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구글 등 거대 사업자들 견제… 국내 게임사도 수수료 부담에 잇단 이탈
카카오 게임 플랫폼이 국내외 시장에서 고립 위기에 처했다. 구글-애플- 텐센트-네이버 등 거대 사업자들이 카카오 게임 견제에 나선데다 국내 업체들도 수수료 부담을 줄이기 위해 탈(脫) 카카오 움직임을 본격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넷마블이 네이버와 제휴, 핵심 신작 '레이븐'과 '크로노 블레이드'를 구글플레이와 네이버 앱스토어를 통해 공동 출시키로 하고 공동 마케팅을 진행중이다.
카톡 게임 플랫폼을 통해 급성장한 A사도 후속작 서비스를 네이버와 라인을 통해 진행키로 한 것으로 나타났다. '클래시오브클랜' 등 해외 유명 게임들이 카카오 게임 플랫폼 입점 없이 광고물량 공세로 성공한데 이어 국내 게임사들도 탈 카카오 행보를 본격화하는 것이다. 특히, 넷마블과 같이 카카오 게임 플랫폼과 성공을 같이 한 핵심 회사들의 이탈은 카카오에게 뼈아픈 대목이다.
카카오 게임 플랫폼은 카톡 메신저에 게임 센터를 구축, 이용자들이 이를 경유해 구글플레이나 앱스토어를 통해 게임을 내려받을 수 있게 한 모델로, 이용자들이 게임 소비에 쓴 금액의 21%를 카카오가 가져간다.
카카오는 이 모델을 일본, 동남아, 중국으로 확산한다는 복안을 세워왔다. 그러나 네이버가 발빠르게 대응, 라인 서비스를 일본에 조기 안착시켜 카카오의 동진(東進)행보를 막아섰다. 이어 동남아에서도 물량공세를 퍼부어 카카오와의 경쟁에서 우위를 보여, 카카오의 구상이 차질을 빚었다.
중국에선 텐센트의 아성에 막혔다. 위챗, 큐큐모바일의 현지 이용 점유율이 압도적이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카카오 게임 플랫폼은 국내에 갇힌 형국이 됐다.
이 와중에 해외 유명 게임들의 진입이 이어지며 국내 시장 경쟁이 치열해진 것이 카카오에게 부담이 되고 있다. 경쟁이 격화되며 카카오가 공제하는 수수료가 더욱 부담스러워져, 탈 카카오 행보에 나선 곳들이 늘어난 것이다. 넷마블과 연대를 선택한 김택진 엔씨 대표가 평소 "모바일 시대를 맞아 게임업체가 소작농이 됐다"며 메신저 플랫폼과 앱마켓의 수수료 정책에 반감을 표한 것을 감안하면 넷마블-엔씨 연합은 향후 탈 카카오 쪽에 무게중심을 둘 전망이다.
구글과 애플의 반(反) 카카오 움직임도 적지 않은 부담이다. 최근 국내 게임사들은 국내 시장에 게임을 선출시한 후 단일 빌드로 해외 서비스 버전을 구축, 앱스토어와 구글플레이를 통해 글로벌 서비스를 진행한다.
이 과정에서 애플이나 구글과 제휴, 앱마켓의 '피처드' 메뉴를 통해 노출 효과를 얻을 수 있느냐 여부가 흥행에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 애플이나 구글은 국내에서 카카오 게임 플랫폼에 입점한 게임의 경우 해외 버전을 출시해도 피처드 메뉴를 통해 노출시키지 않는다는 정책을 고수하고 있다.
구글 관계자는 "피처드 메뉴 지원을 받는 게임은 세계 어느 곳에서든 이용자들이 그 접근에 제약이 없어야 한다"며 "카카오 게임에 입점한 게임들이 페이스북이나 다른 소셜서비스로도 로그인 할 수 있도록 멀티플 로그인을 지원하면 이같은 제약을 풀 것"이라고 밝혔다. 업계 관계자는 "여러 가지 제약으로 인해 카카오는 긴 호흡으로 함께 할 파트너를 찾기 어려워지는 양상"이라고 평가했다.
결국 카카오는 최근 진출을 선언한 중국 등 해외에서 활로를 열어야 할 상황이 됐다. 중국에선 카톡 메신저에 게임을 탑재하는 기존 모델 대신, 한국 게임을 현지 앱마켓을 통해 직접 배급하는 방식을 택했다. 카카오 게임이 해외에서도 성공할 수 있다는 '비전'을 현실화, 고립에서 탈출하고 성장동력을 얻을 수 있을지 눈길이 쏠린다.
서정근기자 antilaw@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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