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과학 칼럼]초콜릿과 노벨상 수상자 상관관계](http://contents.dt.co.kr/images/201411/2014111902102251607001[1].jpg "[의과학 칼럼]초콜릿과 노벨상 수상자 상관관계")
최근 건강에 도움이 되는 식품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예를 들면, 장 건강을 위해 유산균이 좋다는 설(?)이 널리 알려지면서 다양한 형태의 유산균 제품이 불티나게 팔리는 현상을 보인다. 하지만 많은 경우에서 확실한 증거를 제시하는 연구가 미흡한 상태에서 관심의 집중으로 인해 기능성 식품의 소비행태를 보이는 경우가 있어 안타깝다.
달콤함의 상징으로 세대를 가리지 않고 꾸준한 사랑을 받아온 식품 중의 하나가 초콜릿이다. 어떤 사람은 밀크 초콜릿이나 초콜릿 크림의 경우, 너무 단맛에 대한 느끼함에 거부감을 말하기도 하지만, 초콜릿의 달콤함과 약간의 쓴맛이 오랫동안 사랑받아 온 비결이라고 하겠다. 최근에는 맛의 매력에 더하여 초콜릿의 기능성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필자는 초콜릿에 대한 아주 흥미로운 연구결과와 함께 초콜릿의 기능성에 대해 소개하고자 한다.
2012년 미국 콜롬비아 대학의 프란츠 H 메저리(Franz H. Messerli) 박사가 의학분야 최고 수준의 저널인 뉴 잉글랜드 의학 저널(New England Journal of Medicine·NEJM)에 전 세계의 주요 국가의 100만명 당 연간 초콜릿 소비량과 노벨상 수상자 수와의 상관관계 분석에 대한 결과를 인상적인 그래프와 함께 발표했다(http://www.nejm.org/doi/pdf/10.1056/NEJMon1211064). 그 결과는 놀랍게도 매우 강한 상관관계가 있다는 것이었다(r=0.791; 통상 상관계수 r값이 0.7 이상이면 매우 강한 상관관계를 나타냄).
이 상관계수는 노벨위원회가 있는 스웨덴을 제외할 경우 0.862로 더 높아졌다. 대한민국이 데이터에 포함될 수 없음에 대한 아쉬움에 앞서, 필자는 왜 이런 결과를 보였을까에 대한 메저리 박사(Dr. Messerli)의 결과 해석이 궁금했다. 논문 저자는 이 연구결과를 가설을 세우기 위한 결과 해석이라는 단서를 두고, 초콜릿 섭취가 인지기능을 향상해 줄 수 있다는 가설과 그 반대로 교육수준이 높은 나라가 초콜릿의 기능성에 대한 정보를 알고 전국적으로 초콜릿 섭취를 많이 할 것이라는 가설을 제시했다. 전자의 경우가 맞다면 과연 어떻게 초콜릿이 인지기능을 향상시켜 줄 수 있을까?
PUBMED(www.ncbi.nlm.nih.gov/pubmed)에 초콜릿(chocolate)을 핵심단어로 하여 논문검색을 하면 약 4000여 편의 논문이 검색된다. 이 중에 많은 논문들이 심혈관계에 대한 기능성과 기전에 관한 연구결과들이다. 심혈관계 질환들은 대사질환과 동반되는 경우가 많으며 대부분 대사기능 이상이 위험요소로 작용하여 뇌혈관 건강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 뇌혈관 건강이 악화되면 뇌졸중과 같은 치명적인 뇌혈관질환이 발생할 위험이 높아진다. 설사 뇌졸중이 발생하지 않더라도 특이 증상이 없이 지나가는 미세한 뇌경색 또는 미세 뇌출혈이 발생할 수도 있다. 이러한 'silent stroke'은 증상 없이 발생 후에 MRI와 같은 뇌영상 검사로만 알 수 있으나, 증상이 없다고 해서 병리학적으로 뇌기능에 아무런 영향이 없다고 할 수 없다. 최근 과거의 뇌혈관이상이 혈관성치매의 위험인자라는 것이 알려지면서, 이를 미리 알 수 있는 방법에 대한 연구가 활발하다. 따라서 우리 몸의 혈관건강은 고혈압이나 고지혈증뿐만 아니라 인지기능과도 밀접한 연관성이 있다. 초콜릿에는 매우 풍부한 천연 항산화물질이 들어 있으며, 혈관건강에 이로운 플라바놀(flavanol) 성분들이 다량 함유되어 있다. 소위 쓴 맛이 강한 다크 초콜릿의 경우에는 이러한 성분 함량이 높다. 뇌혈관 건강이 안 좋으면 뇌세포는 지속적인 산소와 영양공급 결핍에 시달리게 되고, 주변의 교세포들과의 상호작용으로 인해 다양한 세포 스트레스 반응을 나타낸다. 세포가 영양과 산소공급 저하에 시달리는 저산소증은 매우 광범위한 세포스트레스 반응을 유도하게 되며, 초콜릿이 세포 저산소 반응을 억제할 수 있는 기능을 가진다고 할 때 초콜릿 섭취가 저산소증과 노화로 인한 뇌의 인지기능 저하의 억제에 기여할 수 있다고 유추해 볼 수 있다.
현재 초콜릿의 생리활성 기능에 대한 명확한 결론을 내릴 단계는 아니지만, 메저리 박사(Dr. Messerli)의 흥미로운 연구결과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단맛이 강한 밀크 초콜릿이 아닌 다크 초콜릿을 즐긴다면 우리 몸의 노화를 억제할 수 있는 건강한 식습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다만 '과유불급'이라 했던 옛말에 맞게 모든 것은 과하면 좋지 않을 것이다. 적당히 다크 초콜릿을 즐기는 것은 우리의 말년에 좋은 인지기능을 유지하는 비결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노벨상 수여자들의 나이가 결코 젊지 않음을 생각하면 메저리 박사(Dr. Messerli)의 연구결과를 우연한 발견으로 바라보지는 말아야 하겠다.
강주희 인하대 의과대학 교수 (MRC 저산소 표적질환 연구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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