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등은 젠더 격차 해소를 국가경쟁력 차원서 접근
한국 여성 경제활동 참가는 매우 낮은 수준
과기계 연구개발분야부터 새로운 혁신 시작해야
한국 여성 경제활동 참가는 매우 낮은 수준
과기계 연구개발분야부터 새로운 혁신 시작해야
![[시론] 젠더 격차 해소, 국가 아젠다로 설정해야](http://contents.dt.co.kr/images/201411/2014110602102351607001[1].jpg "[시론] 젠더 격차 해소, 국가 아젠다로 설정해야")
"여성이 성공해야 미국도 성공한다. 여성에게 도움이 되는 정책을 펴야 한다. 이것이 우리 모두를 위하는 것이다." 지난 11월 1일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주례 라디오 연설에서 한 말이다. 그는 같은 일을 하면서도 여성이 더 적은 임금을 받는 현실도 개선되어야 한다고 역설했다. 우리보다 환경이 훨씬 좋은 미국이나 유럽연합 국가들은 젠더(gender) 격차를 줄이는 일을 국가경쟁력 차원에서 접근한다.
이런 의미에서 지난 10월 27일 스위스 세계경제포럼(WEF;World Economic Forum)이 공개한 '젠더격차보고서'는 충격적이다. 이 보고서에 의하면 미국은 142개국 중에서 20위다. 우리나라는 작년 111위보다 더 하락해서 올해는 117위. OECD 국가 중 꼴찌에서 두 번째다. WEF는 경제활동 참여 및 기회, 교육의 기회, 건강과 생존 그리고 정치적 영향력 등 4개 분야에서 14개 지표를 개발하고 성불평등 상황을 계량화하여 2006년부터 매년 이런 보고서를 발표해왔다.
올해 우리나라는 4개 분야 가운데 '경제활동 참가 및 기회'에서 124위로 가장 낮았다. 교육기회는 103위, 건강과 생존은 74위, 정치참여는 93위였다. 우리나라 여성의 대학 진학률은 2009년 82.4%로 남성(81.6%)을 앞지른 이후 4년 동안 계속 우위를 유지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교육기회에서 103위를 한 것은 성 격차지수 지표 자체에 문제가 있기 때문이라고 일부에서 주장한다. 하지만 다른 부분은 비교적 우리의 현실을 잘 반영했다고 본다.
우리나라는 여성의 연구개발 참여가 OECD 국가 중 일본의 제외하고는 수년간 꼴찌다. 특별히 이번 발표에서 "한국은 연구개발(R&D) 분야에서 남녀 간 인력 비율이 전 세계에서 가장 큰 격차를 보이는 국가이며, 지난 한 해 남녀 임금 불평등이 가장 악화된 10개 국가 가운데 하나였다"는 WEF 평가는 주목할 만하다.
우리나라의 20대 경제활동 참가율은 2012년 여성이 62.9%로 남성의 62.6%를 넘어 역전됐다. 하지만 30대 이후가 되면 사정이 달라진다. 30대 이상 여성의 경력단절로 인해 여성 전체의 경제활동 참여율이 55.2%로 OECD 평균 62.3%보다 현저하게 낮다. 저출산과 고령화 문제에 직면한 우리 정부가 최근 몇 년 사이 시간제 일자리, 탄력근무제 등 여성의 노동시장 참여율을 높일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해왔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
삼성경제연구소에 따르면 '여성 경제활동 참여율이 1% 증가하면 GDP가 1% 증가한다'고 한다. 인구의 절반이 여성이고, 여성의 학력수준이 높다는 점을 감안하면 국가 성장동력 확보 차원에서 성 격차 해소를 다루어야 한다. 이민 정책이나 공식적인 노인 연령을 65세에서 70~75세로 높이려는 논의보다 먼저 여성의 경제활동 참여율을 높이는 방안을 더 시급한 국가 아젠더로 설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모든 사람이 과학기술을 이해하고 활용해야 하는 시대가 왔다. 기술 및 제품 중심의 남성 위주, 공급자 위주 산업에서 '삶의 질을 높이는 수요자 중심 맞춤형' 방식으로 패러다임 전환이 이루어지고 있다. 글로벌 시장에서 '여성'은 중국시장의 3배나 되는 거대한 경제집단으로 자리매김했다. 구매영향력도 남성보다 훨씬 큰 집단이다. 이처럼 변화된 소비자의 요구에 맞추려면 젠더 다양성 전략은 필수적이며, 과학기술 분야에서 여성의 역할을 더 커지고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가 일본과 더불어 연구개발 분야 여성참여율이 OECD 국가 중 하위권이고 다른 아시아 국가들과 비교해도 1/2 수준인 것은 설명하기 어렵다. 타이완의 경우 연구개발 분야는 고학력 여성들이 자신들의 꿈을 펼칠 수 있고 고임금의 좋은 직장으로 인식되어 중도 포기나 이탈이 별로 없다고 한다. 우리나라는 2002년 '여성과학기술인 육성 및 지원에 관한 법'이 만들어져 법과 제도는 잘 되어 있다. 하지만 여성의 비정규직 비율이 높아 고용의 질이 낮고, 정부의 정책에도 불구하고 남성 위주의 조직 문화는 잘 바뀌지 않는다. 정부는 앞으로 법과 제도가 잘 지켜지도록 모니터링하고 꼭 지켜질 수 있는 구체적인 실행방안을 제시해야 할 것이다.
마침 내년 8월 서울에서 <과학기술 분야 아시아 태평양 젠더 서밋>이 열린다. 성별 차이 및 젠더분석을 통한 바람직한 연구개발 방안을 모색하고 각국의 젠더 다양성을 통한 과학기술계의 혁신을 논의하는 자리이다. 이 자리를 통해 '세계 10위 경제대국' 우리나라가 연구개발 분야에서부터 성 격차를 줄여, 부끄러운 '성차별' 점수를 만회했으면 하는 바램이다.
이혜숙(한국여성과학기술인지원센터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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