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룡 칼럼] 카이사르와 제7홈쇼핑](http://contents.dt.co.kr/images/201412/2014121502102269614001[1].jpg "[김승룡 칼럼] 카이사르와 제7홈쇼핑")
로마의 정치가, 율리우스 카이사르(줄리어스 시저)는 로마 제국의 건국이념이자 통치체제인 공화정이 기득권에 집착하는 타락한 원로원 보수세력에 의해 좌지우지되는 것을 개혁하고 싶어 했다. 개혁세력인 카이사르가 지금의 서유럽인 가이아 지역을 정벌하러 나간 사이 보수 원로원파는 그가 원로원의 명령에 따르지 않는다며 그를 국가의 적으로 선포했다. 카이사르는 결국 "주사위는 던져졌다"며 로마 본국과 속국의 경계인 루비콘강을 건너 제국의 수도인 로마를 제압했고, 원로원파는 모두 해외로 도피했다. 개혁세력의 승리였다. 그러나 모든 권한이 카이사르 독재관에 집중되며, 카이사르가 '황제', 즉 왕정체제로 복귀하려고 한다는 소문이 돌았다. 결국 그는 기원전 44년 55세 나이에 공화정 옹호세력에 의해 암살당하고 만다. 카이사르는 로마의 공화정 체제를 붕괴시키고 황제정치의 토대를 만든 인물로 기록된다.
좋은 의도로 시작한 일이 결과적으로 나쁜 결과를 낳은 역사적 전례는 매우 흔하다. 과거 미국은 부자들에게 세금을 더 거둬 서민을 위한 재정으로 사용하기 위해 귀금속에 고율의 세금을 부과했다. 그러나 부자들이 귀금속을 사지 않으면서 결과적으로 귀금속을 만드는 가난한 서민들만 일자리를 잃는 폐해를 낳았다.
정부가 중소기업 제품과 농축수산물의 판로 확대를 위해 내년 공영 TV홈쇼핑, 일명 '제7 홈쇼핑'사를 직접 설립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설립 명분과 의도는 아주 좋다. 그러나 사업성이 떨어지고, 실제 중기 제품과 농축수산물 판매 증대에 기여할 수 있는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
과거 39홈쇼핑은 농식품부가 농수산품 판매채널 확보 차원에서 주주로 참여했지만 실패했다. 결국 CJ가 인수해 CJ오쇼핑으로 운영중이다. 중소기업 제품 전용 TV홈쇼핑으로 인가를 받은 우리홈쇼핑은 중기 제품을 잘 팔지 않았다. 사업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지금은 롯데홈쇼핑이란 또 하나의 대기업 사업창구로 변질됐다. 농수산홈쇼핑은 농수산 전문 유통채널이라는 말이 무색해졌고, NS홈쇼핑으로 이름을 바꿔 다른 대기업 TV홈쇼핑과 똑같이 운영한다. 2011년 중기 전용 TV홈쇼핑이라며 홈앤쇼핑이 출범했지만, 이 역시 중기 전용 채널이란 말이 무색해졌다. 수차례에 걸친 실패 속에 이번엔 정부가 직접 홈쇼핑 공기업을 설립해 사업을 하겠다니, 이른바 '관치' 홈쇼핑 논란이 커지고 있다. 공정한 시장질서를 위해 심판 역할을 해야 할 정부가 직접 선수로 뛴다고 하니 '심판 선수론' 비판도 뒤따른다. 많은 논란 속에도 정부는 내년 1월 사업자 선정을 강행키로 했다. 이미 제7 홈쇼핑이 루비콘 강을 건넌 것으로 보인다. 미래창조과학부는 지난 9일 창의·혁신상품, 중소기업제품, 농축수산물을 100% 편성하는 제7 홈쇼핑 승인 정책방안과 기본계획을 발표했다. 제7 홈쇼핑 운영사업자는 컨소시엄 형태로 공공기관, 공익목적을 위해 특별법에 근거해 설립된 법인과 비영리 법인으로 출자를 제한키로 했다. 최소 납입 자본금은 800억원이다. 공익목적을 위해 운영 수익의 출자자 배당을 원천 금지키로 했다. 여기까지는 좋아 보인다. 그러나 문제는 결국 7홈쇼핑 사업성이 떨어져 애꿎은 국민세금만 낭비하고, 공공기관 부채만 늘어날 수 있다는 데 있다. 미래부는 7홈쇼핑 사업자의 판매수수료율을 기존 6개 TV홈쇼핑 평균 32.1%보다 낮은 20%로 제한했다. 판매수수료가 적으면 경영차질이 불가피하고, 유료방송사에 채널 송출수수료 지불 능력도 낮아져 일명 '황금채널'(지상파 방송사 채널과 붙어 있는 채널)을 확보하기 어렵게 된다. 황금채널을 확보하지 못하고 20~30번대 이상으로 넘어갈 경우, 기존 20번대 아래에 자리잡고 있는 홈쇼핑사와 경쟁에서 밀릴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결국 사업성이 떨어져 운영이 어렵게 되고, 과거 39쇼핑, 우리홈쇼핑 등처럼 민간 기업에 매각이 불가피할 것이란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좋은 의도로 시작하는 7홈쇼핑이 결국 피해만 낳게 된다면, 정부의 무책임함에 대한 비판이 더 거세질 것이다. 정부는 7홈쇼핑 사업을 냉정하게 분석, 재검토해볼 필요가 있다.
김승룡 정보미디어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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