주었기 때문에 지상파방송사와 시청자에서 환영받았다. 이로 인해 케이블방송은 장기간 지상파 방송 프로그램을 무료로 이용할 수 있었다.
그러나 최근 지상파방송사들의 저작권에 대한 인식의 증가로 케이블방송 및 위성방송, IPTV방송사업자에게 저작권료를 요구하기 시작했다. 저작권문제로 인해 초기에는 유료방송사업자들이 저작권료를 지불할 수 없다고 주장했지만, 지상파의 저작권료 주장은 법적으로 당연하기 때문에 유료방송사들은 저작권료를 지불해야 한다는 사실에 대해서는 인정했다.
따라서 현재 지상파 방송사업자와 유료방송사업자 사이의 갈등은 저작권료를 어떻게, 얼마로 결정하는 것이 합리적이고 시청자복지를 실현할 수 있는가 하는 것이 쟁점이다. 그런데 지금까지 지상파방송의 저작권료 지불에 대한 합리적인 논거가 부족했음에도 불구하고 유료방송 사업자들은 지난 몇 년 동안 지상파방송 3사에 가입 가구당 일정 금액을 지불했다. 지상파 방송 재송신 금지 및 간접강제 관련 소송에서 유료방송사업자들이 방송 송출에 대한 의무로 인해 대가를 지불하지 않으면 안 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지상파 방송사들이 저작권료 30% 이상 인상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재송신료에 대한 문제가 다시 불거졌다. 문제는 여전히 지상파방송의 인상요구에 있어 합리적인 논거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국가에서 무료로 주파수를 할당받아 이용하는 지상파가 유료방송에게는 합리적인 논거 제시도 없이 저작권료 인상을 요구하는 것은 부당하다. 이는 지상파방송에 사용되는 음악저작권료에 대해 저작권단체들이 합리적 산출 기준을 제시하지 않는 것과 다르지 않다고 본다. 지상파와 유료방송의 갈등으로 지상파방송을 시청하는 일반 소비자들이 논거 없는 비용을 부담하거나, 방송 시청을 못하게 되는 상황을 방치하는 것은 옳지 않다.
현시점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이러한 갈등관계를 해결하기 위해 지상파 방송사가 재송신을 통해 얻는 이익과 손해를 합리적으로 산정할 필요가 있다. 가능하다면 소비자에게 비용을 전가하지 않는 한도 내에서 유료방송사들과 합리적인 저작권요율을 결정해야 할 것이다. 즉 방송신호를 유료방송사가 송출하면서 지불해야하는 저작권료와 광고를 보는 시청가구의 증가로 지상파 방송사들이 얻는 이익을 비교분석함으로써 합리적인 저작권 요율 결정모델을 만들어야 한다. 재송신으로 인한 저작권료가 시청자들에게 전가되지 않고, 아무 문제없이 지상파방송을 수신할 수 있는 풍토가 조성되길 기원한다.
김인철 상명대학교 지적재산권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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