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 동 주 한국공학교육인증원 수석부원장
한국공학교육인증원(공인원)은 1999년 설립 이래 한국 공학교육의 수준을 한 차원 높였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론과 캠퍼스 범주에 머물렀던 공학교육을 실습과 설계, 산학협력의 실질과 실용에 기반한 공학교육이 되도록 했다. 지난해 9월 공인원의 여섯 번째 수석부원장으로 선임된 송동주 수석부원장(영남대 기계공학부 교수)으로부터 한국 공학교육 개혁의 구심체가 된 공인원의 운영방향을 들어봤다.
-공인원 수석부원장의 임무와 역할은 무엇입니까.
"수석부원장은 정관에 의해 원장이 추천하고, 이사회에서 심의 의결한 후 총회에서 인준을 받는 절차로 선임됩니다. 원장이 위임한 공인원 업무를 총괄하는 역할을 하며 필요 시 원장을 대신해 대내외 행사를 주관합니다. 공학교육인증평가를 최종 판정하는 공인원 인증평의회 의장도 수석부원장의 고유 임무 중 하나입니다."
-구상하는 역점 사업이 있다면.
"전임 김성조 수석부원장님은 공인원의 과도기적인 문제를 잘 해결해 주셨습니다. 저는 우선, 고등교육법상 공학분야 인증평가 정부인정기관인 공인원이 공학분야 학과 및 학부 교육인증 사업을 원활하게 수행하는데 역점을 두고자 합니다. 다음으로, 신뢰받는 공학교육인증기관으로서 한국공과대학장협의회(한공협), 한국공학한림원, 공학교육학회 등 공학커뮤니티의 의견을 반영하면서 공학교육인증제도를 개선해 나가도록 하겠습니다. 지금도 공학교육 인증제도 개선위원회, 공학교육혁신센터장 간담회, 전문학회 협력위원회 등을 통해 인증제도 개선 의견을 듣고 있습니다. 국제적 수준에서 공학교육의 실질적 동등성을 보장하는 워싱턴어코드, 시드니 및 더블린 어코드, 서울 어코드의 정회원 자격을 유지하고 주도적인 역할을 수행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공인원 조직과 기능에 대해 누구보다 잘 파악하고 계실 텐데, 더 키울 장점과 개선해야 할 단점은.
"우선, 공인원은 비정부기구(NGO)로서 수많은 자원봉사인력이 평가위원, 평가단장, 운영위원으로 공학교육 인증·평가 업무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자원봉사자들의 헌신적인 노력이 오늘의 공인원이 있게 만든 원동력이라 할 수 있습니다. 많은 구성원들이 보다 자발적으로 활동할 수 있도록 규정, 제도를 확립하고 행·재정적으로 최대한 지원하도록 하겠습니다. 두 번째로, 공학교육의 지속적 개선이라는 CQI(지속적 교육품질 개선) 절차를 교육에 도입해 자율개선형 교육시스템을 정착시키고 있는 것이 공인원의 중요한 역할인데, 이를 더 확장하도록 하겠습니다. 셋째, 지속 가능한 공학교육인증이 되도록 조직을 정비하고, 인증절차 및 제도를 개선해 나가겠습니다. 엄격한 인증·평가 기준으로 인해 도입 초창기 어려움이 있었으나 2011년 이후 공과대학장협의회와 협의해 요구사항을 대폭 반영한 개선된 인증기준을 적용하고 있습니다. 이를 정착시키는데 힘쓰겠습니다."
-한국 대학의 공학교육은 영국, 미국, 독일, 프랑스, 일본 등 선진국과 비교할 때 실제 및 산업현장과 괴리된 이론 위주의 교육으로 인해 질적으로 높은 평가를 받지 못한 게 사실입니다. 낙후된 한국의 공학교육을 위해 공인원은 어떤 노력을 해왔습니까.
"공인원은 공학교육인증프로그램 졸업생의 국제적 등가성을 보장하는 워싱턴 어코드 수준을 고려해 인증기준 'KEC2015'를 제정하고 올해부터 적용하고 있습니다. 공인원은 인증기준 KEC2015의 적용을 통해 인증프로그램이 국제수준(Global Standards)에 부합하는 교육내용과 시스템을 갖추도록 했습니다. 공인원의 인증기준에서 요구하는 프로그램 학습성과는 인증프로그램을 졸업할 때까지 졸업생들이 갖추어야 할 지식, 기술, 태도를 나타내는 것으로 전 세계 엔지니어들에게 통용되는 기본역량입니다. 결국 인증프로그램 졸업생이라면 미국, 영국, 캐나다, 호주 등 워싱턴 어코드 정회원국 졸업생과 동등한 자격을 보장받는다고 할 수 있습니다.
