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종게임 `빅3` 15년만에 무너진 힘의 균형

넥슨, ‘던파’중국흥행으로 잇따른 M&A… '1강 시대’개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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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3' 15년 경쟁 일단락… 향후 전망

한국 게임산업은 엔씨소프트, 넥슨, NHN엔터테인먼트 등 빅3가 각 게임 장르를 분할, 경쟁하는 구도를 지난 15년간 유지해 왔다. 이들의 경쟁은 M&A 성공과 해외 성과 극대화를 이룬 넥슨이 '1강'으로 올라서며 일단락됐다. 네오위즈게임즈, 스마일게이트 등이 이들의 아성에 도전했고, 모바일 게임 전성시대를 맞아 넷마블게임즈, 네시삼십삼분 등이 새롭게 도전자로 나섰다. 이들의 경쟁은 어떠한 양상으로 펼쳐져 왔는지, 향후 이들이 주력해야 할 포인트는 무엇인지 등을 짚어보았다.

◇ 게임 빅3, 견고한 아성 구축하다 = 엔씨는 다수의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을 성공작을 배출, 해당 장르를 장악했다. 대형 게임사의 한 개발 총괄 임원은 "초기 '리니지' 시리즈 성공으로 엘리트 개발자들이 엔씨에 집결했고, 이들의 프로젝트 중 가장 유망한 게임을 김택진 대표가 낙점, 직접 총괄하며 뚝심있게 밀어붙이는 시스템이 정착됐다"며 "이 시스템이 성공을 가능하게 했다"고 진단했다. 오너가 자신의 결정에 책임지고 강단있게 밀어붙이니 뒷탈이 없다는 것이다. 평균 제작기간 5년, 제작비가 500억원을 상회하는 대형 게임을 4종이나 성공시킬 수 있었던 것은 이 때문이다.

토종게임 `빅3` 15년만에 무너진 힘의 균형
김정주 넥슨 창업자.

넥슨은 엔씨와 상반된 스타일이다. 김정주 창업자가 개발자들에게 제작을 일임했고, 자유분방한 아이디어 뱅크와 같은 개발풍토를 키워왔다. 정상원, 서민, 이승찬, 정영석, 김동건 등이 '바람의 나라', '메이플스토리', '카트라이더', '마비노기' 등 다채로운 성공작을 배출했다. MMORPG에 비해 호흡이 짧은 캐주얼 게임 개발, 서비스에 최적화된 시스템이다.

NHN엔터의 전신 한게임은 인터넷 고스톱, 포커 게임으로 성장했고 네이버와 합병해 NHN이라는 인터넷 공룡기업을 탄생시켰다. 김범수 한게임 창업자는 "도박을 소재로 한 게임의 게임머니를 이용자에 돈 받고 팔면 도박과 다름없다"는 논란이 일자, 게임머니를 아바타 등과 같이 판매하는 '간접충전' 방식 상용화 모델을 도출했다. 인건비 부담이 적어, 이용자 층을 일단 확보하면 MMORPG나 캐주얼 게임보다 훨씬 더 높은 수익 창출이 가능하다.

◇ 빅3, 자신들이 구축한 아성에 갇히다 = 엔씨는 2005년 캐주얼 게임포털 '플레이엔씨'를 개설, 넥슨이 장악한 캐주얼 게임 시장 공략에 나섰다. 김택진 대표가 "제대로 된 게임이 아니다"며 경원시하던 인터넷 고스톱, 포커 게임 서비스도 진행했다. 결과는 실패로 돌아갔다. 호흡이 긴 프로젝트에 총력을 다해 집중하는데 익숙한 이 회사 스타일과 맞지 않았다.

넥슨도 MMORPG '제라' 개발에 2006년 당시로는 파격적인 100억원대 개발비를 투입했으나 실패했다. 전례 없던 대규모 개발비를 투입하는 중앙 집중형 프로젝트를 추진할 만한 '구심점'이 없었던 것이 패인으로 꼽힌다.

