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스병' 엡스테인 바 바이러스 감염 유발... 임파종 암 발생 가능성 높아져
바이러스는 다른 생물체의 몸을 빌어 사는 작은 감염성 생명체이다. 1892년에 드미트리 이바노스키에 의해 박테리아와는 틀린 병원체가 담뱃잎을 감염시킨다는 사실이 밝혀지며 처음으로 바이러스가 세상에 알려지게 되었다. 현재까지 약 5000개의 바이러스가 밝혀졌지만 변종을 포함하면 수백만 종류가 있다. 바이러스의 구조는 3가지로 구분되는데 유전정보가 있는 DNA 혹은 RNA와 단백질, 그리고 표면의 지방물질로 이루어져 있다. 그 크기는 박테리아의 수 백분의 일에 해당되며 크기가 너무 박아서 일반적인 현미경으로는 볼 수 없는 크기이다.
인류은 지구상에서 이러한 바이러스에 무방비로 노출되어 있다. 대표적으로 신종플루의 원인인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와 최근에 대장염을 일으키는 노로바이러스, 로타바이러스, 또한 B형간염과 현재에도 공포의 대상이 되는 에이즈와 에볼라 바이러스 등이 잘 알려져 있다. 항생제는 바이러스 감염에 효과가 없으나 최근 타미플루 등의 항바이러스제가 개발되어 시판 중에 있다.
몇몇 바이러스는 인류에게 암을 일으킬 수 있다는 것이 여러 연구에서 밝혀졌는데, 가장 대표적인 것이 인체유두종 바이러스(human papilloma virus; HPV)이다. 이 바이러스는 사마귀로 잘 알려져 있는데 이 바이러스는 피부 뿐만 아니라 후두점막이나 여성생식기인 질점막 내에서도 잘 자랄 수 있다. 물론 HPV가 모두 암을 일으키는 것은 아니지만 자궁경부암을 일으킬 수 있으며, 이는 자궁경부암 환자 모두에서 HPV 양성 반응이 나온다는 것으로 입증됐다. 최근 미국 존스홉킨스 대학의 연구에서는 HPV가 흡연을 하는 사람에게 2배 이상 잘 발생된다고 했고, 후두암 환자의 80%에서 HPV가 발견되었는데, 이는 구강성교에 의해 발생된 것이라고 했다. 즉 담배 흡연하는 사람이 구강성교를 즐기면 HPV에 잘 감염되며, 이로 인해 후두암 발병가능성이 2.25배 높아진다는 연구 결과다. 금연을 해야할 또 하나의 이유가 밝혀진 것이다. 미국의 영화배우 마이클 더글라스는 후두암 진단을 받았는데 그는 평소 흡연과 음주를 매우 즐겼으며, 결국 그의 후두암의 원인은 잦은 구강성교에 의한 HPV 감염에 의한 것으로 밝혀졌다.
B형과 C형 간염 바이러스(HBV, HCV)는 간암을 유발한다는 것은 이미 오래 전에 밝혀졌다. 이 바이러스는 에이즈 바이러스처럼 혈액을 통해 전염되며, 성교나 수혈, 주사바늘 공유에 의해 전염된다. C형 간염은 B형간염 보다 더 오랫동안 지속되며 미국에 3천 2백만 명의 만성 C형 간염환자가 있는 것으로 추정되나 대부분 감염사실을 모른 채 살고 있다. 매년 시행하는 건강검진을 통해 간염 보균자 여부는 확실히 알아 둘 필요가 있겠다.
또 하나는 엡스테인 바 바이러스(EBV)인데 헤르페스처럼 키스병이라고 일컫는다. 감염 후 처음에는 목 주변의 임파선이 붓고 인후염을 동반한 고열이 발생하여 마치 감기에 걸린 듯한 증상이 발생한다. 그러나 이 바이러스는 임파선의 B형 림프세포에 장기적으로 머물며 만성 피로증후군과 같은 증상을 일으키며 키스와 술잔을 돌리듯 잔을 공유했을 때, 칫솔을 같이 쓸 때 타인에게 전염시킨다. 결국 이 바이러스는 임파종이라는 암을 발생시킨다.
위의 대표적인 세가지의 암을 유발시키는 바이러스를 소개하였다. 여기서 우리의 생활문화에 얼마나 많은 문제점이 있는지 느낄 수 있다. 특히, 우리나라는 외국에서는 거의 볼 수 없는 독특한 음주문화가 있어서 윗사람이건 아랫사람이건 자기 먹던 잔을 서로 주고 받는다. 바이러스는 눈에도 안보이고 현미경으로도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타인의 타액에는 내가 가지고 있지 않은 많은 세균과 바이러스가 존재한다. 최근 개그 프로그램의 '딱 보면 몰라요' 처럼 굳이 확인해 보지 않아도 알 수 있는 엄연한 사실이다. 정기적 건강검진으로 조기암을 발견한다는 것은 매우 어렵다. 암이 어느 정도 진행되었을 때에 암은 보인다.
최근의 보고에 의하면 여자는 2명당 1명, 남자는 3명당 1명 꼴로 평생 암에 걸린다고 한다. 회사의 회식이 바이러스를 서로 공유하는 장이 되지 않도록 우리의 음주 문화의 판을 뒤집어야 한다.
조성진 순천향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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