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 SW·콘텐츠 강화로 IoT ‘초연결시대’ 주도권 노려
삼성전자가 자체 개발한 모바일 운영체제(OS) '타이젠' 확산에 나서며, 독자 모바일 생태계 구축에 나섰다. 그간 세계 정보통신기술(ICT) 생태계 중심 축이 마이크로소프트의 윈도 OS가 지배하는 PC에서 구글 안드로이드 OS가 지배하는 스마트폰 등 모바일기기로 넘어왔다. 그러나 이제 PC와 모바일기기는 물론 가전, 자동차, 에너지시스템, 제조시스템 등 모든 기기와 사물, 사람이 서로 연결되는 사물인터넷(IoT) 중심의 '초연결 사회'로 접어드는 패러다임 대변환기에 ICT 산업을 주도하고 생존하기 위해선 독자적인 소프트웨어 생태계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삼성전자는 특히 지난해 스마트 손목시계 등 웨어러블기기 시장에서 타이젠 생태계 구축에 적극 나선 데 이어, 올해 들어선 타이젠 기반의 TV 등 가전뿐 아니라, 그동안 구글에 의존했던 스마트폰에서도 타이젠 폰을 출시하며 사물인터넷 시대를 대비한 독자 SW 생태계 구축에 사활을 걸고 있다. 삼성이 과거 아날로그에서 디지털 전환기에 앞선 기술력으로 세계 ICT 시장에서 하드웨어 강자로 자리잡은 데 이어, 디지털 시대에서 초연결 시대 전환기에 하드웨어뿐 아니라 SW와 콘텐츠 등 생태계를 장악하는 강자로 떠오를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18일 삼성전자에 따르면 회사는 최근 인도 시장에 첫 타이젠 스마트폰 '삼성Z1'을 출시키로 하면서, 타이젠 전용 앱스토어를 개설했다. 타이젠 스토어에는 현재 1500여 개 타이젠 스마트폰용 앱이 등록됐다. 기존 삼성전자의 앱스토어인 '갤럭시앱스'에 등록된 타이젠 기반 웨어러블 기기용 앱 2500여개까지 합하면, 현재 타이젠 앱은 4000개를 넘어선다.2012년 1월 삼성 중심으로 발족한 타이젠 연합은 그동안 한국을 비롯해 미국, 중국 등 글로벌 주요 국가에서 타이젠 개발자 행사를 개최하며, 타이젠 SW 개발자 확보에 주력했다. 특히 삼성은 구글과 달리 타이젠 앱 개발자에게 앱 출시 후 1년 간 수익을 100% 제공하겠다는 파격 조건을 제시하는 등 구글에 대항할 수 있는 SW 개발자층을 모은 데 공을 들였다.
사실 회사는 과거 자체 스마트폰 OS인 바다에선 한 차례 실패했고, 타이젠도 지난 2년 넘게 적극적 드라이브에 나서지 않았다. 그러나 지난해 세계 스마트폰 시장에서 하드웨어 기술력은 제조사별로 큰 차이가 거의 없어지는 평준화 시기를 맞으며, 가격 경쟁력을 앞세운 중국 제조사들 약진에 대 위기를 맞았다. 이같은 위기감이 올해 삼성이 독자 타이젠 드라이브에 적극 나서고 있는 배경이기도 하다. 결국 구글, 애플처럼 SW플랫폼 경쟁력이 없으면 세계 시장에서 하드웨어 1위 입지는 언제든 무너질 수 있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타이젠 OS 생태계 강화를 위해 지난해 미디어솔루션센터(MSC) 인력을 소프트웨어센터로 흡수, 타이젠 연구개발진으로 투입했다. 앞서 지난해 9월에는 기존 무선사업부 소프트웨어 개발 인력 500여명을 가전 등의 타 사업부로 이관해 타이젠 OS 기술 지원을 강화하기도 했다.
삼성전자는 올해 12억 인구 가운데 스마트폰 사용자가 20%에 불과해 앞으로 시장 잠재력이 풍부한 인도에서 타이젠 폰을 확산하는 데 이어, 동남아시아와 러시아 등 신흥국 시장중심으로 중저가 타이젠 폰을 잇따라 출시할 것으로 보인다. 이같은 신흥시장을 중심으로 타이젠 세력을 늘려나가, 결국 구글과 애플에 대항할 수 있는 타이젠 생태계를 만들 것이란 분석이다.
그러나 삼성전자의 타이젠 확산 시도에 여전히 불안함이 있다고 업계는 지적하고 있다. 타이젠 연합에 현재 후지쓰, 화웨이,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NTT도코모, 오렌지 텔레콤, 보다폰 등이 합류하고 있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세계 주요 스마트기기 제조사들이 타이젠 진영에 적극 참여하는 것인데, 이 부분이 불투명하다는 지적이다.
한상기 소셜컴퓨팅연구소 대표는 "삼성전자는 그동안 타이젠이 전략적으로 중요한 플랫폼이라는 것을 SW 개발자들에게 보여주지 못했다"며 "타이젠이 단순히 실험 프로젝트가 아니라는 신뢰를 보여주는 것이 타이젠 생태계 성패를 가를 것"이라고 말했다.
김유정기자 clickyj@dt.co.kr
[ 저작권자 ⓒ디지털타임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