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룡 칼럼] 욕심쟁이 거인과 구글](http://contents.dt.co.kr/images/201502/2015020902102251614001[1].jpg "[김승룡 칼럼] 욕심쟁이 거인과 구글")
어느 마을에 아름답고 커다란 정원을 가진 거인이 살고 있었다. 봄에는 형형색색의 아름다운 꽃들이 피어나고, 가을에는 탐스러운 열매들이 주렁주렁 열리는 정원이었다. 거인이 한동안 친구 집에 놀러 간 사이 돌아와 보자, 정원에 아이들이 뛰어놀고 있었다. 이를 본 욕심쟁이 거인은 호통을 치며 아이들을 내쫓았다. 그리곤 거인은 정원 둘레에 높은 돌담을 쌓고선, '절대 들어오지 말 것. 허락 없이 들어오면 혼을 내겠음' 이렇게 팻말을 세웠다. 다음 해 봄이 왔다. 마을 곳곳엔 예쁜 꽃들이 피어나고 새들이 찾아왔지만, 이상하게도 거인의 정원은 봄이 오지 않았다. 매서운 겨울이 계속됐다. 그러던 어느 날 거인이 아침잠에서 깨어보니 정원에 따뜻한 햇살과 새소리가 넘치고 있었다. 담장 한 쪽에 구멍이 생겨 그 사이로 아이들이 들어와 뛰어놀고 있었다. 아이들이 놀고 있는 곳에만 봄이 찾아온 것이었다. 그제야 거인은 깨달았다. "아, 내가 너무 욕심을 부렸어. 아이들이 봄을 불러온거야." 거인은 커다란 도끼로 담을 모두 부쉈고, 아이들이 정원에서 마음껏 놀 수 있도록 했다. 정원은 아이들이 가는 곳마다 새싹이 트고, 다시 예쁜 꽃들과 새들로 가득 차기 시작했다. 아일랜드의 시인이자 소설가 오스카 와일드가 1888년 발표한 '욕심쟁이 거인'이란 동화의 내용이다.
2011년 호주의 탐사보도 기자 제러드 라일은 하드디스크가 들어 있는 한 통의 우편물을 받는다. 250만 개의 파일과 200만 개의 이메일, 4개의 대규모 데이터베이스(DB)가 들어 있는 이 하드디스크에는 영국령 버진아일랜드에 설립된 페이퍼컴퍼니와 설립자 등 각종 데이터가 저장돼 있었다. 혼자 분석하기 힘들었던 라일 기자는 미국 워싱턴에 있는 국제탐사보도언론인연합(ICIJ)의 도움을 요청했다. 46개국 86명의 탐사보도 기자들로 구성된 다국적 팀이 꾸려졌고, 1년 이상 분석 작업이 진행됐다. 2013년 4월 2일 분석 결과가 세계에 공개됐다. 대표적 조세피난처로 알려진 버진아일랜드에 검은 돈을 숨겨 놓았던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 대선 캠프 재무 담당자, 아제르바이잔 대통령 일가, 필리핀 독재자 마르코스의 맏딸 등 20여 명의 실명이 밝혀졌다. 보도가 나오자 몽골 국회 부의장은 즉각 사임했고, 필리핀에는 시위가 잇따르는 등 엄청난 후폭풍이 일었다. ICIJ에 따르면 세계 주요 조세피난처로 재산을 은닉한 세계 유명인사들이 무려 13만명에 달했다.
앞서 '욕심쟁이 거인'이라는 동화와 '조세회피 폭로 보도' 얘기를 불쑥 꺼낸 것은 최근 구글의 횡포와 조세회피 때문이다. 구글은 모바일 운영체제(OS) 시장에서 안드로이드로 독과점 지배력을 갖은 뒤, 이를 바탕으로 앱 마켓(구글플레이)을 비롯해 온라인동영상서비스(유튜브) 등에서도 독점 지배력을 획득했다. 시장 지배력을 지닌 구글은 동화 속 욕심쟁이 거인과 같은 행동을 취했다. 갑의 횡포가 잇따랐다. 지난해 구글은 앱 마켓에서 판매된 앱은 모두 반품과 교환, 환불이 되지 않는다고 하는 등 소비자에 불리한 약관을 적용했다가 공정위로부터 시정조치를 받았다. 최근엔 경쟁사인 미국 아마존이 자신의 앱 마켓에 자체 '앱 스토어'를 올렸다는 이유로 아마존 앱을 강제 삭제하는 모습을 보였다. 자신의 디지털 정원에 그 누구도 들어와선 안 된다는 것이다. 강제 앱 삭제는 미국만의 일이 아니다. 최근 국내 중소 앱 개발사들은 구글플레이에서 소리 소문 없이 자신들의 앱이 삭제되는 일을 당하고 있다. 구글은 이들이 내부 규정을 어겼다고 하는데, 똑 부러진 설명이 없다. 일부 앱을 자사 결제 시스템을 쓰지 않고, 자체 결제방식을 적용했다는 이유로 일방 삭제됐다.
한국무선인터넷산업연합회에 따르면 구글은 2013년 국내서 약 1조6000억원의 매출을 거둔 것으로 추산된다. 독점적 시장 지배력으로 어마어마한 수익을 거두면서도, 정작 나라에 내는 세금은 매우 미미한 수준이다. 국내에 서비스를 제공하지만, 서버를 세금을 내지 않거나, 세금이 적은 다른 나라에 두는 방식으로 조세를 피하고 있기 때문이다. 구글의 '디지털 갑질'과 '조세회피'는 이미 세계 각국에서 문제로 지적하고 있고, 우리 정부도 칼 끝을 구글로 향하고 있다. 일명 '구글세법'이라 불리는 소득세와 법인세법 개정안이 국회 발의됐다.
공정위는 구글의 독과점 행위를 면밀히 조사하겠다고 했다. 구글은 안드로이드라는 개방 OS로 일약 세계 정상에 섰다. 그런데 지금 구글은 욕심쟁이 거인처럼 폐쇄적 울타리를 치고 있다. 동화의 교훈을 곱씹어봐야 할 것이다.
김승룡 정보미디어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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