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개월 이상 이용땐 자가용 수준 인상 추진… 리스업계와 규제 형평성 논란도
정부가 1개월 이상 장기 렌터카에 대해 개인 자가용과 같은 수준의 세금을 내도록 하는 자동차세 인상을 추진하고 있다. 이에 렌터카업계는 리스 업체를 살리고 렌터카 산업을 고사시키는 것 아니냐며 장외 투쟁을 불사하겠다는 방침이다.
2일 업계에 따르면, 행정자치부는 '자동차대여사업에 사용하는 자동차가 동일인 또는 동일 법인에 대여한 기간이 1개월을 초과하는 경우 비영업용으로 본다'는 내용을 담은 지방세법 시행령 개정안을 지난달 입법 예고했다. 개정안은 국무회의를 거쳐 내년 1월1일 시행된다.
시행되면 렌터카 업체들은 대여기간 1개월 이상 렌터카에 대해 자가용 자동차와 똑같은 세금을 내야 해 세 부담이 늘어난다. 개정안에 따라 특정인이 배기량 2000㏄인 승용차를 1개월 이상 장기 임대할 경우 내년부터 부과되는 자동차세는 1㏄당 19원에서 260원으로 1360% 늘어난다. 2000㏄ 쏘나타를 예로 들면 내년 6월 실제로 내야 하는 자동차세는 3만7960원에서 51만9480원(지방교육세 30% 포함)이 된다.
이에 렌터카 업계는 특정 업계에 세금폭탄을 던지는 것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전국렌터카사업조합 연합회에 따르면 현재 렌터카 산업이 연간 매출액이 약 3조5000억원, 순이익률은 약 4.5%(순이익 1500억원) 수준에 불과하다. 연합회 측은 "증세할 경우 납부할 세액이 현재의 10배인 약 2100억원으로 추산되고 있어 심각한 생존문제에 직면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행자부가 개정안을 강행할 경우 사업 등록을 반납하고 장외 투쟁도 불사하겠다고 덧붙였다. 10월 말 현재 렌터카 업체는 약 930개사이며 42만여대의 차량이 등록돼 있다.
업계에서는 정부의 이번 조치의 주목적이 세수 확보지만, 아울러 차 렌터카 업체를 죽이고 리스 업계에만 특혜를 주려는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하고 있다. 리스는 금융사가 자동차 가격을 대납해주고 소비자로부터 월 일정 금액을 받는 사업으로 사실상 렌트와 차이가 없다. 자동차 소유권을 소비자에게 줄 지 여부를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는 금융상품이기 때문이다. 차고지 등 사업 허가에 대한 규정도 없고 주무부처가 국토교통부가 아닌 기획재정부라 사업 내용은 자동차 임대업이지만 관련 규제를 받지 않는다.
반면 렌터카 사업의 경우 같은 자동차 임대를 하면서도 국토부의 허가를 받기 위해 차고지 보유와 법인세, 정기 안전검사 등 다양한 규제항목을 지켜야 한다. 박성광 연합회 팀장은 "렌터카는 개인소유 차와는 법인 보유라 각종 규제비용이 들어간다"며 "1개월 이상 렌터카를 개인차로 간주하겠다는 것이 지방세법 취지라면 렌터카에 적용되는 규제도 없애야 한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박 팀장은 "리스업체는 자동차 렌트 사업을 겸업하는 경우가 있지만, 렌터카 업체는 금융사가 아니라 리스사업에 뛰어들 수 없다"며 "차라리 미국이나 일본처럼 금융업이 아니어도 운용리스 사업을 할 수 있도록 허용해 주면 형평성 문제를 제기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이나 일본은 금융사가 아니어도 리스 사업을 할 수 있지만, 국내에서는 자본금 200억원 이상을 보유한 금융사만이 리스 사업에 뛰어들 수 있다.
업계에서는 이와 관련, 과거 2005년에도 유사한 내용의 입법예고가 있었으나 철회됐으며, 추진 과정에서 리스업의 계획적 건의가 있었던 것으로 밝혀져 업계의 지탄을 받은 바 있다고 지적했다. 또 전세버스나 화물자동차, 건설기계 등도 법인 등에 1개월 이상 장기로 대여하는 경우가 많은데, 유독 렌터카에만 증세를 추진하는 것 역시 조세 형평성에 어긋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행자부는 1개월 이상 장기 렌트카는 사실상 자가용에 가깝다며, 조세 회피를 막기 위해서라도 과세하는 것이 옳다는 입장이다. 행자부 관계자는 "단기적으로 일반 대중에게 렌트하는 것은 영업용에 해당하지만, 특정 개인에 장기적으로 하는 렌터카는 사실상 자가용으로 간주해야 한다"며 "단 입법예고 기간 중 주무부처인 국토부가 제출하는 의견은 참고할 것"이라고 말했다. 단 렌터카 사업에서 발생하는 각종 규제비용에 대해서는 "관할이 아니"라며 말을 아꼈다.
박정일기자 comja77@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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