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업”“독자경영”팽팽… 극단적 해결전 타협 모색해야
넥슨-엔씨소프트 간 경영권 분쟁이 시작됐다. 경영권 싸움이 깊어지면 두 기업 모두 되돌릴 수 없는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대학 선후배 사이이기도 한 김정주-김택진 두 기업의 창업주가 타협으로 해결책을 모색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28일 넥슨 관계자는 "최근 김택진 대표에 넥슨의 경영참여와 협업을 원한다는 메시지를 전달했는데, 김 대표가 '독자 경영을 하겠다'는 최종 답변을 보내왔다"며 "이 때문에 지분취득 목적을 경영참여로 변경·공시하게 됐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넥슨이 엔씨 지분을 추가로 매입한 뒤, 이사회를 열어 넥슨 측 사람을 엔씨 등기임원으로 선임할지 여부에 대해 "전적으로 김택진 대표 선택에 달렸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엔씨 측은 "협업 요구를 무작정 거부하지 않았다"며 "양사의 사업과 기업문화가 달라, 일방적 넥슨의 경영개입은 시너지는커녕 경쟁력 약화를 초래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넥슨 측은 "협업을 해야 엔씨 경쟁력도 강해진다"고 주장하고 있고, 엔씨 측은 "가만히 내버려둬야 더 잘할 수 있다"고 맞서고 있다.
넥슨은 캐주얼 게임 개발과 유통, 기업 인수로 성장했다. 엔씨는 편당 제작에 5년 이상 걸리는 대형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 개발에 특화돼 있다. 넥슨은 앞서 '마비노기2'와 '메이플스토리2' 개발팀을 엔씨에 파견, 엔씨로부터 게임의 품질검수와 제작 자문을 받는 협업을 진행했다. 이 과정에서 '마비노기2'의 개발은 좌초됐고, '메이플스토리2' 팀은 넥슨으로 다시 복귀했다. 서로 다른 개발 문화와 이질감에 따른 부작용 때문이라는 해석이다.
엔씨 고위 관계자는 최근 "넥슨은 김택진 대표가 제작 총괄역만 맡고, 사업은 넥슨이 맡는 것을 원할 것"이라며 "현재 엔씨 등기임원들의 임기가 최소 내년 1분기까지 보장되는 것을 감안하면, 넥슨의 사내 이사 선임 시도는 내년에나 이뤄질 것"이라고 내다본 바 있다. 그러나 넥슨의 개입이 예상보다 신속히 진행되는 양상이다.
이질적 두 기업이 융합하기 위해선 전권을 쥔 김택진 대표의 권한 축소가 불가피하다는 것이 넥슨의 시각이다. 넥슨 입장에선 윤송이 사장, 김택헌 전무 등 김택진 대표 가족들의 영향력 유지는 원치 않는 그림이라는 것이다.
김 대표가 넥슨의 경영참여를 끝내 거부할 경우, 넥슨이 오는 3월로 임기가 만료되는 김 대표의 연임을 막는 극단적인 방법을 선택할 수도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실제 넥슨이 추가 지분 매집으로 엔씨 경영권을 획득, 김 대표 연임을 막는 게 불가능하진 않다는 의견이 많다. 그러나 김 대표를 내보내고, 엔씨라는 기업 경쟁력을 유지하는 것은 매우 어려울 것이라는 데 게임 업계 관계자들은 물론 넥슨 측도 동의하고 있다.
넥슨 관계자는 "편당 제작에 5년 이상이 걸리는 초장기 프로젝트를 엔씨는 18년간 4편이나 성공시켰는데, 이는 세계 온라인게임 업계에서 유례가 없다"고 평가했다. 18년간 대표이사 자리를 지켜온 김택진 대표는 모든 개발 프로젝트에 관여해왔다. 엔씨의 개발부문은 김 대표를 구심점으로 그 결속력이 강한 것으로 정평이 나 있다. 김 대표가 떠나면 핵심 개발진 동반 이탈이 불 보듯 훤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칼을 뽑은 김정주 넥슨 창업자가 아무 소득 없이 칼을 거둘 가능성도 낮다는 게 중론이다.
업계 관계자는 "두 창업주가 끝까지 자존심을 세워 '치킨게임'으로 일관하면 둘 다 공멸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서정근기자 antilaw@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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