첫째, 강화된 전공교육의 정량적 기준(수학·기초과학·컴퓨터 등 전공기반 30학점, 심화전공 54학점)을 제시하므로 전공교육을 대폭 강화했습니다. 둘째, 인증제도 도입 이전에는 이론중심으로 이루어지던 우리나라 공학교육에 설계교육의 개념조차 수립되어 있지 않았습니다. 인증제도의 도입과 함께 설계교육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공인원은 공학설계교육(대략 12학점 이상)을 인증기준에 포함해 의무화하고 공학설계교육 워크숍 등을 정착 및 확산시켜왔습니다. 상대적으로 소홀히 해왔던 공학설계교육이 공학교육의 핵심으로 자리 잡게 되었습니다. 셋째, 기술적 능력과 더불어 21세기 엔지니어의 리더십을 키우기 위해 팀워크, 의사소통능력, 윤리적 책임의 인식, 평생학습능력 등을 학습성과(학생역량)로서 제시함으로써 그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공인원의 인증프로그램이 배출한 인력은 얼마나 됩니까. 산업계에서 어떤 평가를 받고 있는지요. 또 채용과 인사에서 인증프로그램 이수자를 우대하는 산업체의 확산이 필요한데, 어떤 노력을 하실 건지.
"지난해 기준으로 85개 대학 562개 프로그램이 인증에 참여하고 있으며 이는 대학 수로는 전국 공대의 50%를 상회하는 수준입니다. 2004년부터 공학교육인증 졸업생이 배출되어 현재는 매년 1만 7000 명 이상의 졸업생이 배출되며, 2015년 1월 현재 누적인원은 7만 5827명에 달합니다. 인증졸업생이 취업한 기업체를 대상으로 업무처리, 회사적응도 등을 측정한 결과 모든 항목에서 비 인증졸업생에 비해 우수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인증졸업생 우대를 위해 매년 20여 개 이상의 기업과 MOU를 체결하고 있으며, 올해도 예년과 마찬가지로 우대기업의 확대를 위해 협약기업을 늘리고, 채용설명회, 산학협력워크숍 등을 통해 인증제도에 대한 인식 확산을 위해 노력할 예정입니다. 특히 금년부터는 공학한림원, 전경련, 상공회의소 등과 협력해 인증 졸업생에게 혜택을 주는 기업 확보에 전력을 다하고자 합니다."
-ICT융합 공학이 대세입니다. 최근에는 분야를 막론하고 IoT, 빅데이터, 3D프린팅 등과 연계된 엔지니어링이 등장하고 있습니다. 변화하는 기술 환경에 대응해 공학인증 프로그램도 달라져야 하는데, 이에 대한 방안은.
"공학교육인증평가에서도 변화하는 기술 환경에 대응하기 위해 8가지 인증기준 중 하나인 프로그램의 교육목표(인증 프로그램 소속 학생이 졸업 후 수년 내에 성취하기를 기대하는 성과)에 구성원의 요구와 사회 환경 변화를 반영하도록 요청받고 있습니다. 사회 환경은 프로그램과 관련된 산업계 및 기술의 동향, 지역 및 국가 그리고 사회 여건, 프로그램의 자체역량 평가결과 등을 중요하게 고려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또한 시대의 추세에 발맞추어 최근 개정된 '인증기준 2015'의 전공분야별 인증기준에 융·복합 공학 프로그램에 대한 새로운 인증기준을 도입하고 있습니다."
-서울어코드는 공인원이 주도해 현재 세계 컴퓨터 및 정보기술 공학교육에서 하나의 지침이 되고 있습니다. 서울어코드 주도국으로서 서울어코드의 발전방안은 무엇입니까.
