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고 일부 승소 판결
가짜 은행 홈페이지에 접속했다가 금융정보가 유출돼 돈을 도난당한 피해자들에게 은행도 배상할 책임이 있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공인인증서 위조 등을 간파하지 못한 은행도 책임이 있다는 것이다.
15일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21부는 파밍 등 전자금융사기에 당해 금전적 피해를 본 허 모씨 등 36명이 은행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은행이 원고들에게 총 1억9100만원을 배상토록 하는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지난 2013년 11월23일부터 시행된 개정 전자금융거래법에 따라 금융기관은 피싱, 파밍, 텔레뱅킹 사기 등 해킹 등에 의한 이용자 피해가 발생할 경우 1차로 책임을 지게 돼 있다. 해킹 등에 의한 이용자 손해 배상 규정을 강화해 금융기관이 자발적으로 보안을 강화하고 이용자 보호에 적극적으로 나서도록 유인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이번 소송은 해당 법령 시행 이전에 발생한 사건이어서 개정법의 적용을 받지 않는다. 하지만 법원은 구 전자금융거래법에서도 은행이 공인인증서 등 '접근매체'의 위조 등을 방조한 것은 책임이 인정된다며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린 것이다. 재판부는 "(은행의 피해배상 책임을 강화한)개정법 적용 이전 사건이지만, 구 법률에서도 피해 금액에 대한 은행의 책임을 모두 면책할 수는 없는 근거가 있다"면서 "이용자들이 파밍사이트에서 보안카드 번호 등을 해커에게 넘겨준 것은 중과실에 해당하지만, 은행이 전부 책임을 면제하는 것은 아니다"고 판시했다.
손해배상은 최대 20%까지 은행이 부담하도록 했다. 원고 36명 중 피해액의 20%를 배상받게 된 원고가 32명이며, 해커가 공인인증서를 재발급 받는 과정에서 은행이 이용자에게 통지를 했는데도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은 한 명은 10% 배상을 받게 됐다. 다만 공인인증서를 가족에게 양도하는 등 관리 소홀이 인정된 3명은 배상을 받지 못하고 기각됐다.
소송을 진행한 김경환 법무법인 민후 대표변호사는 "기존 전자금융사기 손배소는 50전50패로 이용자들의 패배 일색이었다. 구 법이든, 개정법이든 금융사기 손해에 대해선 은행이 100% 배상을 하는 것이 법률의 기본 원칙이지만, 법원이 법을 너무 엄격하게 적용해 이용자 승소가 극히 드물었다"면서 "이번 승소는 법원이 금융피해자 손을 들어준 최초 사례로, 앞으로 텔레뱅킹 사기 등 전자금융사기에 대한 은행의 배상 책임이 보다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번 소송의 피고인 신한은행, KB국민은행, 하나은행, IBK기업은행, NH농협은행 등은 판결이 미칠 영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용자 배상을 할지, 항소를 할지 저울질하고 있는 것이다. 한 은행 관계자는 "판결문을 받아봐야 대응을 결정할 수 있다"면서도 "손배소는 그 특성상 전체 피해자에 대한 부분으로 확대될 수 있는 만큼 항소를 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은행들이 차라리 항소를 포기하고 피해자에게 즉각적인 배상을 해, 사건 자체를 조속히 마무리 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강은성·강진규기자 esther@
15일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21부는 파밍 등 전자금융사기에 당해 금전적 피해를 본 허 모씨 등 36명이 은행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은행이 원고들에게 총 1억9100만원을 배상토록 하는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지난 2013년 11월23일부터 시행된 개정 전자금융거래법에 따라 금융기관은 피싱, 파밍, 텔레뱅킹 사기 등 해킹 등에 의한 이용자 피해가 발생할 경우 1차로 책임을 지게 돼 있다. 해킹 등에 의한 이용자 손해 배상 규정을 강화해 금융기관이 자발적으로 보안을 강화하고 이용자 보호에 적극적으로 나서도록 유인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이번 소송은 해당 법령 시행 이전에 발생한 사건이어서 개정법의 적용을 받지 않는다. 하지만 법원은 구 전자금융거래법에서도 은행이 공인인증서 등 '접근매체'의 위조 등을 방조한 것은 책임이 인정된다며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린 것이다. 재판부는 "(은행의 피해배상 책임을 강화한)개정법 적용 이전 사건이지만, 구 법률에서도 피해 금액에 대한 은행의 책임을 모두 면책할 수는 없는 근거가 있다"면서 "이용자들이 파밍사이트에서 보안카드 번호 등을 해커에게 넘겨준 것은 중과실에 해당하지만, 은행이 전부 책임을 면제하는 것은 아니다"고 판시했다.
손해배상은 최대 20%까지 은행이 부담하도록 했다. 원고 36명 중 피해액의 20%를 배상받게 된 원고가 32명이며, 해커가 공인인증서를 재발급 받는 과정에서 은행이 이용자에게 통지를 했는데도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은 한 명은 10% 배상을 받게 됐다. 다만 공인인증서를 가족에게 양도하는 등 관리 소홀이 인정된 3명은 배상을 받지 못하고 기각됐다.
소송을 진행한 김경환 법무법인 민후 대표변호사는 "기존 전자금융사기 손배소는 50전50패로 이용자들의 패배 일색이었다. 구 법이든, 개정법이든 금융사기 손해에 대해선 은행이 100% 배상을 하는 것이 법률의 기본 원칙이지만, 법원이 법을 너무 엄격하게 적용해 이용자 승소가 극히 드물었다"면서 "이번 승소는 법원이 금융피해자 손을 들어준 최초 사례로, 앞으로 텔레뱅킹 사기 등 전자금융사기에 대한 은행의 배상 책임이 보다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번 소송의 피고인 신한은행, KB국민은행, 하나은행, IBK기업은행, NH농협은행 등은 판결이 미칠 영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용자 배상을 할지, 항소를 할지 저울질하고 있는 것이다. 한 은행 관계자는 "판결문을 받아봐야 대응을 결정할 수 있다"면서도 "손배소는 그 특성상 전체 피해자에 대한 부분으로 확대될 수 있는 만큼 항소를 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은행들이 차라리 항소를 포기하고 피해자에게 즉각적인 배상을 해, 사건 자체를 조속히 마무리 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강은성·강진규기자 esth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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