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판 제품 프탈레이트 가소제 함유량 벽지 기준치 최대 115배
1500억원 시장 불구 관련 규제 없어 … 친환경 관리기준 필요
1500억원 시장 불구 관련 규제 없어 … 친환경 관리기준 필요
인테리어 필름이 프탈레이트 가소제 등 환경호르몬 관련 유해물질 관리의 사각지대인 것으로 나타났다. 주택이나 매장뿐 아니라 어린이집, 병원 등에도 자주 쓰이는 만큼 정부의 규제가 필요하다는 게 시민단체와 일부 업계의 입장이다.
29일 업계 및 시민단체에 따르면 시중에 유통되는 인테리어 필름 중 일부는 환경 호르몬 규제 물질인 프탈레이트 가소제 함유량이 벽지 기준치의 115배에 달하는 데도 관련 규제가 전혀 없다.
프탈레이트 가소제란 플라스틱 가공을 위해 성질을 부드럽게 해 주는 화학 첨가제다. 여성 불임·정자 수 감소 등 내분비계 장애를 유발할 수 있는 추정 물질로 알려져 세계 주요 국가에서 일정 수준 이상의 첨가를 금지하고 있다. 국내의 경우 바닥재와 벽지는 국가기술표준원 '안전품질표시' 관리 대상이지만, 인테리어 필름은 아니다.
이 같은 규제 사각지대로 인해 시중에 유통되는 제품 중 상당수가 프탈레이트 가소제 검출량이 기준치를 초과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에는 한화L&C, 3M 등 유명 브랜드도 포함됐다.
지난 20일 녹색소비자연대가 한국건설환경연구소에 의뢰해 시중에 유통되고 있는 인테리어 필름 8개 제품을 시험한 결과 영림, 3M, 현대인테리어필름, 한화L&C, 삼성필름, 로즈로사 등에서 프탈레이트 가소제의 일종인 DEHP(다이에틸헥실프탈레이트)가 검출됐다.
가장 많이 검출된 영림 제품의 경우 DHEP 검출량이 11.5%로, 벽지 기준(0.1%)의 115배에 달했다. 3M 등 나머지 제품군도 벽지 기준치에 비해 최소 19배 이상 검출됐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규제 사각지대로 인해 시민의 생활 안전은 물론 친환경 소재·건자재 시장의 성장도 막는다고 지적했다. 특히 인테리어 필름의 경우 병원과 어린이집, 학교 등 어린이들이 생활하는 장소에도 다양하게 사용되는 만큼 각별한 주의와 규제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업계에서는 또 국내 인테리어 필름 시장 규모가 벽지 시장(약 3000억원)의 절반에 달하는 1500억원에 이르는 만큼, 친환경 소재 시장 확산을 위해 정부가 규제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녹색소비자연맹 역시 인테리어 필름의 경우 한번 시공하면 장기간 사용되는 만큼 유해 물질에 지속해 노출될 우려가 있으며, 정부의 관리기준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업계 관계자는 "PVC바닥재와 벽지는 규제 시행 이후 제품의 친환경성이 빠르게 개선된 바 있다"며 "시장 규모나 사용 용도를 봤을 때 인테리어 필름도 벽지와 마찬가지로 프탈레이트 가소제 함유량 규제를 통해 친환경 제품 시장으로 조속히 변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정일기자 comja77@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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