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제수수료 낮아 경쟁력서 우위... 카드업계 `해외직구 시장 영향력 약해질까' 전전긍긍
페이팔이 국내 간편결제 시장 진출을 위해 금융당국과 논의를 본격화한 것으로 관측되면서 카드업계와 전자결제대행(PG)사들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 페이팔의 하위 쇼핑몰 결제 수수료가 국내 PG사들이 책정한 요율보다 낮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는 가운데, PG사들은 장기적으로 간편결제 시장을 잠식당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카드사들도 최근 공을 들이고 있는 해외 직구 시장에서 페이팔에 밀려 영향력을 잃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23일 카드 및 PG 업계에 따르면 페이팔의 국내 진출이 가시화되고 있다. 페이팔은 현재 금융당국과 인·허가 문제를 두고 물밑작업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금융당국 관계자는 "아직 금감원 IT감독팀·IT보안팀과 직접적인 접촉을 진행하고 있지는 않은 상황이나, 향후 금감원과의 논의 시점에 따라 국내 진출 시기도 가닥이 잡힐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간편결제 시장은 지난달 금융당국이 일정 기준을 충족한 PG사에 카드정보 저장 허용 방침을 밝힌 이후 급물살을 타고 있다. 금융당국의 기준 중 PCI DSS 인증, 이상거래탐지시스템(FDS) 등은 페이팔·알리페이 등을 참고한 사항이라서, 이들의 국내 진출은 그리 어렵지 않을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가장 관심을 끄는 것은 페이팔의 결제 수수료다.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페이팔이 국내에 진출할 경우 하위 쇼핑몰에 약 2.36~3.97%의 수수료율을 적용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는 현재 PG사들이 하위 쇼핑몰로부터 가져가는 3.4~4.0%의 수수료율보다 낮아, 경쟁력을 얻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PG사들은 하위 쇼핑몰에서 거둬들인 수수료 중 약 2%를 카드사에 가맹점 수수료로 지급하고 있다.
한 PG사 관계자는 "지금으로선 페이팔의 국내 진출을 막을 수 있는 뚜렷한 명분은 없다"며 "페이팔이 낮은 수수료율로 국내에 진출하기 되면 카드사·PG업체 등의 수수료 경쟁이 촉발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앞서 페이팔은 지난 6월 제휴를 통해 KG이니시스의 해외 소비자 대상 결제수단에 추가되는 등 국내 진출에 지속적인 관심을 보여왔다.
카드사들 역시 페이팔이 잠재적인 경쟁자가 될 수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국내에서 페이팔의 점유율이 높아지면, 최근 마케팅에 열을 올리고 있는 해외 직구 시장에서 영향력이 약화될 수도 있다는 관측이다. 한 카드업계 관계자는 "국내 결제 환경은 이미 잘 구축돼 있어 시장을 쉽게 빼앗길 것으로 보지는 않으나, 만약 페이팔이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확보하게 되면 카드사들보다 페이팔의 협상력이 더욱 높아질 것"이라며 "향후 이를 바탕으로 카드사나 하위 쇼핑몰의 수수료율 변동을 요구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박소영기자 cat@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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