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 증거 급부상 불구 '영상정보' 활용·유출 관련 법규 미흡
어린이집 폭행 사건이나 크림빵 뺑소니 사건처럼 폐쇄회로(CC)TV 녹화 영상이 범죄 현장의 결정적 증거로 부상하고 있지만, 이러한 영상정보 관계 법령이 미흡해 수사 연계 등 활용이 쉽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 지나친 영상감시에 대한 사생활 보호나 영상정보 유출로 인한 개인정보 침해 사례 등이 발생하고 있어도 이에 대한 보호 대책 역시 미흡한 실정이다.
2일 정부와 업계에 따르면 CCTV가 치안, 방범, 교통 등에 대한 감시자 역할을 톡톡히 하면서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하지만 찍어놓은 영상을 제대로 활용할 방안도 없고, 무분별한 영상정보 남용을 규제할 방안도 없어 규제 무법지대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먼저 문제가 되는 부분은 영상정보 '활용'에 대한 부분이다. 현재 영상정보 데이터는 개인정보보호법의 관할을 받고 있다. 개인정보보호법은 제25조 '영상정보처리기기의 설치·운영 제한'에 대한 조항 하나가 있을 뿐이다. 이 조항은 CCTV 등 영상정보처리 기기의 설치와 운영의 제한에 관해 일부 규정하고 있을 뿐, 설치·운영 및 통합관리, 영상정보 데이터의 활용 등에 대한 별도 규정은 없다.
특히 25조에서는 범죄 수사나 화재 및 시설 감시, 교통 안전을 위해 CCTV를 설치해도 된다고 규정해 뒀지만, 정작 촬영한 영상데이터는 같은 법 15, 16, 17, 18조에 따라 정보주체의 '동의'가 있어야만 활용할 수 있다고 규정해 놔 수사나 감시에 혼선을 주고 있다.
실제로 경찰청은 각 지자체에서 운영하는 CCTV통합관제센터와 연계해 영상정보를 실시간으로 수집하는 시스템을 개발, 범죄자나 뺑소니범 검거 등에 활용하고 있었으나 국회에서 '개인정보보호법 정보주체 사전 동의 조항'에 위배 된다는 지적을 받아 해당 시스템 사용을 중단하고 있다.
활용에 제약을 둔 것이 영상정보 주체의 개인정보나 사생활을 보호하기 위한 것 같지만 정작 사생활 보호나 영상정보 유출 등에 대한 책임, 규제 조항은 법률에 없다. 역시 개인정보보호법 일부 조항인 25조 내에서 '기술적 관리적 조치를 취하라'는 명령만 있을 뿐이다.
전문가들은 영상정보에 대한 국민의 관심과 수요가 급증하는 만큼 관련 법규 마련이 시급하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김민호 성균관대 교수는 "CCTV 활용은 개인 사생활 침해 우려보다는 범죄 예방에 대한 효율성에 더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면서 "국민의 사생활을 보호하면서도 범죄 예방이나 도시 운영에 관한 다양한 효용성을 담보할 수 있는 법제 마련이 시급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국정보화진흥원 연구위원도 "개인정보보호법에서 보호하고자 하는 '개인정보'는 주민등록번호 등 텍스트 정보가 중심"이라며 "영상정보는 텍스트 정보와 전혀 다른 특성을 갖고 있으며 철저히 범죄 수사나 도시 운영을 위해 활용되는 만큼 합리적인 제도가 마련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관련 법령은 지난 2013년 12월 강기윤 의원이 발의한 '공공기관의영상정보처리기기설치및관리에관한법률안'이 국회에 접수돼 있는 상태다. 안전행정위원회는 해당 법률을 1년이 넘도록 계류시키고 있다.
강은성기자 esth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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