"공인원의 서울어코드 사무국으로서의 역할은 작년 7월 대만 IEET에 이관되었습니다. 서울어코드는 2008년 한국 주도로 발족된 후 올해 7년 차에 접어들면서 해당 프로그램의 졸업생들이 해외로 진학하거나 취업하는 사례가 생기고 있습니다. 이에 공인원에서는 학교의 협조를 받아 해당 프로그램 졸업생들의 성공적인 진학 및 취업 사례들을 체계적으로 관리해 인증프로그램을 이수함으로써 받을 수 있는 국내외의 다양한 혜택들을 홍보할 생각입니다. 또한 현재 서울어코드의 회원국들은 매년 총회 및 워크숍을 통해 각 워킹그룹별로 현안 과제들을 논의하며 서울어코드 발전과 활성화를 위해 적극 노력하고 있습니다. 기존의 다른 공학교육 국제어코드-워싱턴어코드, 시드니 및 더블린 어코드-와의 협력관계도 모색 중입니다. 그 외에도 IFIP(International Federation for Information Processing) Council Meeting 및 총회에 매년 참석해 서울 어코드 홍보 및 회원국 증대 방안을 협의하고 있습니다. 향후 남아프리카공화국, 브라질, 시리아 등 서울어코드에 관심을 가지고 가입을 희망하는 국가들과 지속적으로 소통하고 교류하고 있습니다. 특히 올해는 서울어코드 의장국이 되어 그 역할의 중요성이 더 커지고 있습니다."
-박근혜 정부가 추진하는 창조경제의 동력은 결국 창의적인 엔지니어들입니다. 창의적이고 융합적 사고를 지닌 엔지니어를 길러내기 위한 공인원의 역할은 무엇입니까.
"공인원은 '과학, 기술, 예술 등을 결합한 STEAM 교육 기반의 창의적 융합인재 양성'이라는 정부의 과학교육 정책 방향과 대학의 융합교육 요구를 인증제도에 반영할 수 있도록 2012년부터 1년여 간 융·복합 프로그램 인증에 적합한 인증기준을 마련하고자 연구를 해오고 있습니다. 그 결과 융·복합 프로그램에 대한 인증기준이 제정되었으며 융합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공학계열 학과에서도 인증을 받을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었습니다. 이 밖에도 공인원은 정관에 명시된 바와 같이 인증을 통해 대학 공학교육의 발전을 촉진하고 국제 협의체의 요구에 부합하면서 전문역량과 창의력을 갖춘 글로벌 공학 전문인력을 배출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공학교육 발전에 필요하다면 무엇이든 수용하려는 노력을 기울이며 외부 환경의 변화에 유연하게 대처해 나가고 있습니다. 공학교육인증을 통해 정착되고 확산된 설계교육이 내실 있게 이루어진다면, 공학도들은 공학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융통성 있고(open-ended) 창의적인 사고력을 배양할 수 있습니다. 또한 팀워크과 의사소통에 필요한 태도와 능력을 배양할 수 있습니다. 최근 부상하고 있는 '디자인 씽킹'(Design Thinking)을 설계교육에 접목할 수 있는데, 공감(empathy)에 의한 문제발견, 문제정의, 해결안 탐색, 시제품 제작 및 테스트로 이어지는 디자인 씽킹의 과정에 따라 설계를 해 나갈 수 있도록 할 수 있습니다. 이를 설계교육워크숍을 통해 확산하고자 합니다. 대학의 창의·융합 교육과 관련된 여러 다양한 시도들은 공학인증제도의 철학과 배치되는 것이 아니고 오히려 공학교육인증제도의 틀 안에서 유연하게 운용될 수 있다는 사실을 거듭 강조하고 싶습니다."
-공인원은 교육수용자인 공대생, 정부, 대학, 산업체간 이해를 조정하고 발전책을 수렴하는 공익적 역할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정부, 공공부문, 산업계로부터 지원은 충분합니까. 이들 이해 당사자들에게 바라는 바가 있다면.
"공학교육인증은 국제수준에 부합하는 공학교육을 통해 글로벌시대에 핵심 역량을 가진 경쟁력 있는 공과대학생을 양성, 배출하자는 데 목적이 있습니다. 이러한 우수한 인력의 배출 및 확보야말로 글로벌 시대에 국가 경쟁력의 원천이 될 것입니다. 그런 차원에서 공인원은 평가 비용의 일부를 정부로부터 사업비로 지원받아 평가 업무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지속 가능한 인증·평가를 위해 정부의 재정 지원은 향후에도 지속적으로 유지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안타깝게도 산업체로부터의 재정지원은 미약한 수준이며 산업체가 인증졸업자의 최종 수혜자라는 점을 홍보하여 점차 확보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또한 공학교육인증은 산업체가 필요로 하는 인재를 양성하는 것으로 이러한 인증졸업생에 대한 산업체의 지속적인 관심이 필요 합니다. 재정지원 보다 공학교육인증은 별도의 스펙이 아니라 대학에서 꼭 이수해야 할 전공분야를 내실 있게 수강하는 것으로서, 산업체가 채용 시 이러한 부분을 고려하여 인증졸업생들에게 혜택을 주시길 바랍니다."