NHN은 지난 2007년 '리니지3' 제작자 박용현 프로듀서가 엔씨에서 이탈하자 박 프로듀서가 제작한 '테라'를 서비스하며 엔씨의 본진인 MMORPG 장르 공략에 나섰다. 이외에도 다수의 게임을 확보, 게임 배급 시장에서 가장 활발한 행보를 보였으나 투자 대비 성과가 부족했고 엔씨와 NHN의 갈등만 심화됐다. 이후 NHN에서 게임사업 부문이 분할, NHN엔터가 출범했고 검색 전문가 이준호 의장이 이 회사 경영을 맡으며 게임에 대한 투자는 점차 감소하고 있다. 상장 게임사의 한 사업 총괄 임원은 "NHN의 경영진이 좀 더 긴 호흡에서 게임 부문 전문경영인들의 공격적인 투자를 보장해 줬으면 판도가 달라질 수 있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NHN엔터가 장악한 인터넷 고스톱, 포커 게임 시장도 네오위즈게임즈, 넷마블의 추격이 거세지며 경쟁이 심화됐다. 결국 사행성 논란을 키워 정부 규제가 강화되어 관련 시장이 크게 위축되는 결과를 가져왔다. 결국 15년 경쟁의 역사에서 MMORPG-캐주얼게임-인터넷 고스톱, 포커게임 장르의 주도권은 바뀌지 않았다.

◇ 무너진 균형, 넥슨 1강 시대의 개막과 새로운 도전자의 등장 = 넥슨이 네오플을 인수해 확보한 '던전앤파이터'가 중국에서 연 매출 1조원 게임이 되며 세력 균형이 무너졌다. 축적된 자본으로 후속 인수합병(M&A)을 이어갔고, '서든어택', '피파온라인3' 등 유력 게임을 확보했다. 이 게임을 서비스하던 넷마블, 네오위즈게임즈는 판권을 상실하며 위기를 맞았다. 엔씨의 지분 15%마저 인수, 넥슨-엔씨 간의 15년 경쟁도 막을 내렸다. 넥슨은 빅3 중 상대적으로 서비스하는 게임 장르의 스펙트럼이 넓고, 개발과 서비스 역량도 장르별 편차가 상대적으로 적다. 호흡 빠른 프로젝트에 익숙해, 엔씨에 비해 모바일게임 시장 대응도 빨랐다. 다만 M&A를 통한 성공에 도취된 동안 자체 개발 역량이 취약해진 것이 약점이다. 박지원 대표 체제로 전환한 후 추진 중인 '아이디어 뱅크 부흥 운동'이 성공을 거둘지 관건이다.

토종게임 `빅3` 15년만에 무너진 힘의 균형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

엔씨는 MMORPG 개발에 계속 주력하고, 이를 PC 온라인과 모바일 플랫폼에 동일한 품질로 동시에 제공한다는 계획을 내놨다. 김택진 대표다운 결정이라는 평가를 얻는다. 그러나 핵심 콘텐츠가 개발에 오랜 시간이 소요되는 MMORPG라는 점에서, 이를 통해 모바일 플랫폼 중심의 속도경쟁에 대처할 수 있을지 속단키 어렵다.

토종게임 `빅3` 15년만에 무너진 힘의 균형
방준혁 넷마블게임즈 이사회 의장.


넷마블 행보도 주목받고 있다. 이 회사가 모바일 게임 시대에 급부상한 것은 방준혁 의장의 '카리스마'가 절대적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얻는다. 온라인 게임에서 성과를 내온 산하 개발 스튜디오들을 모바일게임으로 앞서 전환시킬 수 있었던 결단력, 모든 게임을 일일이 챙기는 철두철미함이 성공의 원인으로 꼽힌다. 빅 히트작을 배출한 각 스튜디오가 안주하지 않고 후속 개발에 임할 수 있도록, 어떠한 방식으로 동기를 부여할지가 관건이다.

서정근기자 antilaw@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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