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산책] 사이버 공격 대응능력 키우려면](http://contents.dt.co.kr/images/201501/2015011302102251607001[1].jpg "[디지털산책] 사이버 공격 대응능력 키우려면")
얼마 전 미국의 소니영화사가 해킹을 당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당시 소니영화사는 북한 김정은 국방위원장의 암살을 소재로 한 영화 '더 인터뷰'를 제작하여 개봉을 앞두고 있었는데 이 해킹공격으로 수 편의 영화와 배우·직원 등 4만 7000여 명의 개인정보가 유출되는 피해를 입었고, 미 연방수사국(FBI)은 이를 북한의 소행이라고 발표했다. 이 영화의 개봉을 못마땅하게 여긴 북한은 "9.11 테러를 기억하라"며 영화상영관을 폭파하겠다고 위협했고 이에 굴복한 영화관들이 줄줄이 개봉을 포기하자 소니사도 결국 개봉취소를 결정하게 됐다. 하지만, 이러한 일련의 사건으로 오히려 세계의 관심이 집중되어 영화는 다시 개봉이 결정되어 절찬리에 상영중이고 아울러 인터넷을 통하여 엄청난 수의 불법복제가 행해지고 있다.
이러한 와중에 최근 북한의 인터넷이 수시로 단절되는 상황이 발생했다. 이 사태는 미국의 오바마 대통령이 북한에 대하여 소니사 해킹에 상응하는 대응을 하겠다고 경고한 후 곧바로 발생하였기 때문에 전문가들은 이것이 소니영화사를 해킹한 북한에 대한 미국의 보복성 사이버공격일 것으로 짐작하고 있다. 이에 대하여 미 국무부는 확인할 수 없다고 답변하였지만 오바마 대통령은 인터뷰에서 북한의 소니사 해킹은 사이버 반달리즘이며 북한을 테러지원국으로 재지정할 것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혀 이러한 심증을 더욱 굳게 하였다.
북한의 인터넷 마비사태는 북미관계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미국이 '소니 해킹' 사건의 배후로 직접 북한을 지목하여 '비례적 대응'을 공언한 직후 이번 사태가 발생했다는 점에서 인터넷 접속복구에 애쓰고 있는 북한이 앞으로 미국에 대해 어떠한 대응전략을 펼칠지 관심이 주목되고 있다.
소니사 해킹으로 발각된 북한의 미국 사이버공격에 대해, 북한의 인터넷 마비사태로 나타난 미국의 북한 사이버공격은 북미간 갈등을 심화하게 될 것이고 이는 양국간 사이버전쟁이 벌어지고 있음을 의미한다. 주지하는 바와 같이 미국은 사이버전쟁을 수행할 수 있는 다수의 비공개부대를 운영하고 있지만 이번 사태를 주도했다는 사실은 절대 인정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미 국무부가 소니사해킹에 대응하는 조치를 이행하는 과정에서 일부는 눈에 보이지 않을 수 있다며 사이버보복을 시사한 발언에서 미국의 사이버공격을 충분히 추측할 수 있다.
사이버전쟁으로까지 보이는 현 상황에 대하여, 북한과 미국 양측 다 사이버공격을 감행했다는 심증만 있을 뿐 직접적 증거는 없다. 사이버공격은 통상 우회 아이피를 이용하고 고도의 공격기술을 사용하기 때문에 그 직접적 증거를 입수하기는 매우 어렵다. 더구나 인터넷사용률이 저조한 북한에 대한 사이버공격의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점에서 이번 사건은 '비례성 대응'을 공언한 미국이 아닌 반북 극우단체나 해커집단이 범행했을 수도 있다. 가령 국제해커집단 어나니머스는 작년 대남 웹사이트 '우리민족끼리'를 해킹해 회원명단을 공개하고 각종 기념일에 북한 웹사이트를 마비시키는 등 북한에 대한 사이버공격을 계속해오고 있다.
북한의 입장에서도 이번 사이버공격에 즉각 맞대응할 가능성은 크지 않을 수 있다. 북한이 증거도 없이 미국의 보복공격에 대한 심증만으로 맞대응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다만 미국의 소행이라 주장하면서 격렬하게 반응할 가능성은 충분하다. 현재 유엔 안보리에서의 북한 인권결의안 상정으로 북미관계가 악화되는 상황임을 고려하면 북한의 무력시위로 확대될 수도 있다. 북한은 어떻게든 미국 정부의 소행임을 주장할 것이므로 북미간 갈등은 계속 고조될 것이며, 이러한 갈등은 한반도 정세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이다. 사건의 실체가 규명되지 않은 채 양측간 공방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우리 정부가 미국 입장에 동조하든 침묵을 지키든 북한의 비난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 북미간의 사이버전쟁에 우리가 끼어드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으므로 정부는 이번 사건을 신중히 지켜봐야 한다.
하지만 현재 온 국민의 눈과 귀가 쏠리고 있는 한수원 해킹사태도 북한의 소행으로 의심되고 있고 또 앞으로 북한이 어떠한 내용의 사이버공격을 감행해 올지 모르므로 그에 대한 철저한 대비태세를 갖추어야 한다. 만일 공격을 받았는지조차 모른다거나 대응하는 적절한 방법을 찾지 못한다면 큰일이기 때문이다.
정완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사이버범죄연구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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