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컬 3.0] 디지털이 바꾸는 진료현장](http://contents.dt.co.kr/images/201411/2014112102102251607001[1].jpg "[메디컬 3.0] 디지털이 바꾸는 진료현장")
필자는 실제 의료현장에서 진료를 담당하는 의사이다. 전공분야는 안과이고 특히 눈 안의 망막에서 발생하는 질환의 진단과 치료를 담당하고 있다. 망막질환은 노령화와 깊은 연관이 있어서 환자는 증가 추세이고 질환의 특성상 지속적인 추적 관리가 필요하기 때문에 진료가 필요한 환자는 지속적으로 늘어난다. 따라서 반나절 진료에 최소 50명 이상을 진료한다. 그리고 눈 속을 진료하기 위해 동공(pupil)을 확장시켜야 하기 때문에 시력, 안압을 측정한 후 점안액을 넣고 30분 정도를 대기해야 한다. 보통 환자당 10분이내의 진료 시간이 할당된다. 소위 비난 받는 40분 대기 5분 진료의 대표적인 예라고 이야기 할 수 있다. 만약 한 환자당 15분 이상의 진료 시간을 배정한다면 한 시간에 4-5명, 오전 진료시간에 20명이상 진료가 불가능하다. 이를 감안한 예약 시스템을 적용한다면 보통 6개월 정도 예약을 기다려야 하고 망막 질환은 조기 발견 조기 치료가 이루어지지 않으면 회복 불가능한 실명을 일으키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무리한 진료가 이루어질 수 밖에 없다. 필자가 연수한 미국의 대학안과 병원에서도 하루 100명의 환자 진료가 이루어지는 것이 빈번했다. 사회주의 의료를 채택한 영국이나 캐나다, 호주 등의 국가에서는 망막질환 진료를 받기 위해 3-6개월의 예약을 기다리는 경우가 흔해서 해당 국가의 교포들이 치료를 위해 귀국하는 경우도 종종 본다.
하지만 13년 전 필자가 근무를 시작한 당시 보통 반나절에 30명 정도를 진료하던 것에 비하면 보다 많은 환자에게 보다 월등한 치료 결과를 제공하고 있는 현재를 확인하게 된다. 이는 필자의 개인적인 발전에 의한 것만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물론 의사의 경험이 실수를 줄이고 일정한 수술 결과를 만들기는 하지만 그 이상의 의료서비스 발전이 이루어진 것이다.
10년전 의료정보시스템, 전자차트가 도입되기 전에도 100명 진료하는 의료진이 있었다. 대형병원에서는 외래 차트를 중앙관리하기 때문에 진료 전에 미리 여러 명의 진료지원 인력이 1주일 이전부터 의무기록과 검사결과, 영상진단결과(CT, MRI)를 모아서 정리해 놓아야 했다.
따라서 급한 환자가 오는 경우 차트를 바로 준비하기 어렵고 다른 진료과목에서 예약 때문에 미리 가져가 버린 경우 응급실에서는 아예 진료기록을 확보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지금은 당일 접수 환자도 순서만 기다리면 바로 진료를 받을 수 있다. 수많은 검사결과, 영상 자료 모두 의료정보시스템에서 바로 조회되기 때문에 정보가 없어서 문제가 되는 환자는 드물다. 정확한 정보(의료기록)는 진료의 기본이다. 의료정보시스템의 도입을 통해 정확한 의료기록을 적절한 시점에 충분하게 확인할 수 있게 되어 더 많은 환자를 단위 시간에 진료하게 되었을 뿐 아니라 이전 보다 실수를 줄일 수 있게 됐다. 그리고 디지털 기술을 적용한 각종 진단 장비를 이용하는 것은 실수를 더 줄이는데 큰 도움이 된다. 의사의 그림보다는 디지털 안저(망막)사진을 찍어서 기간별로 대조해 보는 것이 병의 진행이나 문제점을 파악하는데 더 큰 도움이 된다. 망막진료 분야에 획기적인 전환을 가져온 디지털 기술인 광간섭 단층촬영기(Optical Coherent Tomography, OCT)의 도입으로 시력에 가장 중요한 황반(macula)을 CT처럼 단층촬영 할 수 있게 되었는데 이 장비는 인간의 눈보다 2-3만배 이상의 해상도를 제공한다. 즉 의사의 경험을 능가하는 능력이 디지털 기술 적용으로 인해 가능해져서 실수를 줄이고 질환의 조기발견과 진행예측이 가능해지고 훨씬 짧은 진료 시간에 보다 정확한 진료가 가능하게 된 것이다. 수술 장비들까지 디지털 기술이 적용되어 최적의 수술 조건을 만들어 내어 10년전 수술당 3-4시간이 이제는 1시간 전후로 단축되어 4배 이상의 효율을 제공한다.
디지털 기술은 신규 의료진의 교육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단기간에 10년 이상 걸리던 진단 술기와 수술 기술의 습득을 단기간에 완성하도록 한다. 디지털 기술로 인해 진단 효율은 3배 가량, 수술 효율은 4배 가량 상승하였는데 필자의 전공 분야 전문의는 13년전 20여 명 선에서 지금은 200여 명으로 10배가량 증가했다. 단순 계산으로 120배의 전문 의료서비스 공급이 증가한 반면 망막환자의 수의 증가는 그 정도는 아니다. 이런 현상은 필자의 전공 분야에만 한정된 것은 아니다. 내시경, 복강경 수술기술, 혈관중재 기술 등 타 의료분야에서도 획기적인 개선이 지속되고 있다.
디지털 기술에 의한 의료서비스의 변화는 한국인들이 추구하는 빠르고 정확한 결과보장과 새로운 기술 선호라는 조건을 충족시키고 있고 효율적 의료서비스라는 '빛'을 밝혀준다.
하지만 의료서비스 효율의 강화는 상대적으로 전문의가 높은 비율을 차지하는 한국에서 의료서비스 공급과잉 상태를 만든 것을 의미한다. 이전 보다 적은 수의 의사가 양질의 더 많은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잉여 인력이 원래 전공이 아닌 의료서비스, 성형수술이나 미용, 비급여 의료 행위에 종사하게 되고 효율화 되었지만 저수가로 인해 무리해서라도 많은 진료와 불필요한 검사, 병원 이용을 유발하는 대한민국 의료시장이 왜곡되는 '어두운' 현실을 반영한다.
수요를 증가시켜 공급과잉의 문제를 해소하는 방법은 의료서비스 시장에서 이용할 수 없다. 그냥 법과 정책으로 억제하는 것도 한계가 있고 결국 왜곡을 더욱 강화할 것이다. 국가 의료비는 무한정 늘어날 수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의료서비스 공급을 수요에 비해 공급이 부족한 시장으로 전환시킬 수 밖에 없는 것이다.
대형병원들이 해외 의료 진출사업의 길에 나서는 이유도 이런 현실을 인식했기 때문이다. 한국 의료의 적정성과 발전을 위해 의료 해외 진출은 필연적이다. 자동차, 조선, 반도체, 중화학 산업처럼 해외시장 개척을 통해 공산품 보다 훨씬 가치가 큰 지식 산업을 한국 경제의 미래 산업으로 키워나가야만 한다. 대한민국 의료 해외진출은 의료-정보통신 기술 융합 산업이 선도해 나갈 것으로 믿어 의심치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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