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셀카봉·킨포크… 오늘날 우리의 자화상

  • 프린트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스토리


○라이프 트렌드 2015/김용섭 지음/부키 펴냄/368쪽/1만5000원

"저녁은 100일 기념으로 큰 맘 먹고 남자친구와 원테이블 레스토랑에 간다. 바버샵에서 했다는 머리가 꽤 잘 어울리네. 애플워치를 목 빠져라 기다리고 있는 남친은 엊그제 직구로 샤오미 스마트폰을 싸게 샀다고 자랑한다. 인증샷을 찍어 페북에 올려본다. 다음에 핫한 심야식당에 가기로 하고 바이바이~"

어느 싱글녀의 주말,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한 번 쯤은 봤을 법한 글이다. 이 몇 줄의 문장은 그냥 어느 허세녀의 일기로 치부하기에는 좀 아쉽다. 이 글은 오늘날의 우리 자화상이자 또 다른 이들에게 새로운 정보로 소비심리까지 영향을 미치는 강력한 메시지이기 때문이다.

신간 '라이프 트렌드 2015'는 이 같은 사례를 통해 우리 일상에서 포착한 변화의 흐름을 쉽고 재미있게 보여준다. 출간 첫해인 2013년에는 '좀 놀아 본 오빠들의 귀환'으로 X세대의 활약을 부각했고, 2014년에는 불황에도 수그러들 줄 모르는 프리미엄 소비 행태를 '그녀의 작은 사치'라는 주제로 조명했다. 이번 2015년의 주제는 '가면을 쓴 사람들'이다.

아이부터 노인까지 누구나 스마트폰을 손에 쥐고 SNS에 접속하는 세상, 13억 명이 넘는 사람들이 국경과 언어를 넘어 소통하는 즐거움을 맛보고 있지만 피로감과 부작용도 만만치 않다. '좋아요'나 '리트윗', 친구 수나 댓글 수가 나의 존재를 증명하는 수단이 되면서 우리는 일상적으로 가면을 쓰게 됐다는 지적이다. 바로 위 허세녀의 글처럼 말이다. 냉동식품을 먹으면서도 멋진 요리를 먹는 듯 포장을 하거나 회사에서 잘렸는데도 꿈을 위해 과감히 직장을 그만둔 것처럼 이야기한다. 어디서 뭘 하든 셀카를 찍어서 올린다. 나홀로 조용히 생각할 시간을 갖고 싶어 떠난 여행도 SNS로 실시간 중계를 한다. 넬슨 만델라의 장례식에 참석한 오바마 미국 대통령까지 웃으면서 인증샷을 찍다 구설수에 올랐을 정도다. 좀더 자연스러운 셀카를 찍기 위한 셀카봉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는가 하면 SNS에서 관심을 받기 위해 '포샵'을 하는 것을 넘어서 실제 성형수술까지 받는 사람도 생겼다.

그런가 하면 한편에서는 아예 가면을 벗고 본질을 찾아 나서는 사람들이 큰 흐름을 만들고 있다는 것이 저자의 분석이다. 그동안 속도와 성장에 집착한 덕분에 우리는 과거보다 더 풍요로워졌다. 그러나 OECD 국가 중 자살 사망률 1위, 행복지수 꼴찌를 기록하는 등 삶의 질은 저하되고 있는 현실이다. 이에 대한 반작용으로 최근 킨포크 스타일과 귀농 귀촌을 선택하는 사람들이 크게 늘고 있다. 킨포크(kinfolk)는 본래 친척을 뜻하는 말인데, 가족, 친구 등과 함께 정원을 가꾸고 집을 꾸미고, 직접 요리해서 나눠 먹는, 소박하지만 행복한 삶을 추구하는 것을 일컫는다. 미국 포틀랜드에서 사진작가, 요리사, 화가, 농부 등이 모여 만든 작은 모임에서 비롯된 킨포크는 잡지로도 만들어져 큰 인기를 끌면서 전 세계로 확산하는 중이다.

몇 해 전부터 불기 시작한 제주 열풍 역시 점점 뜨거워지고 있다. 2013년 한 해만 8000명이 순유입하는 등 거주지를 제주도로 옮기는 사람이 계속 늘고 있다. 이주하기 어려운 사람들은 '한 달 살기'로 새로움을 맛보고 있다. 책은 미래를 전망하고 사회의 흐름을 읽어내는 일이 전혀 복잡하고 따분한 과정을 거쳐야 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준다. 우리 삶 속에서 흔하게 접할 수 있는 풍경을 포착하고 이것을 전문가의 언어로 재조명한다. 친근하고 재미있게 접근하는 사회학의 매력을 알게 해준다. 저자는 소비자뿐 아니라 비즈니스 영역까지 2015년을 조망한다. 웨어러블(착용할 수 있는) 기기나 사물인터넷과 같은 산업에서 글로벌 IT 기업들이 본격 경쟁을 벌이면서 우리 삶도 급속히 변화할 것이라고 말한다. 오프라인에서 물건을 보고 온라인으로 구매하는 이른바 '쇼루밍족'이 유통 구도를 완전히 바꿔나갈 것이라는 점도 지적한다. 원테이블 레스토랑이나 1인 미용실과 같은 개인 서비스를 통해서 특별해지고자 하는 욕망이 확산하면서 이 같은 종류의 비즈니스도 크게 성장할 것이라고 전망한다.

김유정기자 clickyj@dt.co.kr

[저작권자 ⓒ디지털타임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추천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