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자 설립회사 지원 등 한전 등 4곳 적발… 과징금 154억 부과
한국전력·도로공사·철도공사·가스공사 등 공기업이 하도급 거래에서 공공연히 계열사를 부당 지원하는 등 일반 기업 못지 않은 '갑질'을 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공정거래위원회(위원장 정재찬)는 18일 이들 공기업의 계열회사에 대한 부당지원행위와 거래상의 지위를 남용한 각종 불공정 행위 등을 적발하고 시정명령과 총 154억45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대규모 내부거래 정보를 공시하지 않은 한전 산하 에너지 자회사와 철도공사에도 과태료를 물렸다.
특히 한전과 한국수력원자력, 남동발전·남부발전·동서발전·서부발전·중부발전 등 5개 화력발전사에는 가장 큰 규모인 총 106억원의 과징금과 4억550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했다.
공정위에 따르면 한전 산하 5개 화력발전사는 한전의 요청에 따라 2008년부터 2012년까지 각종 거래를 한전산업개발과 수의 계약으로 처리했다. 이 과정에서 한전산업개발은 경쟁입찰보다 12~13%p 높은 낙찰률이 적용됐다. 한전도 한전 퇴직자들이 근무하고 있는 전우실업과의 수의 계약을 통해 경쟁 입찰보다 7~12%p 높은 낙찰률을 제시해 전우실업을 지원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시스템통합기능(SI)이 포함되지 않은 단순 IT 관련 상품을 구매하는 과정에서 계열사인 한전KDN을 중간 단계에 끼워 넣어 거래금액의 약 10%에 해당하는 금액을 이른바 '통행세' 명목으로 취득했을 뿐 아니라 공사대금 부당 회수와 감액, 대가 없는 업무대행 강요 등 각종 거래상의 지위 남용 행위를 일삼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도로공사와 철도공사, 가스공사에서도 이같은 관행이 계속됐다. 도로공사의 경우는 안전순찰업무 계약 과정에서 퇴직자가 설립한 회사에 높은 가격으로 용역 계약을 지원했고, 자신들의 사정으로 휴게소 광고시설물을 철거하는 경우에도 그 비용을 거래상대방에게 떠넘겼다. 철도공사 역시 계열회사인 코레일네트웍스에 철도 부지 내 주차장 사업을 영위하도록 하면서 부지사용 대가를 시중가 대비 현저히 낮은 가격으로 제공했다.
공정위는 공기업들의 이같은 하도급 불공정 거래 관행에 대해서 엄정히 대처하겠다는 방침이다. 김재중 공정위 시장감시국장은 "이번 공기업의 불공정행위에 대한 조치는 하도급거래관행 개선에까지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이번에 조치한 4개 공기업 집단 이외에도 한국토지주택공사, 한국수자원공사 및 한국지역난방공사 등의 불공정거래 혐의에 대해서도 조만간 사건처리를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또 이를 통해 관련 시장에서 경쟁사업자 진입이 촉진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유근일기자 ryuryu@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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