-한 때 이공계 기피현상이 심각했지만 최근 1~2년 사이에 분위기가 바뀌었습니다. 우수한 인재가 공대에 들어가 수준 높은 교육을 받고 이어 기업에서 능력을 발휘해 산업 경쟁력을 높이는 선순환이 정착되어야 하는데요.
"공인원이 공학교육인증제도를 추진하게 된 배경에는 첫째, 공과대학 졸업생은 많으나 산업체에서 요구하는 능력을 갖춘 엔지니어가 부족한 스킬 미스매치 문제 해결, 둘째, 글로벌 스탠더드를 만족하면서 현장 적응력을 갖춘 엔지니어 육성의 필요성, 셋째, 공학교육 및 공과대학 졸업생에 대한 품질보장 요구 증대 등이 있습니다. 이러한 배경은 곧 수요자 중심(Demand-driven)의 교육을 추구하는 공학교육인증제도의 철학과도 맞닿아 있습니다. 공인원은 인증을 통해 공학교육의 품질을 국제적 수준에서 보장하고 산업체의 요구에 부합되는 엔지니어 인력을 배출할 수 있는 기본 교육시스템을 교육기관에 요구하고 있는 것입니다. 공학교육인증제도가 본연의 취지에 맞게 교육현장에서 잘 운용된다면 우리나라 산업경쟁력을 높이는 교육시스템이 가동되는 것이라 볼 수 있습니다."
-공인원은 단기간에 세계 공학교육계에서 위상을 확보했습니다. 한국공학교육의 세계화와 우리 공대생들의 세계 진출을 위해 앞으로 어떤 일을 하실 겁니까.
"현재 한국기업들이 해외에 많이 진출하고 있으며 현지 규정에 따라 기술사를 채용해야 하는 경우에도 국내 공대의 교육과정을 인정받지 못해 우리 인력을 쓰지 못하는 경우가 종종 있었습니다. 이에 공인원은 글로벌 기준에 부합하는 교육을 받은 관련 분야 졸업생들로 하여금 워싱턴, 시드니, 더블린, 서울 어코드 회원국 간 동등한 사회적·법적 지위를 보장하고 다른 나라로의 진학 및 취업에 필요한 최소 자격기준을 확보해 한국공학교육의 세계화와 해외진출을 적극 도모하고 있습니다. 또한 어코드 회원국에서 한국의 인증프로그램 졸업생들도 학력의 동등성을 인정받음으로써 현지 기술사 자격을 취득하는데 현지 졸업생들과 동등한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했습니다. 기술이민의 경우에도 별도의 루트를 통해 이민심사가 진행되는 등 특별한 혜택을 부여받고 있습니다. 이러한 인증제도의 확립을 통해 설계 중심, 토론 중심, 현장 중심의 교육으로 한국공학교육을 체질적으로 개선해 세계무대에 진출하려는 한국 공대생들의 경쟁력을 한층 강화시키고자 합니다."
이규화 선임기자 david@dt.co.kr
사진=김민수기자 ultrartist@
송동주 수석부원장은…
송동주 수석부원장은 공인원 출범 초기부터 지난 15년 동안 공인원 운영에 깊숙이 참여해왔다. 수석부원장 직전에는 2009년부터 공인원 공학교육연구센터 소장을 맡아 공학교육인증 프로그램의 개발과 실질성 등가성 확보에 노력해왔다.
2006년부터 2009년까지 공학인증평가위원과 평가단장, 공학교육센터 부소장을 역임했다. 1991년 영남대 교수로 부임한 이래 국책공대 사업단장과 공학교육혁신센터장을 맡는 등 현재까지 영남대 기계공학부를 기계공학 거점으로 변모시키는데 이바지해왔다.
공학교육학회 이사와 공학윤리교육위원회 위원장을 맡는 등 공학교육학회 활동도 활발히 펴왔다. 서울대 항공공학과를 졸업하고 버지니아공대(버지니아텍)에서 항공엔지니어링 석·박사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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